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 전승 이수자 양금미씨 [사진=김순국]


[시민기자 김순국 ] 조선시대의 전통 모자인 ‘갓’은 단순한 의복이 아니라, 신분과 예절, 미학과 장인정신이 깃든 문화유산이다.

오늘날 ‘갓’은 사라진 듯 보이지만, 여전히 누군가는 그 맥을 잇고 있다. 대나무와 말총, 비단을 엮어 만들어지는 갓 한 점에는 수십 시간의 정성과 수백 년의 역사가 스며 있다.

본 인터뷰는 갓 제작 장인을 만나, 그 기술과 철학, 그리고 갓이 지닌 문화적 의미와 미래를 조명하고자 한다.

▶“시간을 엮다, 바람을 짜다 – 조선의 갓을 이어가는 장인의 손끝”

갓 전승 이수자 양금미(50세)씨

바람결에 스치는 말총의 결이 은빛으로 빛난다. 갓은 머리 위에 얹는 그늘이자, 선비의 자존심이었고, 예법의 완성이었다.

하지만 시대가 변하며 갓을 쓰는 이들은 사라졌고, 그 자리를 플라스틱과 모자가 대신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누군가는 수백 년 전의 방식 그대로 대나무를 깎고, 말총을 엮으며, 조선의 시간과 미학을 오늘로 불러온다.

우리는 지금, ‘갓’을 만드는 마지막 세대 중 한 명을 만난다.

[사진=김순국]


▶ 갓 장인과의 인연,

Q 어떻게 갓을 만드는 일을 시작하게 되었나?

국가무형문화재 제 4호 2대 갓일(양태장)기능보유자 장순자씨의 둘째 딸 양금미(50세)씨는 현재 갓 전시장대표이며 전승 이수자이다.

4대째 이어오는 가업으로 언니 양선미(54세)가 먼저 이수자 지정이 되었으나 가정과 병행이 어려워 포기했다. 미대 디자이너과를 졸업하여 서울에서 직장 다니다가 어머니의 요청으로 귀향한 양금미씨가 전시관 건립에 관여하게 되면서 이 갓일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셋째 딸도 이수자 지정을 받았으나 현재 전업으로 일하는 것은 양금미씨다.

장순자씨에게 할머니 어머니는 갓일(양태장)을 생업으로 하셨다. 장순자씨 어머님이 고정생 1대 국가 무형무화재 제4호 갓일(양태장,1980년)이시다. 고정생씨는 평생 갓일을 하셨고 통영으로 수출을 하셨다.

갓 완제품을 운반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었으므로 부분적으로 모자의 채양부분인 양태를 짜서 포개어 배로 수송했다고 한다. 양태는 대나무를 실처럼 가늘게 쪼개어 내는데 그 과정이 여러과정을 거친다.

양금미씨는 어려서부터 어머니나 할머니 일하는 모습을 보면서 자랐지만 크게 관심을 갖지않고 자신이 원하는 미술과로 갔으나 언니나 동생이 계속 일을 할 수 없는 상황이 되면서 20년 전부터는 기술 이수도 하고 자신의 길이라 여기게 되었다.

▶ 갓의 역사와 의미

Q 갓은 어떤 사회적·문화적 의미를 지닌 물건이었나?

"갓은 고려시대부터 신분을 상징하였다. 조선후기에는 누구나 갓을 쓸 수 있기도 하였으나 일제 강점기에 개화되면서 쇠락의 길을 걸었다."

Q 당시 신분이나 용도에 따라 갓의 모양과 재질이 어떻게 달랐는지?

"갓은 직업에 즉, 군인이 쓰는 것이 달랐고 지위가 높은 사람들의 장식에서 차등이 있었으나 보편적으로 말 한 마리 값을 지불해야하므로 아무나 쓸 수 없었다. 주로 양반이나 상인들 중인들이 사용했고 하인이나 하층계급에서는 쓸 수 없었다. 그리고 차양의 넓이는 그 당시 임금의 차양보다는 넓게 하면 안 되었다"

Q 장인이 생각하는 ‘갓’의 가장 중요한 미학적 요소는 무엇인가?

