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항 논설위원 [사진=더코리아저널]


[김진항 칼럼] 일과 놀이

일은 생존에 필요한 것을 얻기 위한 활동이고, 놀이는 일을 하면서 생긴 피로를 풀기 위한 활동이다.

따라서 그 정도와 수준이 적당할 때 가장 좋다.

그런데 그 정도와 수준이 뭔지도 모르고 다다익선이라고 생각하고 지나칠 때 문제가 생기고, 다시 그 문제를 해결하려고 고생한다.

그러면 일과 놀이의 적정 수준은 어느 정도일까?

아직 아무도 정해본적이 없지만 감히 정한다면 80% ~ 90% 선일 것이다. 생존에 필요한 것들이 80%~90% 정도 충족하면 만족하고 휴식도 80%~90% 정도 충족하면 만족하는 것이 좋다.

이렇게 하면 '가득 차면 변하는 세상의 이치'를 고려하여 지금의 현상태를 유지할 수 있어 좋고, 부족함을 채워주는 다른 가치를 즐길 수 있어 또 좋다.

부가하여 성실하게 더 노력해야할 꺼리가 있고 자만심이 자랄 여지를 주지 않는다.

어차피 욕심은 다 채워질 수 없는 것이기에 조금 부족함을 수용하고 살면 겸손하게 자연의 섭리에 따라 살 수 있다.

생존에 필요한 재화에 욕심을 내면 무리를 하게되고, 그 무리로부터 파생되는 여러가지 일들을 관리하느라고 스트레스 속에 빠져 살게 된다.

스트레스는 만병의 근원이라서 병을 달고 살게 될 것이고 일찍 세상을 하직할 가능성도 높다. 이처럼 생존에 필요한 재화를 얻기 위한 일이 지나치면 오히려 생존을 갉아먹는다.

놀이도 마찬가지다. 일을 하면서 생긴 심신의 피로를 푸는데 그치지 않고, 쾌감을 주는 도파민을 너무 탐하다보면 몸도 일도 다 망가진다.

그래서 동양의 고전에 사서삼경이 있고, 그 중에서 가장 어렵다고 정평이 나있는 중용이 포함되어 있다.

중요하다는 것은 어렵다는 것이고 어려우니까 중요한 가르침이 된 것이다.

중용은 한 마디로 균형을 이루라는 말이다. 그런데 인간의 貪心이 그 균형을 깨트리니 道를 딲듯이 수양하라고 가르치고 있다.

사실 사람들이 이런 일들을 어렵다고 생각하지만 인생의 목표만 잘 설정하면 그리 어렵지 않다.

이 세상을 하직하는 날 자신이 어떤 모습이고 싶은가를 생각해보고 자신이 생각하는 가장 이상적인 모습을 인생의 목표로 정하면 된다.

이 생각을 하지 못하니까 목표를 정할 수 없고, 목표가 없어 목표를 모르니까 이리 저리 방황하는 것이다.

이 장구한 인생의 최종 목표를 정하는데 도움이 되는 것이 전략적 사고다.

전략적 사고는 시간적으로 멀리, 공간적으로 전체를 생각하는 사고의 틀이니까 말이다.

죽는 날을 생각하고 인생 전체를 생각하면 일과 놀이를 어떻게 해야 하는 지 그림이 나타날 것이다.

그 그림은 반드시 세상의 이치인 균형을 잡고 있을 것이다.

골프에서는 방향보다 거리가 중요하다. 거리가 짧은 것은 다음 샷에서 좀 더 긴 채를 잡으면 되지만 방향이 잘 못 되면 이리저리 해매다가 더보기는 예사다.

골프는 그래도 홀에 깃대를 꽂아둔 분명한 목표가 있는 데도 그런데, 아예 목표마저 설정하지 못하고 지금 현재에만 코를 박고 사는 인생들의 게임이 어떻게 될지는 너무나 뻔하지 않겠나?

지금 우리 대한민국이 이렇게 혼미한 이유가 이와 무관치 않음이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