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김순국 시민기자] 김순국시인의 습지탐방: 1,100고지 습지(2025. 12월)

한라산 해발 1,100미터 고지에 습지가 있는 것은 매우 희귀한 일이다. 한라산 정상아래 오름들이 있어 비를 머금었다 지하로 내리는 빗물이 여기에 고인다. 여기는 물을 가둘 수 있는 여건이 되어있다. 진흙과 같은 점토층이 물을 유지하게 한다. 그 물은 물길이 생겨 흐른다. 화산이 터질 때 불래오름에서 튕겨 나온 현무암들이 여기 모여 있다. 그들이 물의 흐름을 조정하기도 하고 물을 머금기도 한다. 그래서 산정 습지가 형성하게 된 것이다.

불래오름 [사진=김순국]

1 불래오름


저기 삼각형의 불래오름은 부처님의 제자 발타라존자가 부처의 사리를 가지고 인도에서 중국을 거쳐 도달한 곳이다. 머나먼 길 대륙 횡단과 배를 타 제주섬까지 와서 저 곳을 찾아 왔다는 전설이 있다. 지금 영실 존자암에 돌탑 안에 부처의 사리가 모셔져 있다 하여 신성한 느낌으로 나도 몇 번 간 적이 있는 곳이다. 그 당시 한라산에서 제를 모시기 위해 저 오름을 통해 갔기 때문에 특별한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부처의 제자가 왔다 해서 ‘불래오름’이라는 유래가 있다. 저 불래오름이 화산폭발 때 돌들이 튀어 내려와 이 평지에 산재한 것이다.

2 현무암 이끼

물가에 앉아있는 현무암에는 지의류(이끼)가 덮여 있다. 현무암은 구멍이 있어 지의류라 살기에 적합하다. 지의류는 땅의 옷이란 뜻이듯 바위표면에 붙어산다. 지의류는 환경오염이 되면 살지 못한다. 여기에 저들이 존재하는 것은 환경이 순수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대기 환경오염의 지표로 관찰되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동식물의 태초의 먹이사슬 출발점이다. 여기는 대기가 깨끗하므로 별을 관측하기에 적합한 곳이다.

현무암 이끼 [사진=김순국]

이 돌들은 물을 머금고 물의 속도를 조절한다. 그래서 땅의 유기물을 함양시킨다. 제주도룡뇽의 은신처가 된다. 작은 생명들이 움트고 번식해 갈 수 있는 것이다.

이끼(지의류)확대 [사진=김순국]


3. 이끼(지의류)확대 (아래 사진)

아끼는 돌의 옷을 입히며 평생 동반자다. 그러나 돌을 부식되게 하고 흙부스러기가 되게 한다. 어느 것도 영원히 존재할 수 없는 것임을 보게 한다. 천년만년 영원할 것 같은 것들도 결국 사라지는 시간의 차의일 뿐이다. 그래도 돌은 자신의 삶에서 이끼는 동반자요 생의 꽃이라 여겨 무의미하지 않았으리라. 오히려, 너무 오래 살아서 죽음을 기다리는 존재가 불행할 것이라 생각되지 않는가.

물웅뎅이 돌들의 군락지[사진=김순국]


4. 물웅뎅이 돌들의 군락지

며칠 전 물영아리 습지에 가보니 습지에 물이 다 빠져 있었다. 요즘 물이 고일 정도의 비가 내리지 않았다. 그래서 여기도 작은 물웅뎅이들이 여기저기 남아있다. 눈이 왔으니 습지는 건조하지 않아 다행이다. 습지엔 수면에 구름이 내려와 놀고 주변 나무들을 제 얼굴을 비출 때 제일 멋스럽다. 자신만이 갖는 풍경들이 있기 때문에 크고 작은 웅뎅이나 물줄기들에 눈길이 자연히 간다. 그들 주변을 밝히는 야생화들이 있으면 금상첨화다. 겨울 풍경이지만 하얀눈이 적당히 내려 위로가 된다.

습지의 옷 조릿대 [사진=김순국]

5.습지의 옷 조릿대

물이 좀 마른 곳엔 제주조릿대가 납작하게 포복을 하면서 땅을 점령한다. 한라산의 피부를 다 덮을 듯 맹렬한 기세다.

데크길에서 조망 [사진=김순국]


6.데크길에서 조망

탐방데크길은 바닥에서 1.5미터정도 높게 설치되어있어 아래를 내려다볼 수 있고 좀 더 멀리 조망할 수 있다. 습지훼손도 물론 막는다. 습지에도 물길이 있다. 자연적으로 물이 흘러 내려오는 유속이 있을 때 길을 찾아 만들었을 것이다. 나무,오름 지형이 어우러진 투명한 물길이 정겹다. 중국인들은 이 곳을 매우 신기해한다. 하루에도 수십대의 관광차에서 인파들이 쏟아져 열을 지어 관람한다. 저들 나라의 광활하나 부조화스러움 비해 아기자기하면서 자연의 아기자기하면서도 깨끗한 아름다움을 충분히 만끽할 수 있어서 그러하리라.

