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대원 작가, 독서지도사 [사진=더코리아저널]


[변대원 독서일기] 진짜 중요한 기본기

- 손에 흙을 묻히지 않고 나무를 심으려 하지 말 것

책을 잘 읽고 싶다면, 방법이 아니라 태도를 바꿔야 한다.

사람들은 방법을 배우려고 하기에 많은 강사들은 방법을 가르친다.

하지만 방법은 뿌리가 아니라 가지이기 때문에 가지만 가져가서 심는다고 제대로 자라지 않는 경우가 많다. 방법은 다양하지만, 그 방법이 뻗어 나온 줄기는 하나다.

독서는 책을 읽는 것이다. 책을 왜 읽는가? 책을 왜 잘 읽으려고 하는가?

새로운 걸 알고 싶고, 돈을 더 벌고 싶고, 나에 대해 더 깊이 이해하고 싶고 등등 수많은 이유가 있겠으나 결국 그 뿌리는 더 나은 사람이 되고자 하는 향상심이라 생각한다. 그걸 한 단어로 말하면 '성장'이다.

그래서 나는 독서를 강의할 때 독서 외적인 것들을 훨씬 더 깊이 다룬다.

처음부터 책 읽는 방법만 알려줘 봐야 지속되지 않고, 그 사람의 삶에 뿌리내리지 못한다는 사실을 너무 잘 알기에. 앞서 말했듯이 방법은 나무의 가지와 같다. 방법을 전수하는 건 마치 접목(接木)과 비슷하다

접목을 할 때 뿌리가 있는 쪽의 나무를 '대목'이라고 하고, 새로 붙이는 가지를 '접수'라고 한다.

그런 의미에서 새로운 지식이나 방법은 접수에 해당할 것이고, 대목은 나 자신이다.

새로운 가지가 무엇인지도 중요하겠지만, 사실 더 중요한 건 대목 그 자체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야 한다. 현재 나의 수준과 상태가 어떤지 정확하게 알수록 성장을 빠르게 일어난다.

사람들은 무언가를 배우고 잘 안되면 방법이 잘못되었다고 말하는 경우가 있는데, 사실 방법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 그 방법과 내가 맞지 않았다고 봐야 한다.

내가 어떤 나무인지 정확히 알아야 나에게 접붙일 가지(방법)도 나에게 최적화시킬 수 있는 법이다.

그럼 나를 안다는 건 무엇인가?

스스로 무엇을 원하는지부터 파악해야 한다.

독서든 사업이든 인간관계든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가 있게 마련이다. 물론 네가 추구하는 가치가 뭐야?라고 물어보면 대답하기 힘들겠지만 그렇다고 추구하는 것이 없는 건 아니지 않은가.

마치 점심에 뭐 먹을까?라는 질문에 아무거나 라고 답해놓고는 정작 그럼 냉면 먹으러 갈까?라고 하면 '아 그건 좀 별로'라고 하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이처럼 우리는 스스로를 잘 안다고 생각하지만 정작 내가 뭘 먹고 싶은지조차 잘 모를 때가 많다.

나에 대해 사소한 것까지 완벽하게 알아야 한다는 게 아니다. 적어도 내가 추구하는 삶의 방향정도는 알아야 한다는 뜻이다. 그리고 아직 그걸 모르겠다면, 방법은 하나뿐이다.

“폭넓은 독서와 인간관계를 추구해 보는 것”

책이든 사람이든 새로운 만남을 통해 우리는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고, 내가 어떤 사람인지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인간관계가 피곤하다면 책에 집중해 봐도 좋다. 이런 식으로 책에 집중할 수 있는 상태가 바로 '준비된 태도'라고 하겠다. 태도란 결국 대상을 향한 마음가짐이다. 나는 독서를 연애라고 말하는데, 대상을 향한 마음가짐이 가장 비슷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나와 맞지 않는 책을 억지로 붙잡고 있지 않고, 나와 잘 맞는 책은 여러 번 보면서 즐길 줄 아는 독서

좋은 책이라고 생각되면 더 자주 보는 식의 독서.

좋은 책을 만나기 위해서 더 많은 책을 스쳐 지나가야 하는 독서.

느리게 읽기 위해서 빨리 읽는 독서.

어쩌면 연애는 대체로 시기가 정해져 있기 때문에 한 시절만 서툰 채로 보내면 더 이상 필요 없어지는 것 같기도 하지만, 독서는 서툰 채로 놔두기엔 아직 성장해야 할 우리 삶이 너무 많다.

정말 나에게 맞는 독서방법을 찾고, 그러기 위해 수많은 책과의 만남과 또 그만큼의 시행착오를 거쳐가면서 배울 수 있으면 좋겠다. 나 역시 독서를 가르치고 있지만, 여전히 숱한 시행착오를 거치며 성장 중일뿐이다.

완벽한 독서 같은 건 없다. 그저 자신에게 최적화된 독서를 저마다의 방식으로 찾아갈 뿐이다.

손에 흙을 묻히지 않고, 나무를 심으려 하지 말자.

[사진=변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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