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영 문학박사, 중앙대예술대학원장 [사진=더코리아저널]


[이대영 감성일기] 다시 앞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착하고 멋지고 예쁜 나의 페벗 선생님들께,

우선 새해 복많이 받으시고 가정에도 부와 명예와 기쁨이 가득하길 기원합니다.

새해 병오년에는 선생님의 입술에서 나오는 모든 말씀이 시와 노래가 되고, 힘찬 걸음걸음마다 그 발자국이 그대로 건강한 재물과 황금이 되고, 닿는 모든 시선과 손길이 누군가의 슬픔을 위로하는 희망의 함성이 될 것입니다.

투자한 주식 그래프가 보는 족족 푸른 빛의 오름화살표로 바뀌어 주식이 천정부지 마구 오르고, 짝사랑하는 대상이 드디어 마음을 열게되고, 자녀들은 시험 보는대로 합격이고, 벼락같은 천생배필을 만나 예식 치르고, 아픈 곳이 언제 그랬느냐 깨끗이 낫고, 집안의 크고작은 우환이 모두 다 사라지기를 기도합니다.

여기 다 쓰지 못한 기적의 소망들은 선생님께서 소리내어 기도하는 순간, 그 즉시는 좀 힘들고, 올해 안에는 분명히 꼭 그 뜻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믿습니다.

여하튼, 새해가 밝았습니다.

시간은 을사와 병오의 경계에서 우리에게 다시 묻습니다. 무엇을 지켜왔는가, 무엇을 놓쳤는가, 그리고 무엇을 새롭게 시작할 것인가. 이 질문에 응대하는 태도가 한 개인과 공동체의 품격을 가늠하는 기준입니다.

지난 한 해 우리는 격변의 시대 한가운데를 지나왔습니다. 정치와 경제, 사회와 문화의 균형은 흔들렸고, 확신보다는 불안이, 연대보다는 분열의 언어가 더 크게 들리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역사란 언제나 혼돈 속에서 방향을 찾았고, 문화와 예술은 그 과정에서 사회의 심장을 지켜온 마지막 언어였습니다. 예술은 단순한 위로가 아니라, 시대를 성찰하고 공동체의 상상력을 복원하는 실천적 기제이기 때문입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감정의 과잉이 아니라 사유의 깊이이며, 구호가 아니라 지속 가능한 성찰입니다. 문화는 소비되는 이벤트가 아니라 축적되는 힘이고, 예술은 개인의 재능을 넘어 사회의 미래를 설계하는 공적 자산입니다. 이 점에서 새해는 결단의 해가 되어야 할겁니다. 변화에 수동적으로 반응하는 태도에서 벗어나, 우리가 주체가 되어 나라의 미래와 문화의 방향을 설계하고 예술의 역할을 재정의해야 합니다.

새해에는 분열을 부추기는 소음보다, 차이를 품는 대화가 많아지기를 바랍니다. 속도와 효율의 논리 속에서도 인간의 존엄과 상상력이 후순위로 밀리지 않기를 소망합니다. 무엇보다 예술과 문화와 교육이 다시금 사회의 중심에서 질문하고 서로 연결하는 에너지로 작동하기를 기대합니다.

새해는 늘 희망을 약속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준비된 공동체에게 새해는 기회가 됩니다. 각자의 자리에서 묵묵히 쌓아온 사유와 실천이 서로를 만나 새로운 관계와 질서를 만들어갈 때, 우리는 다시 앞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새해에도 각자의 삶과 현장에서 건강과 평안을 기원합니다. 사유하는 용기와 실천하는 지혜가 함께하는 한 해가 되기를 바랍니다.

묵은 해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 당신의 숨결로 첫 문장을 써 내려갈 완벽한 백지가 도착했습니다.

당신이라는 존재자와 그 존재의 묵향이 세상에 가장 아름답게 번지는 한 해가 되기를 바랍니다.

[사진=이대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