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희 조각가 [사진=더코리아저널]


[박상희 메타포] 노아의 방주와 사탕, Who are yOU?

-조각가 박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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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

크리스마스이브, 교회에 가면 사탕을 주었다.

사탕을 준다는 유혹에 처음 가 본 교회.

거기서 예수님은 물론 하나님과 아담과 이브와 하늘나라, 구름 위에 천국이 있다는 신기한 얘기를 들었다.

나의 조상이 할아버지, 할머니가 아니고 하나님이 만든 아담이고 이브라고?

어린 나이임에도 그게 믿음이 안 갔다.

아담과 이브의 얼굴 생김새와 하얀 피부, 노란 머리색이 외할머니와 달랐고 동네 할아버지, 아저씨들과 너무 달랐기 때문이다.

특히 하나님의 아들이라는 예수님의 얼굴이 무엇보다 나의 아버지, 엄마와 생김새가 너무 달라서다.

(나는 동생이 태어날 무렵 3살부터 국민학교 입학 전까지. 외할머니와 단 둘이 몇 년을 시골에서 살았고 위로 형 둘이 있다.)

그리고 누군가에게 들었는지, 그때인지도 확실하진 않지만 노아와 방주라는 얘기도 들었다.

하나님의 뜻을 따르지 않는 타락한 인간을 심판하고자 큰 홍수를 일으켰고 그 홍수에 살아남고자 노아라는 600살 먹은 할아버지가 큰 배를 만들어서 그 배에 가족들과 많은 동식물을 태워 항해하다가 도착한 곳이 어떤 산? 우리들은 그 이후에 하나님의 은총으로 지금의 세상에서 살아남았다는 얘기다.

그러나 방주와 홍수는 진짜 같았다.

어렸을 적 우리 집 앞 개천도 홍수에 넘쳐 집 마당에도 물이 들어왔었고 옆 동네 전체가 물에 잠겨 많은 사람이 죽은 것을 봤기 때문이다.

아무튼 나는 뭔가 알 수 없는 궁금증은 많았지만 교회에 가면 사탕, 과자를 주기에 딱 몇 번은 갔다.

12월 24일 하루만 가면 아무리 어려도 염치가 없어 보였기 때문이다.

국민학교 2, 3, 년 때까진 해마다 그랬던 것 같다.

2

나는 노아의 방주가 정착했다는 아라라트산을 보기위해 아르메니아를 왔다.

인생 후반부가 돼서야 만년설로 덮인 아라라트산을 직접 보니 감개무량하고 성령스러운 느낌을 준다.

마치 신의 호흡과 체온을 느끼듯.

어렸을 때 노아가 정박했다는 산 이름은 몰랐지만 이제야 보는 저 아라라트산은 어렸을 적의 동화 속에 나오는 성과 그 속에 사는 왕과 공주와 천사가 사는, 그런 어릴 적 동심의 고향 같은 실재한 듯한 곳으로 기억되던 산이다.

그래선지 나는 기독교신자가 아님에도

신화나 창세기의 구라가 아닌, 지금

저 하얀 산에 노아와 후손들이 살았을 것 같은 감동을 받았다.

아르메니아의 수도 예레반의 시민들은 '날씨가 좋다.'는 것을 ' 오늘 아라라트산이 보인다.' 또는 ' 오늘 아라라트 산이 안 보이는데.' 라고,

아라라트산이 보이고 안 보이는 것을 기준으로 날씨의 흐림과 맑음을 표현한다고 한다.

이렇게 청명한 하늘과 맑은 날씨에 아라라트산을 볼 수 있는 날이 일년에 몇 번 안될 정도이고 그만큼 이들에게 아라라트산은 특별하다.

아르메니아인들의 신앙과 결속의 상징인 아라라트산은 아쉽게도 현재 튀르키에 땅에 있다.

지금은 수도원 넘어 철조망으로 둘러쳐져 있다.

튀르키에의 최고의 산, 높이 5137미터이다.

세계에서 최초로 기독교를 국교로 받아들인 나라답게 아르메니아의 문장에 아라랏트산이 그려있고 그 위에 방주가 구름처럼 올려져 있다.

튀르키에 대통령이 아르메니아 대통령에게 우리 땅에 있는 산을 왜 당신 나라의 문장에 그려 넣었나?라는 질문에.

그럼 달과 별은 튀르키에 것이 아닌데 당신 나라 국기에 달과 별을 왜 그려 넣었냐는 말에 그 후로는 시비를 걸지 않는다고 한다. (이슬람 믿는 나라의 국기엔 대체로 달과 별이 그려져 있다)

이 아라라트산에 실제로 노아의 방주가 있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미국 캘리포니아의 '노아의 방주 스캔'(Noah's Ark Scans) 소속 연구진은 튀르키예 동부 아라라트산 인근 두루프나르 지대를 발굴할 준비를 하고 있단다.

이 아라라트 중간 고지대에서 해양 퇴적물과 연체동물 등의 유해가 발견되고 시료의 연대 측정 결과 3500년에서 5000년 사이인 것으로 밝혀져 구약 창세기와 비슷하다고 한다.

3

나는 자연인으로서 아라라트산에서

노아 시기의 인간과 동식물의 유물,

특히 방주가 발견되길 기대한다.

트로이의 목마로 알려진 기원전 4000년 전의 트로이 유적지도 1870년 독일의 고고학자 하인리히 슐리만(Heinrich Schliemann)에 의해 발견되기 전까진 허무맹랑한 신화 속의 나라로만 알고 있지 않았던가.

성경에는 예수의 부활을 믿지 않는 도마에게 예수께서 자신의 옆구리 상처에 도마의 손가락을 넣게 하여 자신이 부활했음을 확인시켰고 도마에게 '보지 않아도 믿어야 복되도다.'라고 한 구절이 생각난다.

노아의 방주가 정말 실재했다면 노아와 다른 나의 어렸을 적 궁금증이 풀릴 것인가?^^

그렇다면 아마 나의 세상을 보는 눈과 조각가로서의 작품세계도 달라질 것인가?

아라라트산을 보며 스스로에게 그런 질문은 한다.

누군가 내게

질문보다 먼저 믿어야 하지 않을까?

한다면 글쎄 ~~~

나는 내 인생에서 언제까지 질문만 할 것인가?

산다는 것과 예술한다는 것은 정답을 찾아가는 행로???

숙명처럼.

질문하고 질문하고 또 질문을 담은 형태로서 내가 본 세상을 스케치할 뿐.

질문 저 너머에 혹시나 찾는 답이 있을까 하여.

누군가는 답을 해줄까요?

Who are yOU?

2025년 6월. 아르메니아 예레반에서

[사진=박상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