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대원 작가, 독서지도사 [사진=더코리아저널]
[변대원 독서일기] 청소할 때 '이런' 생각을 한다
- 중요한 건 마음이 머물 자리를 만드는 것
청소기를 돌린다.
이사를 해서 예전보다 집이 좀 넓어졌지만, 오히려 청소하긴 훨씬 더 편해졌다.
많이 해본 사람은 알지만, 청소의 난이도는 넓이가 아니라, 복잡성에 기인한다.
공간이 넓어지면 오히려 복잡성은 낮아진달까? (물론 모두가 그런 건 아니다 ㅎㅎ)
이곳저곳을 청소기를 들고 왔다 갔다 하면 왠지 '먼지가 빨려 들어가듯 내 마음속 잡념도 날려버리자' 같은 생각을 할 것 같지만, 실제로는 전혀 다른 생각을 한다.
'어디가 더럽지? 어디 머리카락 떨어진데 없나? 여기는 왜 얼룩이 생겼지?'
이런 생각들이다.
내 마음을 들여다볼 여유 같은 건 없는 것이다.
오늘도 청소기를 돌리며 집안 구석구석을 살핀다.
분명히 며칠 전에도 했는데, 어쩜 이렇게 금방 먼지가 쌓이는지 놀라울 뿐이다.
아이들이 어질러 놓은 옷을 치우고, 아무렇게나 벗어놓은 양말을 빨래통에 넣고, 어제 피곤해서 소파에 대충 던져둔 걷은 빨래들을 정리한다. 완벽하진 않지만, 바쁜 일상 중에 이렇게 잠깐이라도 시간을 내서 청소를 해두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청소할 때 마음도 청소해야지라고 굳이 생각하지 않아도 결과적으로 깨끗해진 거실과 방을 보면 내 마음도 정돈된 느낌이 드는 것이다.
우리는 종종 마음을 마음으로 다스리고자 애쓴다.
하지만 마음이란 녀석은 줏대가 강해서 같은 마음으로는 도무지 붙잡을 수 없다.
오히려 마음을 붙잡는 가장 좋은 방법은 마음이 머물 좋은 공간을 마련해 주는 것이다.
방을 깨끗이 청소하면 그곳에 마음이 머물 자리가 생긴다. 부엌이 반짝거리면 그곳에 마음이 가게 된다.
혼자 조용히 커피 향을 음미하며 쉴 수 있는 카페나 딱 트인 한강공원, 아니면 주변이 내려다보이는 옥상도 괜찮다. 그저 마음이 조용히 머물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줄 수만 있다면, 마음은 잠잠해진다.
우리가 새집에 가면 설레는 이유는 그곳이 새로워서라기보다 마음이 머물 공간이 훨씬 많다고 느껴지기 때문이다. 정작 이사하고 며칠만 지나면 처음의 설렘은 온데간데없고, 일상만 남는 이유는 그 때문이다.
청소의 본질은 비움이다.
비움의 목적은 그 공간의 처음처럼 마음이 머물 수 있는 자리를 확보하는 것이다.
집에 들어가도 마음이 편하지 않다면 물리적으로 혹은 관계적으로 마음이 쉴 공간이 없다는 뜻이다. 그래서 더 소홀해지는 경우가 많고, 그 공간 자체가 문제라고 치부해 버리기도 한다. 마음이 머물지 못하면 소홀해진다. 집이든, 사람이든, 책이든, 물건이든. 반대로 마음이 오래 머문 자리는 소중해진다.
지금 내 마음은 어디에 머물러 있는지 되물어 본다.
또한 나는 어디에 있을 때 가장 마음이 편한 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