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문호 렌즈세상] 정영신의 “할매야~ 오데 갔노' 사진 설치전에 모십니다.
사단법인 ‘땅 사람 생명’ 발기에 맞추어 기획된 정영신의 '할매야~ 오데 갔노' 사진 설치전이 오는 11월 8일(토)부터 12월31일까지 '백암길사람사진관'(아산시 염치읍백암길185)에서 열린다.
정영신의 “할매야~ 오데 갔노”전은 그때 그 사람을 그리워하는 작가의 서러움이 절절하다. 땅과 더불어 살아 온 촌사람들의 인간미 넘치는 정경은 급박하게 돌아가는 현실에 치여 잊고 살았던 고향을 떠 올리게 한다. 고향은 도시라는 공간과는 다른 원초적인 생명력과 한이 고여 있고, 끈질기고도 훈훈한 정감과 애환이 숨 쉬는 곳이 아니던가?
사진을 보면 고향처럼 마음이 편안해진다. 누구처럼 강요하지도 않고 비틀지도 않는다. 예술에 대한 강박관념이 없어 꾸밈과 가식이 없다. ‘무기교의 기교’라 듯 다소 지루해도 물리지 않는 편안함과 넉넉함이 있다. 사방이 초록으로 물든 논에서 써레질을 하고, 검정고무신을 신고 정강이까지 올라간 몸빼바지, 무거운 모를 이고 함박 웃음을 짓는 모습 등은 고향이 주는 따뜻함이자 우리 민족이 살아 온 정겨운 모습이다.
정영신의 사진을 사단법인 “땅 사람 생명‘ 발기에 즈음하여 초대한 것은 시사 하는 바가 크다. 땅이 제구실을 못하고 투기의 대상이 된 것이 어제 오늘만의 일은 아니지만, 사람보다 돈의 논리로 살아가는 각박한 세상을 그냥 두고 볼 수만 없지 않겠는가?
‘땅 사람 생명’은 농본(農本)의 정신이 무너진 현실을 안타까워하는 이들이 모여 농사와 문화를 잇는 가교 역할을 하며, 사람이 사람 답게 사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작은 시민 운동이다. 먼저 법인체를 만들게 된 계기는 삼 개월 전, 돌아가신 농민운동가 천규석 선생의 숭고한 뜻을 기리며, 선생의 농본 정신을 이어받기 위함이다.
인류가 천지 자연 속에서 뭇 생명과 더불어 공존을 가능케 하는 것은 바로 농본주의에 있으나, 그 근본이 무너진 지 오래다. 시골에 학교와 젊은이가 사라지고 오일장마저 하나 둘 사라지고 있다. 농업의 현대화와 농협이 주도하는 시장화로 농업 구조가 바뀐 데다, 무차별적인 농약 살포로 유기농마저 실천하기 쉽지 않은 실정이다.
설립에 따른 배경은 정영신씨가 기증하기로 한 정선 동강 변에 자리한 윗 만지산 부지가 발단이었다. 그곳을 활동 근거지로 삼아 유기농 먹거리를 나누고, 농사 절기마다 축제를 열어 인간적인 교류를 갖거나, 토종 씨앗을 찾아내어 보급하는 등 여러 가지 사업을 추진하려 한다.
그리고 내가 기록한 ‘두메산골사람들’과 정영신의 ‘어머니의 땅’, ‘한국환경사진가회’에서 기록한 동강과 우포 늪의 자연 생태사진 등의 판권 일체를 증여하여 “땅, 사람, 생명”에 대한 자료 데이터베이스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밑거름을 뿌린 것이다. 본인이 25년 전 찍어 둔 ‘두메산골사람들’이야말로 농본의 삶을 산 표본에 다름없다.
산과 강에 막혀 화전으로 농사를 지어야 했던 그분들이 유기농을 실천한 가장 오래된 소농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정영신씨의 ’어머니의 땅‘ 역시 땅과 더불어 살아온 소농의 삶 자체다. 그 외에도 ’땅, 사람, 생명‘에 관한 다양한 작품을 섭외 유치하여 명실상부한 농본 기록의 전당이자 터전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다. 관심 있는 분의 많은 참여를 바란다.
저물어 가는 가을을 맞아 전시장에 조촐한 술 상을 차립니다.
함께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