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길주 배재대 명예교수 [사진=더코리아저널]


[특별기고 이길주] 신라 금관과 만파식적의 한류 비젼

이길주 (배재대 명예교수)

신라금관 모형을 선물로 받은 미국 대통령이 “노 킹스”를 외치는 국민들의 비난에 직면하고 있다고 합니다. 신라금관은 아름다움과 예술성, 역사성으로 판단되어야 합니다. 왕권의 상징임과 동시에 하늘을 우러른 신라금관의 조형성과 예술성과 종교적 상징성에 대한 계몽이 필요한 듯 합니다.

천마도와 함께 출토된 신라금관에 조형된 세계수-우주목 디자인은 샤머니즘의 근원지인 한반도 북방 시베리아의 우주목 신앙에 연결되어 한국을 비롯한 북아시아 옛 문양입니다.

또는 북미 인디언 토템과 샤머니즘 문화권에도 광범위하게 그 상징성이 전파되고 발전된 것으로 연구되었습니다. 캐나다 국민화가가 즐겨 그린 토템폴 – 솟대는 그곳 인디언들의 세계수-우주목 디자인을 재현해 화폭에 형상화한 것입니다.

분단 극복과 평화통일의 과제를 품은 여기 한반도의 귀한 보물이며 과제해결의 열쇠가 되는 신라 유물의 인류문화유산적 예술성과 미학적 가치를 미국인들에게 설명해 줄 필요성을 느낍니다. 그것은 신라 지배층의 유산이지만 만파식적과 함께 고대 신라와 한반도 조상들의 보편적 신앙과 미학을 담고 있는 고도의 예술작품이며 신성한 의물입니다.

신라에는 만파식적 또는 만파파식적이라는 피리가 있었고 이 대금이야말로 세상의 파란을 잠재우고 평안하게 하는 소리를 내는 피리였습니다. 만파식적 음악이 치병, 평화, 안녕의 도구로 쓰였다는 것입니다.

한국적 가락과 서사가 담긴 케데헌이라는 영화와 그 음악이 한국 굿당과 절의 삼신각에 흐르는 전통 민족정서와 가락과 그 스토리텔링에 바탕을 두었다 합니다. 신라금관과 피리의 예술성과 조형성의 탁월함에 이어 근현대의 호작도와 민예품에 담긴 한국적 아름다움이 세계인들에게 공감되고 있습니다. 아름다운 예술이 세상을 구원한다는 문학과 철학의 명제와 닿아있습니다.

이 시대에는 실로 화려한 금관보다도 거리에서 유토피아에 대한 희망을 노래하는 케이 팝으로 세계인들의 환호를 받는 우리 청년 한류스타들과 함께 스포츠 영웅들이 자랑스럽습니다. 분단 현실 속에 한과 슬픔을 갈무리하며 아름다운 인간과 유토피아에 대한 희망을 노래하는 케이 팝 선율이 퍼지며, 작가 한강이 세계문학과 지성을 이끄는 선두에 서 있습니다.

이제 한국문화의 저력을 확인하며 동시에 그 뿌리를 살펴 미래를 설계할 과제가 대두되고 있습니다. 금관의 화려함은 강한 권력과 금권의 상징화를 추월한 예술성과 제천 신앙 또는 하늘을 향한 기원과 찬양과, 민족의 원류 철학 홍익인간에 대한 강한 의지를 표명하는 것으로 인류의 문화유산입니다.

한민족의 지배적 원형질은 북방 유라시아 대륙에 연결되어 있습니다. 물론 고인돌의 지석 문화와 쌀농사 등 남방 문화의 유입이 우리 문화의 저변에 깔려 있지만, 단군신화의 곰과 호랑이-곰이 웅녀가 된 이야기-는 솟대와 장승의 상징적 의미와 함께 북방 유라시아 대륙의 신화와 긴밀히 연결되어 있습니다. 고고유물들 속에 한반도 청동기 유물과 신라금관 조형미는 유럽에서 한반도까지 연결된 유라시아 초원 문화적 양식입니다.