양서 파충류 [사진=김순국]
동물들 [사진=김순국]

7.양서 파충류 8.동물들

노랑텃멧새, 흰눈썹황금새, 큰부리까마귀, 곤줄박이, 노루, 오소리 등이 서식한다. 까마귀와 노루는 많이 보인다. 새들의 울음소리 중에 직박구리는 어김없이 들렸다. 휘파람새도 소리를 들었다.

야생화류 [사진=김순국]


9 십지의 야생화류

습지의 야생화 표지판에서 바위미나리아재비, 꽃창포, 자주땅귀개, 한라부추가 여기 산다. 꽃창포는 여름에 ,한라부추는 가을에 보랏빛을 아련하게 발산하며 핀 것들을 여기서 많이 볼 수 있었다.

습지의 나무들

나무들은 곶자왈에서 볼 수 있듯이 긴 가지들을 넌출넌출 사방으로 춤을 추듯 뻗어있다. 서어나무들이 가는 몸에 긴가지들을 길게 늘여 다른 나무들과 겹쳐보인다. 표지판이 붙어있는 나무들 중 서어나무, 윤노리나무,정금나무, 참빗살나무들의 윤곽을 소개한다.

서어나무 [사진=김순국]


10.서어나무(위 사진)

가느다란 몸매에 긴 팔들을 아무렇게나 뻗어대는 이 서어나무들이 많이 보였다. 안개속에서는 나무들이 물 속에서 수영하듯 팔들을 꿈틀대는 것 같았다.

윤노리나무 [사진=김순국]


11.윤노리나무(위사진),

겹쳐누운 것 같은 나무들...윤노리용 나무조각을 만드는 용도로 쓰인다. 꽃은 하얀색으로 아주 작고 귀엽다. 겨울에 빨간열매를 달고 있다.

정금나무 [사진=김순국]


12.정금나무(위 사진),

토종블루베리로 불리우는 까만 열매를 달고 있다. 가을단풍이 아름다워 큰 간판을 달았나보다.

참빗살나무[사진=김순국]


13.참빗살나무(위 사진)

노박덩쿨과이며 낙엽 활엽 떨기나무, 참빗 만드는 용도로 쓰였다. 짙은 분홍색 열매가 10월에 맺힌다.

그 외 빨간 열매와 까만 열매가 달려있는 나무들이 눈을 끌었다. 그 열매들은 겨울새들의 고픈 배를 채워줄 귀한 양식 같았다.

나무의 까만열매들 [사진=김순국]


14.나무의 까만열매들

수면에 뜬 풍경[사진=김순국]


15.수면에 뜬 풍경

나는 이렇게 물에 잠긴 나무와 구름들이 떠 있는 모습이 너무 좋다. 목가적인 여유를 누리는 것처럼 물그림을 감상하곤 한다. 이런 곳에 양서류와 파충류가 산다. 제주도룡뇽, 큰산개구리, 청개구리, 무당개구리, 유혈목이,쇠살모사 등이 산다.

수면의 흐름 [사진=김순국]


16.수면의 흐름

습지의 식생환경은 독특한 물순환환경으로 지의류와 교목 그리고 관목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

빗물에 흘려내려온 흙들이 두덩이가 되고 거기에 씨앗이 머무르면 나무나 꽃이 자라게 된다. 세월이 어느덧 그들에게 군락을 이루도록 하는 것이다. 습지를 관찰하다 보면 생명이 어떻게 순환되는 지 알게 된다.

교목, 관목군락 [사진=김순국]


17.교목,관목군락

습지를 보호해야할 이유가 있냐고 묻는다면? 그 습지가 원시성을 유지하고 있는지, 보호해야할 식물과 동물, 그리고 생태지리학적 의미가 있다면 마땅히 잘 지켜야 지구의 유산이며 인간의 생존여부도 관계되기 때문에 중요한 문제다. 우리 후손들도 지구에서 행복을 누려야 할 권리가 있다. 맑고 깨끗한 물이 생명의 근원이듯 습지에서의 다양한 종류의 생명들은 우리처럼지에서 공유할 권리가 있다. 공존의 아름다움이 잘 유지되었으면 좋겠다. 일상에서의 피로를 이런 청량한 곳에서 걸으면서 해소시킬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삶을 힐링 해주며 축복받는 것인가...네가 부르면 바로 달려올 수 있는 가까이에 있음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