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M의 9000TEU급 메탄올 연료 컨테이너선 ‘HMM그린호’(HMM Green). [사진=HMM]


[더코리아저널 강부열 기자] IMO(국제해사기구) 탄소 규제가 본격화되면서 해운사 단독 대응만으로는 한계가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해운업계에서는 조선·정유·정부 등이 공동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6일 업계에 따르면 IMO와 유럽연합(EU)의 이중 탄소 규제가 강화되면서 국내 해운업계는 ‘탄소세 폭탄’에 직면하고 있다. EU의 배출권거래제(ETS)와 연료규제(FuelEU Maritime)에 더해, IMO가 2028년부터 연료 유형과 배출량에 따라 탄소 부과금을 부과하기로 하면서 국내 주요 해운 선사들은 수천억원대의 추가 부담이 예상된다.

해운업계는 전 세계적으로 강화되는 탄소 규제 속에서 생존 전략을 모색하고 있지만, 탄소 감축은 해운업계의 노력만으로는 달성하기 어려운 산업 공동 과제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탄소세 부담은 현실화되고 있지만, 이를 줄이기 위한 해법은 산업 전체가 함께 모색해야 할 시점”이라며 “차세대 친환경 연료가 아직 명확히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조선사와 정유사들도 기술 개발과 설비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탄소중립 규제가 가속화되는 가운데 해운업계는 여전히 기술적·재정적 한계 속에서 대응 방안을 찾고 있다. 현재는 다양한 연료 기술이 개발 중이나, 현실적으로는 LNG가 가장 실현 가능성이 높은 대안으로 꼽힌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대형 선사를 중심으로 친환경 선박 도입과 연료 전환이 대대적으로 추진되고 있지만, 중소형 선사들은 고비용 문제로 적극적인 대응이 어려운 실정”이라며 “특히 소형 선사들은 선박 한 척의 부담이 커 새로운 연료 체계로 전환하기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린 메탄올, 암모니아 등 차세대 연료는 공급 부족과 기술 미완성으로 당장 상용화가 어렵다”며 “현 시점에서는 LNG 연료가 사실상 과도기적 대안으로 자리잡고 있다. LNG 역시 생산 과정에서 탄소가 발생해 완전한 친환경 연료로 보긴 어렵지만, 기존 선박 연료보다 약 30% 적은 배출량으로 IMO 기준을 충족할 수 있어 단기 대응 수단으로 채택되는 추세”라고 덧붙였다.

조선업계도 주요 고객인 해운사의 탄소중립 수요에 맞춰 친환경 선박 기술 개발을 확대하고 있다.

HD현대는 HMM, 한국선급과 협력해 고체산화물연료전지(SOFC)를 탑재한 저탄소 컨테이너선을 개발 중이며, 삼성중공업은 HMM 선박에 이산화탄소 포집·저장 시스템(OCCS)을 적용해 고순도 CO₂ 포집 및 자원화 실증에 성공했다. 한화오션도 공기윤활시스템, 축발전기, 모터 장착 솔루션 등을 적용해 연료 효율 개선과 탄소 배출 저감을 추진하고 있으며, 한화파워시스템과 함께 순수 암모니아 전용 가스터빈 추진 시스템을 개발 중이다.

조선업계 한 관계자는 “암모니아, 메탄올 등 다양한 무탄소 친환경 선종 건조 및 엔진 기술 개발과 함께 수소 연료전지, SMR(소형모듈원전) 추진선 같은 중장기 기술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다만 탄소중립을 위한 연료가 아직 명확하지 않은 점은 조선업계가 친환경 연료 제품을 빠르게 개발하는데 제약으로 꼽힌다. 해운업계 역시 2050년 넷제로(Net Zero) 목표 달성을 위한 기술적 정답이 명확하지 않아 대응 방향을 유보하고 있다.

이 관계자는 “차세대 친환경 선박 연료가 무엇이 될 지는 아무도 모르는 상황에서 조선사들이 특정 연료에 적합한 선박 기술에 집중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유업계도 해운·조선의 탄소중립 흐름에 맞춰 친환경 연료 대응에 나서고 있다. 한 관계자는 “올해 초 바이오 선박유가 시범 공급된 이후 관련 사업이 확대될 전망이지만, 국내 시장은 아직 초기 단계”라며 “탄소중립 관련 제도 변화에 맞춰 사업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장기적으로 수소 기반 연료가 친환경 선박의 해답이 될 것으로 보고 이에 필요한 정부의 인프라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김현수 인하공업전문대학 조선기계공학과 교수는 “현재 LNG 등 연료는 탄소중립 과정 중 과도기적 대안일 뿐이며, 결국 탄소 자체가 없는 수소 연료로의 전환이 불가피하다”며 “수소 추진 선박의 상용화를 위해서는 항만 인프라 구축과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병행돼야 한다. 전기차에 보조금을 지급하듯 선박에도 에너지 전환 비용을 지원한다면 국내 해운·조선업계가 글로벌 친환경 해운을 선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