원래 구리는 기원전 6천년쯤 오늘의 중동 지방에서 채취되어 이후 주석을 합금시켜 청동으로 만들어 여러 용도로 쓰기 시작하여, 그것이 흉노와 스키타이인들에 의해 이후 유럽과 중앙아시아, 시베리아를 거쳐 기원전 1천년쯤 동아시아, 한반도까지 전래된 것입니다.

청동기 문화 시대에 인류는 비로소 가축의 축력으로 정착농경이 발달하며 원시 종교와 예술이 출현하고, 도시문명이 발달하기 시작하여 한반도엔 이 시대가 고조선 시대이고 잔무늬거울(다뉴세문경)이 이를 반증하는 유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후 스키타이 황금문화에 연결된 신라의 금관문화까지 이 땅에선 화려한 유라시아 문화적 영향권 속에 금속 문화가 발전한 것입니다. 그것은 스키타이족이 동유럽에서 알타이를 잇고 유라시아 스텝로드를 통과하는 ‘초원의 길’인 북방 노선(실크로드는 남방노선)으로 모피, 악기, 보석의 교역이 약 1만키로 거리를 오가며 만든 문화교역로입니다. 유라시아를 개방한 스키타이문화는 고대 이란계 유목민족의 주도로 동슬라브족등 여러 종족이 연합해 동양과 서양을 잇는 광대한 문화권을 융합, 형성되어 있었음을 반증합니다.

​신라 금관의 상징성

북방의 신목- 미주대륙까지의 토템 폴과 한반도 솟대 상징성은 신라 금관 상부의 나뭇가지 조형 상징성과도 유관하고, 스키타이 황금문물의 소재와 디자인을 닮아 있습니다. 신라 금관의 나무가지 모양 장식은 시베리아 제민족의 신목 구도와 양식과 유사합니다. 또한 금관에 붙어있는 뿔 모양 장식은 예니세이 무당들이 진짜 사슴뿔을 장식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는 처음 독일인 학자 헨체(C. Hentze)가 경주 금관총 출토 금관에 주목하여 시베리아와 유라시아 제민족의 세계수(World tree)와 연관시켰던 것입니다. 고고학자 김병모金秉模 교수는 한반도 무교Shamanism의 시작을 청동기 시대: 청동거울, 청동방울에서 찾는 한편 신라 왕족의 금관 모양 山, 出 字形의 상징성을 부랴트 족과 에벤키 족의 무당의 관모冠帽, 신화와 직통됨을 지적하였습니다.(김병모, 「한국인의 발자취」(서울: 집문당, 1994), 148-149 쪽. 김열규金烈圭 교수는 시베리아의 새(鳥) 형 무당의 모자와 사슴뿔 형 무당의 모자, 이 두 형식의 무당관冠이 신라 금관에 이르러 복합 내지 종합된 것이라 하였습니다.

특히 여러 새가 앉아 있는 금관(천마총과 서봉총의 금관)은 이를 새 형 모자의 영향으로 김병모 교수는 그것을 스키타이-바이칼- 신라로 흐르는 문화의 맥으로 주장하였습니다.(「한국민족의 기원과 형성(下)」P.49)

금관의 出 字모양은 시베리아 큰사슴뿔 모양의 재현인 것이며, 우주목/세계수의 가지이기도 하여 상징성과 모양은 곧 솟대의 그것과도 부합됩니다. 시베리아 부랴트 민족의 천막인 겔 속에 세워져 하늘로 향한 나무는 샤먼이 타고 오르는 우주목이고 이 우주목은 결국 생명과 불사의 나무가 되고, 대지 위에 그 나무는 솟대가 되어 그 위에 얹혀진 오리를 비롯한 새가 되는 무당의 천계여행을 돕는 것입니다.

