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석 의학 박사, 클래식애호가 [사진=더코리아저널]


[김민석 뮤직박스]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29번 B flat장조 op. 106 "함머클라비어"

1 살이 빠져서 좋아했는데 근육이 빠진 거라고?

최근 위고비로 살을 뺀 분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살은 많이 빠졌지만, 의외로 기운이 없거나 몸이 늘어지는 느낌을 호소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이러한 현상의 이면에는 ‘근육’ 문제가 숨어 있습니다. 다이어트의 본래 목적은 지방을 줄이는 것이지만, 삭센다나 위고비 같은 약물을 사용할 경우 근육까지 함께 빠지는 일이 흔합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감량한 체중의 절반 가까이가 근육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고령층이나 여성의 경우 지방보다 근육이 더 빠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근육이 감소하면 2형 당뇨병의 위험이 커지고, 골절이나 골다공증에도 취약해집니다. 특히 고령층은 근소증에 더 민감하기 때문에 근육 손실이 삶의 질을 심각하게 떨어뜨릴 수 있습니다. 단순한 피로감이나 무기력함을 넘어 일상적인 활동조차 힘들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더 나아가 근육 손실은 기초대사량을 낮춰 다이어트 후 요요현상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무작정 체중만 줄이면 오히려 건강을 해치고 다이어트의 지속 가능성을 낮출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위고비 등 GLP-1 계열 약물을 통해 다이어트를 하고 있는 사람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연구진은 ‘단백질 섭취’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일반 식단만 고집하기보다는 단백질을 충분히 섭취해야 근육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운동선수들이 훈련 후 단백질 쉐이크를 통해 근육을 보충하듯이, 체중 감량 중에도 단백질 보충이 매우 중요합니다. 단순히 칼로리를 줄이는 것이 능사가 아니며, 어떤 음식을 먹고 어떻게 영양을 구성하느냐가 다이어트의 ‘질’을 결정합니다.

물론 이 연구는 아직 초기 단계로 근육과 지방 비율을 어떻게 조절하고 최적의 식단을 어떻게 구성할지는 더 많은 데이터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이번 연구는 중요한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체중 감량은 단순히 숫자를 줄이는 것이 아니라, 건강하고 균형 잡힌 몸을 만드는 과정이어야 합니다. 다이어트를 시작했다면 무엇보다 근육을 지키는 데 집중해 보세요. 식단, 운동, 단백질 섭취를 잘 관리한다면 살이 빠지더라도 활력을 유지할 수 있을 것입니다.

[사진=김민석]

2 오늘 들으실 곡은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29번, 흔히 "함머클라비어"라는 별칭으로 알려진 작품입니다.

함머클라비어는 독일어로 '피아노'를 뜻하는 말입니다. 베토벤이 이 이름을 굳이 붙인 건, 이 작품은 옛날 하프시코드가 아니라 해머로 줄을 때리는 피아노에서만 가능한 음색과 표현을 담고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그의 후기 피아노 소나타 다섯 곡 모두에 이 표기가 붙어 있지만, 유독 이 곡에만 ‘함머클라비어’라는 이름이 별칭처럼 남게 되었습니다. 곡이 좀 길지만 꼭 끝까지 들어주세요.

첫 악장은 영웅적인 기세로 시작합니다. 바로크 서곡처럼 위풍당당한 화음으로 문을 열고, 곧이어 가벼운 선율이 등장합니다. 잠시 후 다시 처음의 강렬한 화음이 등장하면서, 곡의 주요 주제들이 빠르게 소개됩니다. 그런데 흥미로운 건, 이 모든 것이 불과 몇 분 안에 압축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곧바로 같은 주제들이 낯선 조성으로 전환되며 재등장합니다. 대위법적인 기법이 사용되기 시작하면서, 이 소나타의 마지막 악장에서 등장할 거대한 푸가를 예고합니다. 이후 펼쳐지는 전개부는 빛나는 음형과 박력 있는 리듬이 번갈아 등장하고, 처음의 동기들이 더욱 위협적인 모습으로 되풀이됩니다. 재현부 중간에는 조성이 녹아내리듯 흔들리며 갑자기 멀리 떨어진 B단조로 이동하고, 그 여운이 마지막 악장까지 이어지게 됩니다.

두 번째 악장은 비교적 짧은 스케르초입니다. 사냥을 연상시키는 리듬으로 시작되며, 곧바로 어둡고 소용돌이치는 트리오로 빠져듭니다. 이 어두운 정서가 다시 처음으로 돌아왔을 때도 완전히 가시지 않아 묘한 긴장감을 남깁니다.

세 번째 악장은 베토벤의 느린 악장 중에서도 가장 깊고 고요한 성찰을 담고 있습니다. 아다지오 소스테누토, '지속적으로 느리게' 연주하라는 지시와 함께, '열정적이며 감정을 담아'라는 표현이 붙어 있습니다. 흐릿한 선율 속에서 고요와 움직임이 교차하는 공간에서 서서히 감정이 피어납니다. 약음 페달을 사용해서 먼 곳에서 들려오는 듯한 느낌을 연출합니다. 조성은 F#단조로 되어 있지만, 중간에 베토벤이 종교적인 의미로 자주 사용했던 D장조가 나타나며 혼란스러운 세상 속에서 한 줄기 희망을 암시합니다.

마지막 악장은 라르고로 시작하여 서서히 살아나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마치 무너진 조각들이 하나하나 제 자리를 찾아가듯 진행되다가 갑자기 격렬한 푸가로 폭발합니다. 이 푸가는 과거의 피아니스트들 사이에서 '연주 불가능하다'고 여겨질 정도로 복잡하고 치밀하게 짜여 있습니다.

하지만 단지 기술적 어려움 때문만은 아닙니다. 세 개의 주제가 서로 얽히고 부딪히며 음악의 흐름은 점점 거칠고 분노에 찬 표정으로 변합니다. 어느 순간 조용한 카논으로 잠시 가라앉는 듯하지만, 다시 원래의 긴장감을 회복하며 거대한 화음들로 끝맺습니다. 오늘은 알프레드 브렌델 (피아노)의 1962년 연주입니다.

행복한 주말 보내세요.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29번 B flat장조 op. 106 "함머클라비어"

BEETHOVEN: Piano Sonata No. 29 in B flat major op. 106 "Hammerklavier"

I. Allegro 11:06

II. Scherzo. Assai vivace 2:34

III. Adagio sostenuto 16:47

IV. Largo - Allegro risoluto 12:31

김민석 올림

2025년 7월 18일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29번 B flat장조 op. 106 "함머클라비어“

[사진=김민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