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김순국 시민기자] 김순국 시인의 습지탐방...제주도 구좌읍 하도리 철새도래지
하도리 철새도래지는 제주시 천연기념물이다. 구좌읍 하도리 53번지, 970번지, 종달리 1439번지 등에 걸친 습지대다. 여기에 산물이 내려오고 용천수인 탕탕물이 솟구친다.
강물이 바다와 만나는 지역에 철새들의 먹이인 새우류, 조개류, 파래, 검정 말둑 등이 다양하게 많다. 갯바위들도 있어 새들의 쉼터로 적격이다. 동쪽에는 지미봉이 병풍처럼 아늑한 느낌을 준다.
철새들이 모여있는 습지는 오목하게 파인 밀물과 바다가 만나는 곳이다. 천혜의 새들의 서식지다. 짠물이 거친 파도에 밀려올 수도 있으나 강물이 밀어내는 힘이 있어서 수로가 길게 형성되어 진흙이 쌓여 갯벌이 된 것이다. 갯벌엔 먹이가 많아 새들이 찾아온다.
탕탕물은 물이 탕탕하게 솟아 난다 하여 붙여진 이름으로 해석하고 싶다. “산물은 맥이 뛰는 물고기 같았다. 숭어 비늘이 반짝하며 탱글거렸다. 마중나온 바다가 갈대숲에서 산물을 포옹한다.
산물은 내가 그랬듯이 이 섬을 떠나 새들이 날아온 넓은 세상으로 가고 싶을 것이다. ” 지미봉까지 동녘으로 습지가 넓게 형성되어 갈대가 장관을 이룬다. 갈대들은 가고 오고 자유로워지라고 푸근한 머리채를 흔든다.
물이 근원지쪽으로 걸어가면 물이 갈래져 내려오는 것을 양쪽으로 볼 수 있다. 이 용천수인 탕탕물에서 10여분 올라가면 명법사란 절이 있는데 그 입구에서도 물이 힘차게 내려오고 있었다.
물가엔 갈대들이 보드라운 갈색머리를 날리고 그들의 정강이쪽에는 오리들이 떼를 지어 대여섯마리가 오붓하게 먹이를 먹고 있었다. 갈대숲 너머로 저들을 바라보는 걸 재빨리 알아차리고 휘리릭 모두 반대편 갈대숲을 건너가버렸다.
오늘은 왜가리같은 하얀 새들이 별로 보이지 않았다. 부리가 넓적한 저어새도 11월에 왔을 때는 많더니 물닭과 몸통이 미색인 홍머리 오리, 천둥오리만 식별이 가능했다. 오리들은 일가족이 떼 지어 다니는 걸 보면 가족애가 깊은 족속인 것 같다. 오늘은 물닭들이 수 백 마리로 많다. 다양한 종류의 새들은 구별이 안되는 것인지 한참을 앉아서 카메라 줌을 늘여 보았다.
이 하도리 철새도래지는 국제적인 새들의 휴양지다. 그런데 8킬로 거리 가까운 곳에 제2 공항을 건설하려는 국가사업은 멀리보지 못하는 정책이다. 유보되고는 있지만 새들이 비행기 엔진에 끼어들어 사고가 나는 위험은 예측되는 일이 아닌가. 해마다 30여종 4~5천마리의 새들이 남하하여 이 곳을 찾아 겨울을 길게 또는 짧게 머물다 간다. 아름다운 자연의 생태는 돈을 주고 살 수 없는데 자본의 논리가 제주도를 위협하고 있다.
동쪽으로 보이는 지미봉은 땅의 끝이란 한자의 뜻처럼 제주올레길이 시흥(올레1코스)에서 시작되어 지미봉에서 마무리(올레 21코스)가 된다. 성산일출봉에 일출에 못가면 올레1코스의 말미오름에서 일출을 본다. 너무 교통이 혼잡하여 일출봉 진입이 안될 때는 말미오름으로 가곤했다.
철새도래지에는 물의 깊이가 1미터정도로 낮고 갈대가 우거진 돌 섞인 진흙섬이 있다. 그 그늘이 오리들이 놀기에 좋은 모양이다.
민물이 내려오는 상류쪽에는 물길이 양쪽으로 나뉘어져 있다. 사람들이 다니는 길이 수로를 나눈 것인지 물가에 갈대가 군락을 이룬다. 물닭과 홍모리오리들은 민물이 내려오는 수로의 갈대숲 아래 도란도란 모여있었다. 갈대너머로 그들을 찍으려들자 어찌나 눈치가 빠른지 후다닥 줄을 지어 저 너머 갈대숲위로 날아가버린다. 내 발자국소리를 귀신 같이 들었나보다.
오리들이 배의 선두가 나아가듯 양쪽으로 뱃머리가 긋는 선을 날개처럼 그리며 나아간다. 그들이 그리는 물위의 선들이 마름모꼴이 된다. 선두가 긋는 선이 만나는 지점에 다른 오리가 선을 그린다. 선이 이어진다. 연대가 되는 것이다.
누가 새머리를 멍청하다 하는가. 머나먼 시베리아쪽에서도 날아오는 새들이 해마다 이 곳을 찾아올 수 있는 것은 시력이 좋아서일까. 네비게이션이 머릿속에 있는 걸까? 이 손님들이 편안히 머물다 돌아갈 수 있는 환경을 지켜내야 한다. 그들과 공생할 수 있는 이 섬을 지켜야 할 당위성은 절박하다.
11월 초, 민물도요의 아침식사를 보았다.
“민물도요 주둥이 아침을 쪼아댄다. 허연 파래 스티로폼가루 술찌거미 먹은 아이처럼 배만 뽕꾸락.” 새들의 먹이도 빨간불이 켜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