이러한 관념들이 대전 출토 농경문 청동기와 신라 금관에 복합적으로 표현된 것으로 해석합니다. 다시 말해 그것은 땅과 하늘을 연결하는 나무와, 천계에 인간의 염원을 전달하는 새에 대한 숭배 즉 신목과 신조 사상을 표방하는 것으로 한반도에선 뚜렷한 솟대 조형미를 만들어 전승되고 있고, 북아메리카 인디언 토템 폴 문화에서도 엿보입니다.

근래의 유전생물학의 연구에 의하면 북미 인디언과 투바인들의 미토콘드리아 DNA 비교연구 결과 원시 투르크 종족을 공동 조상으로, 원시 아메리카 인디언들은 주로 알타이 – 사얀 지방을 발상지로 간주되기도 합니다. 바이칼로 이어지고 알라스카로 이어지는 콜리마 산맥과 스타노보이 산맥 등 고원지대로 이어진 이동루트를 상정하고 있습니다.(일리야 자하로프Ilya Zakharov, <러시아 과학, 2003-1>) 이 원시 투르크 종족의 후예가 유럽을 위협한 훈족을 포괄한 흉노족이고, 그들은 신라 건국에 관련된 것으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고조선과 낙랑의 역사와도 유관하며. 이미 신라금관 조형성으로 표상된 솟대와 무조, 나무와 새 숭배 문화는 한반도에서 시베리아와 미주대륙까지 공유된 것입니다. 다만 한반도에서 점차 농경문화와 결합되어 솟대 새는 오리로 남고 평화와 안녕의 이미지로 더욱 정교해진 것입니다.

신라금관에 표명된 우주목과 솟대의 상징성은 왕권과 권력의지보다는 평화와 풍요, 나아가 인간에 대한 무한한 연민과 사랑을 간직한 한민족 최고의 디자인입니다. 더욱이 그 연원은 북방 만주 시베리아로 연결된 유라시아 대륙의 최고의 미학을 담아낸 북방계 기마 유목민족 유전자 형성 루트를 보여준다 하겠습니다.

금관과 만파식적의 한류문화

그간 한류 현상과 아울러 아시아-동양의 정신문화와 인문의 정신이 이미 서구 지성들의 깊은 관심 꺼리였습니다. 한류 산업의 문화적 콘텐츠를 위하여도 다양한 종교와 예술의 근원에 대한 이해가 다시 중요한 시대입니다. 지금 돈이 되는 ‘한류’만 남은 양상이 확대되고 있습니다. 그건 문화가 아니라 곧 사라질 돈벌이 수단일 뿐입니다. 유라시아 대륙의 고대적 상상력을 살리고 우리 문화 속 원형질적 열정과 믿음, 그 유산의 뿌리에 대한 고찰과 지구촌 위기 시대의 인류생존에 대한 냉철한 판단과 현실인식이 필요합니다.

신라의 금관과 천마도, 만파식적의 상징성과 그 영향력은 아직 살아있고 한류의 힘과 영속성의 원천이 되어 세계를 아름답고 평화롭고 풍요하게 만들 수도 있습니다. 신라와 경주의 역사 속에는 유라시아를 관통한 인류사의 밝고 아름다운 긍정론이 연루된 유토피아가 상정된 고도의 미학과 철학이 숨겨져 있기 때문입니다. 신라의 미학은 감히 고도의 철학과 관련된 인류역사의 미학적 백미를 보여준다할 것입니다.

홍익인간과 소도문화 속 자연과 생명 존숭과 같은, 천지인天地人의 수직적 위계를 인정하고 자연과의 공생을 표방하던 고대 정신한류의 뿌리를 살펴보고 아름다운 인류애를 선도할 한류를 소망합니다. 한국 전통문화와 정신 속에서 인류평화의 소재와 비젼을 찾아내고 인류공생의 담론이 살아 있는 세계관과 예술미학을 표방하는 한류로 세계인들에게 널리 이해와 감동을 불러일으켜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