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인 칼럼] 새해를 위한 제언(提言)
달력의 첫 장을 맞는 한해의 시간이 새로이오면 마음의 결정이 삶의 결을 만든다.
새해가 밝았으나, 더 높이 날 것인가, 더 나답게 날 것인가.
그 질문에 성실히 답하는 순간, 이미 우리는 비상(飛上)의 활주로 위에 서 있다.
우리는 매년 이맘때면 새로운 계획을 세우고, 더 나은 삶을 소망하지만 화려한 목표보다 선행되어야 할 것은, 우리 몸과 마음의 내면을 살피는 일일지도 모른다.
지난해 우리가 겪었던 갈등과 상처가 몸속 조금은 흐트러뜨렸을지라도,
새해라는 시간의 선물은 우리에게 다시금 '아름다운 결정'을 빚어낼 기회를 준다.
새해는 단순한 시간의 교체가 아니라 의지의 방향을 다시 세우는 순간이며, 낮은 비행을 끝내고 하늘을 향해 날갯짓을 준비하는 웅비(雄飛)의 시간이다.
달력은 바뀌어도 태도는 바뀌지 않는다면 그 새해는 이름만 새로울 뿐이므로, 희망찬 새해를 위해 우리는 먼저 무거운 것을 내려놓아야 한다.
지나간 후회, 타인의 시선, 필요 이상의 욕망은 날개에 달라붙은 짐과 같다.
깊은 사유와 침묵의 시간은 웅비를 가능하게 하는 보이지 않는 추진력이다.
누군가가 정한 성공의 궤도는 비교가 만든 기준에서 벗어나 “나는 어떤 하늘을 날 것인가”를 묻는 일이다.
새는 가벼울수록 높이 날 듯이, 비움은 상실이 아니라 비상을 위한 조건이다.
세상은 더 빠르게 날 것을 요구하지만, 쉼 없이 날갯짓만 하는 새는 멀리 가지 못하기에, 높이 나는 새는 반드시 바람의 흐름을 읽는다.
웅비(雄飛)란 단숨에 날아오르는 기교가 아니라 매일의 자신을 낮추어 다지는 반복의 힘이기에 서양에서도 새해는 결단의 시간이었다.
스토아 철학자 세네카는 “새로운 해를 기다리며 삶이 달라지길 기대하지 말라. 오늘을 다르게 살 때, 해는 이미 새롭다.”라고 말한다.
동양에서는 음력설 전후 입춘이 되면 “입춘대길(立春大吉)”을 문에 붙이는 이유는, 새봄이 시작되는 순간, 길함은 이미 시작된다는 믿음 때문이다.
그러나 고전은 『주역』에서 “군자는 종일토록 스스로 힘쓰고 저녁에는 경계한다(君子終日乾乾 夕惕若)” 하였듯이, 길함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준비된 자에게 응답한다고 말한다.
하늘은 쉼 없이 움직이고, 군자는 그에 맞추어 자신을 단련한다는 뜻이다.
공자의 말처럼, 뜻을 세우는 것이 서른이 아니라 오늘이 바로 입지(立志)의 날이 되어야 하지만, 진정한 성취는 거창한 선언에서 시작되지 않는다.
하루를 정직하게 살겠다는 약속, 한 걸음 물러서서 자신을 돌아보는 성찰, 그리고 다시 날기 위해 날개를 접을 줄 아는 지혜에서 시작된다.
해마다 맞이하는 새해이지만, 우리는 매번 새로운 설렘과 기대로 가득하다.
한 해를 마무리하고 다시 시작하는 문턱에서 우리가 되새겨야 할 두 가지 고사성어가 있다. 바로 '송구영신(送舊迎新)'과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이다.
송구영신(送舊迎新)'이라 하면 낡은 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는다는 뜻으로 쓰이지만, 그 깊은 속뜻은 단순히 시간의 흐름을 지켜보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진정한 '송구(送舊)'는 과거의 후회, 미련, 그리고 우리를 짓눌렀던 낡은 습관들을 능동적으로 떠나보내는 결단력을 의미한다.
그릇에 담긴 물이 넘치면 새 물을 받을 수 없듯, 우리 마음속에 쌓인 묵은 감정과 고정관념을 비워내지 않고서는 새해의 기운을 온전히 담을 수 없다.
지난해의 아쉬움은 성장을 위한 밑거름으로 삼고, 잘했던 일은 자양분으로 남기되, 그 결과에 안주하지 않는 마음이 필요하다.
비워진 자리야말로 새로운 희망이 깃들 최적의 장소이기 때문이다.
중국 은나라의 탕왕은 세숫대야에 '구일신(苟日新) 일일신(日日新) 우일신(又日新)'이라는 문구를 새겨두고 매일 아침 자신을 경계했다.
"진실로 하루가 새로워지려면 나날이 새롭게 하고, 또 날로 새롭게 하라"는 뜻이다.
새해의 결심이 작심삼일에 그치는 이유는 '새로움'을 일회성 이벤트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성현들이 말한 새로움은 매일 아침 세수하듯 자신의 마음과 행동을 씻어내는 '반복의 미학'에 있다.
어제보다 조금 더 나은 생각, 어제보다 조금 더 따뜻한 말 한마디를 실천하는 그 사소한 반복이 결국 거대한 삶의 변화를 만들어낸다.
긍정적인 언어와 따뜻한 마음가짐을 선택하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우리 자신의 생명 에너지를 가장 순수하고 강력한 상태로 되돌릴 수 있다.
낡은 껍질을 벗어야 새살이 돋아나듯, 우리의 낡은 생각과 게으름을 과감히 보낼 때 비로소 진정한 의미의 '영신(迎新)'이 시작될 것이다.
삶의 '답'은 이미 스스로에 있으니, 또 하나의 제언은 속도를 늦추는 용기다.
우리가 올 한 해 마주할 수많은 도전과 변화 속에서 유연하되 본질을 지키고, 천천히 끊임없이 흐르며 자신을 맑게 유지하는 물의 지혜가 필요하다.
우리 모두의 새해가 날마다 새롭고, 날마다 빛나는 시간이 되기를 기원하지만, 새해에는 거창한 성공의 서사를 쓰기보다, 내 안의 내면(內面)이 밝아지도록 세심하게 관리해 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