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문주 크리에이터, 바나나롱 갤러리 대표 [사진=더코리아저널]


[강문주 갤러리] 모든 것은 잊히지만 흔적을 남긴다.

우연히 다친 일로 통증은 흰머리를 남겼고, 만났다 영영 잊은 줄 알았던 누군가가 꿈에 잠꼬대까지 하게 등장한다. 그리고 옆자리가 더욱 느껴지는 그가 매해마다 오고

그리고 처음인 가을 오늘이다.

토요일 아침 라디오를 들으며 윤상 디제이가 들려주는 달콤한 음악에 달달한 음악에 초코빵을 먹으며 시달린 나를 달래주고 있다. 무라카미 하루키씨가 말했다. “고독한 걸 좋아하는 인간 같은 건 없어. 실망하는 게 싫을 뿐이야,“ <노르웨이의 숲>(1987)

수많은 실망을 반복하고 남은 흔적을 툐요일 아침에 달달함으로 나를 달래주는 것은 토요일에 참 잘한 일일 것이다. 우리는 휴일 즘에 가을 쯤에 자신을 좀 챙겨주는 것이 좋다.

지금 티비에 박찬욱감독과 이병헌배우가 나오는데 박찬욱감독 영화는 무서워 몇편 못봤지만 감독의 까만 머리가 몽땅 하얘진걸 보면 어려움이란 어느 위치에서도 사라지지 않아야 사회적으로 존재하는구나 하는 사회적 동질감을 느낀다.

너무 멋진 분과 나란히 놓고 비교하는 기쁨을 여기서 좀 줍고...

사람들이 좋아하는 이병헌배우는 이번 본 방송에서 좋아지는 부분을 발견했는데 그건 사회적 매너이다. 상황에 대한 반응이 참 좋아보인다. 나이를 먹으면 개별적 특성 외에도 사회에서 같이 지내는 동안 지켜야하는 배려에 가까운 매너가 있어야 한다.

타자와 지낼 때 그게 매번 타자의 세계와 닿을 테니까. 세부적으로 알 순 없다. 다만 남이 볼 때 서로 좀 예측대로 행동할 수 있기만 해도 좋다. 그리고 이병헌배우가 나오는데는 이쁜 외모를 물려주고 맛있는 묵은지김밥을 싸서 보내는 엄마라는 배경이 있어보인다.

그러고보면 늘 뭔가 연기같아 보이던 이병헌배우는 그다지 자아를 강하게 만들어 지내지 않아도 되었던 게 아닌가 생각해본다. 그리고 박찬욱감독처럼 끝내 영화흥행에 망해 다시 이야기할 기회를 못가질 지라도 할 이야기가 생기는 이를 만나 그가 하고픈 이야기를 잘 전달하는 메신저 역할을 해주는 거다.

얼마나 멋진 팀인가. 해서 감독은 세상 사람들에게 그가 하고픈 말을 꼭 해서 때때로 세상과 소통되고 세상을 바꾸기도 한다. 그의 관점을 세상사람들 안경에 렌즈로 하나 더 끼울 기회를 갖는 것이다.

지금 티비서 캄보디아 서 일어난 박찬욱감독 영화에서 보여준 잔혹함 못지 않은 세계의 잔혹함을 뉴스로 보내고 있다. 하나는 있지 않은 가상의 영화, 다른 하나는 분명히 일어난 뉴스. 눈뜨고 영화관에서 아는 배우가 하는 연기도 무서워 못보는 내용이 대사관에 가서도 도움을 못받는 현실이라는데 여기가 영화의 가치가 드러나는 지점이다.

예술은 대체로 현실과 먼 거리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사람이 하고 사람에 대해 이야기하고 사람이 소비한다. 예술가 중에 사람심리나 파악이 잘안되는 사람은 아마도 오래도록 이름을 갖기 어려울 것이다.

그만큼 사람과 멀어보이는 예술은 실은 사람 빼고는 없다고 말하고 싶다. 여집합조차도 배제하는 사람이란 존재에 의해 존재한다.

해서 사람에 관심많은 박찬욱감독과 이병헌배우가 만든 이번 영화 ’어쩔수가없다‘가 잘되었으면 한다. 가장 대중적이고 가장 많은 사람들이 모여 가장 많은 비용을 들여 만드는 이 예술 분야가 잘되었음 한다.

사람이 말하는 사람 이야기 말고 무슨 또 할 이야기가 있겠는가.

[사진=강문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