김상기 전 MBC 기자 [사진=더코리아저널]


[김상기 담담담] 환기블루

하늘이 왜 검다고 했을까.

천자문의 첫 구절 天地玄黃에서

玄은 검을 현입니다.

그러나 속뜻은 가물 현입니다.

黑과는 다른 신비롭고 아련한

흑청색 (dark blue)입니다.

아무렴 하늘을 어찌 검다고 하겠습니까. .

김환기의 이른바 환기블루가 가물 현입니다.

10만개의 푸른 점을

반복적으로 찍어 만든 그의 대표작 '우주'는

어릴 적 그의 고향 신안 앞바다의

시퍼런 파도와

밤하늘이 화재였습니다.

몇년전 132억원에 경매된 이 추상화는

점으로 선과 면을 엮어

푸른 우주를 모색한 점묘화입니다.

환기블루의 완결판이지요.

서울대 교수 홍대학장을 거친 그는

50세 뒤늦은 나이에

파리와 뉴욕화단에 도전했습니다 .

이때 궁핍한 생계는 아내의 몫이었습니다.

김향안은 작가 이상의 부인이었으나

사별 후 홀아비 김환기의 애틋한 짝이 됐습니다.

한국의 10대 최고가 경매그림의

9점이 그의 작품입니다.

지극정성으로 곁을 지켰던 아내를

'내 생애의 가장 큰 작품'이라고

자랑스러워 했습니다.

세계 바다의 1% 넓이에 불과한

지중해와 에게해가 사랑을 받는 것은

쪽빛 때문입니다.

염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대서양 해류가

지브롤터 해협을 통해 유입되면서

지중해의 아름다움은 시작됩니다.

염도의 높낮이가 섬세한 색의 변화를

만들고 있는 셈이지요.

100년 주기로 그 해류가 동쪽으로

천천히 흐르면서

지중해식 환기블루를 만들고 있습니다.

에게해는 더욱 푸릅니다.

더 높은 염도 때문입니다.

쪽빛 에게해는

고대 그리스인의 예술적 감성과

철학을 자극했습니다.

4대문명 발상지는

나일강이나 황하 같은 강주변이

생존 근거지였습니다..

비옥한 땅의 농경에 만족했습니다.

바다를 꿈꾸고 희망하지 않았습니다.

그리스인들은 달랐습니다.

좁고 척박한 농경지가

해양 진출의 추동이 됐습니다.

반도의 일개 도시국가였던 로마도

지중해에 배를 띄운 덕에

압도적 제국건설에 성공했습니다.

스페인과 네덜란드 영국과 미국이

패권국이 된 까닭도

부단히 해양진출을 노렸기 때문입니다.

중국 한나라의 나침반이

아랍에 전해지면서 서구는 항해술을

급격히 끌어 올렸습니다.

내륙국가는 수순처럼 해양국의 식단이 됐습니다.

함포 몇 방에 2천년 패권국 중국이

백년이상 숱한 치욕을 겪었고

인도는 식민지로 전락해 덩치값도 못했습니다.

이집트와 아랍권 대부분도

노리개 취급을 받았습니다.

동해는 지금

겨울바다의 고혹을 한껏 흩뿌리고 있습니다.

시퍼런 파도와 찬란한 햇살

그리고 시린 하늘

가히 소동파의 水光接天입니다.

한국적 환기블루가 구상화 된 곳입니다.

그러나 바다는 낭만에만

매이는 곳이 아닙니다.

물류와 군사력이 각축하는 살벌한 전장입니다.

미 중 러 일은 사활을 건 슴부처를

바다로 잡고 이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남북도 핵잠함 경쟁에 돌입했습니다.

한국은 미국이 부러워하는

세계 초일류 조선국입니다.

바다가 답입니다.

병오년 말의 질주

그 방향은 해양입니다.

2026. 1. 2 김상기 ( 前 mbc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