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영 모닝노트] 송구영신(送舊迎新), 시간의 문턱에서 독자 여러분께
한 해가 저물고 있습니다.
달력의 마지막 장이 조용히 접히는 이때, 우리는 늘 같은 질문 앞에 섭니다.
잘 살았는가, 그리고 더 잘 살아갈 수 있을까.
답은 늘 완벽하지 않지만, 다행히 시간은 우리에게 다시 시작할 용기를 줍니다.
지난 한 해는 쉽지 않았습니다.
뉴스는 빠르게 흘렀고, 진실은 종종 소란 속에 묻혔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묵묵히 하루를 살아낸 여러분의 선택과 태도는 분명 의미가 있었습니다.
작은 친절 하나, 확인된 정보 하나, 침착한 판단 하나가 세상을 조금씩 덜 거칠게 만들었으니까요. 세상은 늘 요란하지만, 변화는 대개 조용히 시작됩니다.
새해는 거창한 약속보다 지속 가능한 다짐을 권하고 싶습니다.
더 많이 말하기보다 더 정확히 듣기, 더 빨리 판단하기보다 한 번 더 확인하기. 그리고 무엇보다, 서로를 단정하지 않는 용기. 사람도 뉴스도, 한 줄로 정의되기엔 너무 복잡하니까요.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비관도 낙관도 아닌 성실한 희망일지 모릅니다.
매일의 삶을 견디고, 질문하고, 기록하는 태도. 그 성실함이 쌓여 결국 공동의 내일을 밝힙니다. (새해엔 이 성실함이 다이어트 결심만큼 오래가길—웃음 한 스푼 얹어봅니다.)
독자 여러분,
지나간 시간은 잘 보내고, 다가올 시간은 반갑게 맞이합시다.
오늘보다 조금 더 명료한 내일을 위해.
새해에도 여러분의 하루에 생각의 온기와 사실의 빛이 함께하길 바랍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그리고 늘 그렇듯, 내일의 첫 문장은 오늘의 성실함에서 시작됩니다.
오늘은 내가 좋아하는 시
윤동주 〈새로운 길〉을 권하고 싶습니다.
<새로운 길 /윤동주>
"내를 건너서 숲으로
고개를 넘어서 마을로
어제도 가고 오늘도 갈
나의 길 새로운 길
민들레가 피고 까치가 날고
아가씨가 지나고 바람이 일고
나의 길은 언제나 새로운 길
오늘도 ... 내일도 ...
내를 건너서 숲으로
고개를 넘어서 마을로 "
이 시는 거창한 결심이나 선언 대신,
어제의 나를 보내고 오늘의 한 걸음을 내딛는 태도를 조용히 말합니다.
뒤돌아보되 붙잡히지 않고,
앞을 향하되 서두르지 않는 마음—
연말과 연초, 바로 이 시간의 온도와 닮아 있습니다.
“내를 건너서 숲으로
고개를 넘어서 마을로…”
시인은 길 위에서 망설이지만 멈추지 않습니다.
새해란 결국 완전히 새로워지는 것이 아니라,
조금 더 나아가 보겠다는 선택임을 이 시는 담담히 알려줍니다.
독자 여러분께
이 시를 함께 전하며 이렇게 덧붙이고 싶습니다.
새해의 길은 이미 멀리 나 있지 않습니다.
우리가 오늘 딛는 한 발 앞에,
조용히 놓여 있을 뿐입니다.
송구영신의 밤,
윤동주의 이 시 한 편이
독자 여러분의 새해 첫 걸음에
작은 등불이 되기를 바랍니다.
샬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