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영 문학박사, 중앙대예술대학원장 [사진=더코리아저널]
[이대영 감성일기] 도대체 나는 누구인가
#1
우정만리 2부는, 올 겨울에 낭독극이다. 헌데, 진도가 나가지 않으니 걱정이다.
그 와중에 새로운 작품 시놉을 끄적이고 있다. 모노드라마, 사유독백극이다. 내 삶의 기억과 현대사의 흔적을 좇는 드라마이다. 도대체 나는 누구인가. 폐허의 시간과 종이 위의 무덤들. 사라진 하루.
헌데 이 밤, 불현듯 생각하니, 나의 삶과 예술과 사상의 궤적은 나의 기억 속에 있는 것이 아니더라. 나를 추억하는 타인의 기억 속에 존재하는 것이더라. 고로, 내가 기억하는 나와 타인의 기억 속에 들어앉은 나는 정녕 다를 것이더라. 나라는 존재는 타인의 기억 속에 부유하는 작은 조각배에 불과할 따름이더라. 나는 타인의 마음 속 풍경의 한 조각이더라.
그렇다면 과연 나는 누구인가. 리어왕의 대사처럼 내가 누구인지 말할 수 있는 자는 누구인가. 온전한 나는 어디에 존재하는가. 타인의 기억을 들여다 볼 수 없는 한, 그 누구도 자신이 누구인지 결코 알 수 없으리.
하여, 이 밤, 나를 스친, 내가 스친, 모든 사람들에 대한 추억의 조각을 조립하다 보니 딱 두 부류이더라. 다시 보고 싶은 사람과 다시는 보고 싶지 않은 사람.
아아, 남은 여생이라도 그 누구인가에게 보고 싶은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다짐하다. 타인의 삶이 더 따뜻하고 더 행복할 수 있도록, 그의 삶 속 풍경을 더 아름답게 채색하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말이다. 아, 타인의 삶. 그게 바로 내 삶인 것을.
#2
오늘은 나의 페북 생일, 오랜 기간, 삶이라는 찬란한 고통 속에서도 끝내 나를 버리지 않고 끝까지 버틴, 나 자신에게 먼저 감사한다.
온갖 존재자와 나 사이의 끊임없는 대화가 또 한 해의 궤적을 돌아 오늘 한겹의 매듭을 짓다. 돌아보면 삶은 언제나 예기치 못한 물음과 그에 대한 나의 어설픈 대답으로 엮여 있었다. 때로는 어둠과 고통 속에서 서러워하며, 때로는 기쁨 속에서 함박웃음으로 세상을 겨누기도 했다. 그 흔적들이 쌓여 오늘의 나를 이루었다.
오늘 나는 스스로에게 작은 축배를 든다. 내가 지나온 삶의 무게와, 나를 기억하는 사람들과 또 내가 기억하는 모든 사람들과의 관계의 무게, 또 나를 아껴준 사람들, 나를 가르쳐준 희노애락의 순간들을 사랑한다. 생일은 단순한 기념일이 아니다. 다시 태어나듯 시작하는, 새로운 가능성의 문 앞에 선 기적의 선언이다.
오늘 나는 내 삶을 축복한다. 앞으로도 나를 더 깊고 넓게 사랑하기로 다짐한다. 나는 내 자신을 축복하며, 내일의 나를 창조한다. 힘내자.
오늘도 액트수업과 밤늦도록 논문지도와 예대원 30주년 예술제 준비회의 등등. 홧팅 이대영. 다시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