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영 문학 박사, 중앙대예술대학원장 [사진=더코리아저널]


[이대영 감성일기] 밤의 길목에서, 걷다 앉아서 쓰다.

#1

나여 그대여 우리들이여. 어두운 밤의 협곡을 지날 때, 두렵다 생각 말고 하늘의 별을 보자. 저 별빛이 반짝이며 지구에 도달하기까지 그 얼마나 많은 슬픔과 외로움을 홀로 이겨냈겠는가.

어둠이 가장 짙을 때 새벽이 시작되고, 긴 밤의 울음이 그치면 어김없이 아침은 온다. 하늘빛 군사들이 도열해 있는 그곳으로 쉼없이 걷자.

의인은 아직 멀리 있으나, 장부는 때론 몸을 굽히고 분수를 지키며 하늘의 명을 기다릴 줄도 알아야 한다. 도적들의 달콤한 유혹에 귀를 빼앗기지 말자. 인과응보에 시차는 있으나 오차는 없다.

바람이 서늘도 하여, 교정의 예대원 장미화원, 뜰 앞에 나섰더니, 불현듯 별빛이 참 곱다. 다시 연구실로 걷는 길, 별이 좌우로 도열하여 길을 열어주자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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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카카오톡 미치겠네. 자기가 맘대로 업그레이드 바꾸고. 이름이 내 전화번호부와 달리 제멋대로 들어가 있어 이걸 어떻게 다 바꾸냐고. 누가누군지도 모르겠네. 아휴. 미래가 암울하다. 지지리 못난 권력자가 미래 세상을 제멋대로 바꿀 것 아냐.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 소설 리미노이드 속 네사루 게이츠처럼. 입에서 절로 욕이 나오네. 에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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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결혼을 앞둔 예비부부와 선친 묘소에 가다. 오후에는 함께 큰댁으로 인사를 가다. 아들이 집안 어른들께 예쁜 청첩장을 드리다. 예비부부와 주고 받는 사랑학개론과 부부학개론에 덕수이씨 가족들 많이 웃다. 그렇다. 마른 떡 한 조각이 있어도 다정한 집이, 육선이 그득한데도 다투는 집안보다 낫다. 덕담에 시간가는 줄 모르다.

페벗들도 곧 다가올 한가위, 온 가족이 아늑하고 다정하게 보름달을 보며 남은 한해의 소원을 빌고 함박웃음으로 행복하길 기원드리다. 특히 북녘 하늘 아래 사는 얼굴 여윈 동포들, 나아가 지구촌 전역의 달빛에 젖어 슬픈 얼굴들에게도 한가위만큼은 평안하고 풍요하고 행복하길 기도하다.

행복과 풍요는 많이 가진 데서 오는 것이 아니라, 나눌 줄 아는 데서 온다. 나만의 풍요가 영원히 지속될 것이라 믿는 순간, 그것은 곧 휴브리스가 되고, 그 오만은 반드시 균형을 회복하려는 기운에 의해 응보를 불러온다. 그래서인지 나라가 안팍으로 어지럽다. 욕망·권력·탐욕이 가히 신의 질서와 인간의 법과 제도를 제멋대로 파괴하며 휴브리스의 세상이 오는 듯하다. 달이 차면 이지러지듯, 인간사도 흥망성쇠가 있다. 누구이든 절제하지 못하고 부도덕하게 흥청망청하면 곧 네메시스의 시간이 시작된다. 유념하라. 인과응보에 시차는 있으나 오차는 없다.

추석연휴. 바쁜 현대인 모두에게 매우 소중하고도 절실한 피정의 시간이다. 달을 바라보는 순간, 우리는 모두 같은 하늘 아래 있다는 것을 안다. 같은 마음 가진 모든 이들에게 기쁨과 나눔의 시간이 되길 소망한다. 이 열흘의 치열한 고요함이 개인이든 나라이든 새 혁명의 시원이 되기를 바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