"갓의 미학적 요소는 멋이다. 단아하고 간결하며 품위있는 멋이라 생각한다".

▶ 제작 과정과 기술

Q 제작 전 과정을 순서대로 간략히 소개해 주시겠습니까?

1.대나무를 채취하거나 구해온다. 주로 담양에 가서 사옴. 40일 건조

2.겉대를 쪼개어 분리한다.

3.12~24시간 양잿물에 삶는다.

4.무릎에 가죽띠를 메고 대나무를 문질러 실처럼 가닥가닥 분리한다.

5.양태판에 올려서 엮어내기(한 장에 7일 정도 걸려 엮는다)

6.아교칠을 한다.

Q 재료(대나무, 말총, 비단 등)는 어떻게 구하고, 어떤 기준으로 고르시나요?

"대나무는 담양에 가서 직접 보고 질 좋은 것, 분죽을 골랐다. 배로 운송해왔다".

"대나무만 취급하고 비단은 쓰지않았다".

"형태는 양태판이 있어서 거기 올려놓고 짜나갔다"

Q 과정 중 가장 많은 시간과 정성을 들이는 단계는 어디인가요?

"제작과정 중 가장 많은 시간이 드는 것은 대나무를 실로 만들어 가로세로를 짠 다음 사선짜기를 하는데 대나무실 바늘이 꺽어지지 않게 힘조절을 잘하면서 엮어가는 것이 제일 집중력이 필요하고 어렵다"

Q 갓 한 점을 완성하는 데 평균적으로 얼마나 걸리나요?

"갓 한 점을 완성하기에는 5명이 한 달이상 걸린다. 여러단계를 거쳐야 하며 분업화된 것을 합체하는데 여러사람의 손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장인 철학과 어려움

Q 어려움이 있다면 어떤 점이 가장 힘든가?

"역사적으로 사양화된 전통공예를 계승하고자 하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 제일 어려운 일이다"

Q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는 무엇인가요?

"현대사회에서 우리의 역사적 공예품을 보존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경제적 뒷받침이 안되기 때문에 결국 어려운 문제로 남았다."

▶ 향후 이루고 싶은 목표나 계획

Q 갓 제작과 관련해 꼭 이루고 싶은 목표나 계획이 있으신가요?

"앞으로의 갓 제작의 계획은 나 혼자서 모든 과정을 다 섭렵하고 싶다.

"현재 드라마에 쓰고 촬영하는 갓들은 모형 갓이다. 갓이 한 개에 천만원 가량 하므로 감히 함부로 쓸 수 없다. 유교적으로 부모에게 받은 몸과 머리칼 모두를 중시하였고 머리는 정신이므로 머리를 잘 단장해야 된다고 생각했었던 우리 문화의 상징인 갓이 잘 보존되고 기술도 전승되기를 희망한다"

Q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우리 모계4대가 운명적으로 이어온 가계공예 갓 일은 내가 싢다고 외면할 수가 없었다. 우리의 전통문화요 올곧은 정신이 깃든 선비정신이 있기 때문이다."

"나는 과거에 현대화 작업에 관심을 가지고 모자패션쇼와 국비지원사업 현대화 일원인 공연예술에도 참여했었다. 명품 갓이 빛났으면 좋겠다는 바램이 있으나 아직 구체적인 길을 찾지는 못하였다."

"그러나 갓일을 해가면서 새로운 연계를 기다려보겠다. 희귀해진 전통공예를 지키는 일이 고독하고 어렵지만 포기할 수 없는 미학적이고 독보적인 면이 있기 때문에 지킴이를 자처한다."

갓 제작 모습 [사진=김순국]

(인터뷰 대담 김순국 시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