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준 언론정보학 박사, 경영컨설턴트 [사진=더코리아저널]


[김세준 종횡무진] 50살이 넘으면 철학과 인문학을 공부해야 하는 이유

1. 생의 전반부와 후반부의 전환점

오십은 인생의 절반이 넘어선 자리다. 청춘의 에너지가 쇠하고, 욕망의 불길이 잦아드는 시점, 그 자리에 비로소 ‘사유(思惟)’의 불빛이 켜진다.

젊을 때는 생존과 성공이 삶의 전부였지만, 오십 이후에는 ‘왜 살아야 하는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가 더 절실한 질문으로 다가온다.

철학과 인문학은 그 질문에 답하기 위해 존재한다. 돈과 명예가 아니라 의미와 방향을 찾기 위한 나침반이기 때문이다. 젊을 때는 세상을 향해 나아가는 공부를 했다면, 이제는 자기 자신을 향해 되돌아오는 공부를 해야 한다.

2. 철학은 삶의 해석학이다

오십이 넘으면, 사람은 누구나 상처와 상실, 후회와 그리움을 안고 산다. 철학은 그것을 단순한 고통이 아니라 ‘의미의 가능성’으로 바꾸는 힘을 준다.

하이데거가 말했듯, 인간은 ‘죽음을 향해 가는 존재’이기에 삶은 언제나 ‘유한성의 자각’ 위에 세워져야 한다. 이 자각이 깊어질수록, 인간은 오히려 더 자유로워지고, 더 책임 있게 살아간다.

철학을 배우는 것은 삶의 사건들을 ‘이해의 지평’ 속에 재배치하는 일이다. 사랑의 상처도, 실패의 흔적도, 부모의 죽음도, 자식의 성장도 모두 하나의 존재론적 체험으로 다시 읽히기 시작한다. 이것이 철학이 주는 가장 깊은 선물이다.

3. 인문학은 인간의 품격을 지켜준다

세상이 점점 속도와 효율로 미쳐 돌아갈수록, 인문학은 우리를 인간으로 묶어두는 마지막 끈이다. 문학은 타인의 고통에 공명하는 법을 가르치고, 역사는 반복되는 인간의 어리석음을 깨닫게 하며, 예술은 삶의 허무 속에서도 아름다움을 발견하게 한다.

오십 이후의 인문학 공부는 ‘삶의 품격 수업’이다. 젊을 때는 기술과 스펙이 중요했지만, 이제는 사유의 깊이와 말의 품위, 관계의 온도가 중요해진다. 나이 들어서도 매력적인 사람은 지식이 많은 사람이 아니라, 세상을 깊이 이해하고 말과 행동이 조화로운 사람이다.

4. 철학은 노년의 외로움을 의미로 바꾼다

나이가 들수록 친구는 줄고, 가족도 각자의 삶으로 떠난다. 이 고요한 빈자리 속에서 철학은 동반자가 된다. 칸트의 ‘도덕법칙’, 사르트르의 ‘자유’, 레비나스의 ‘타인에 대한 책임’은 모두 고독 속의 대화이다. 그 대화를 이어가는 사람만이 외로움을 사유의 공간으로 바꿀 수 있다.

철학은 노년을 준비하는 공부가 아니라, 노년을 새롭게 창조하는 공부다. 나이 들어 철학을 배우는 사람은, 늙지 않는다. 그의 영혼은 여전히 질문하고, 여전히 사랑하기 때문이다.5. 사유하는 노년, 품격 있는 삶

오십 이후의 철학과 인문학은 삶의 두 번째 봄을 여는 열쇠다. 이제는 속도가 아니라 방향, 경쟁이 아니라 통찰, 소유가 아니라 존재의 문제로 돌아가야 할 때다.

철학은 삶을 깊게 하고, 인문학은 사람을 따뜻하게 만든다. 오십 이후의 공부란 젊음의 연장이 아니라, 지혜로 가는 길의 시작이다.

(출처 김주덕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