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성 산중서재] 작가의 말... 이수경 소설집 '자연사 박물관’
작가 조세희 선생은 '파괴와 거짓 희망, 모멸, 폭압의 시대'였던 칠십년대, '내란 제일세대 군인들이 억압 독재를 계속하지 않았다면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은 테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작가의 말'에 썼다.
그 슬프고도 아름다운 글의 전문을 첫 문장부터 마지막 문장까지 기억한다. 그리고 부조리한 시대와의 반목과 대결로 태어난 '난장이 연작'과 같은 소설이 있었기에, 나도 소설가가 되어도 괞찮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청년기를 보낸 80년대는 70년대의 연장선이었고, 우리 세대는 '80년 광주 이후'를 살아가야 했다. 하지만 87년의 항쟁을 경험했고, 노동자들의 눈부신 진출과 그들에 대한 모진 탄압 또한 목격해야 했다. 그리하여 그 시대가 나에게 가르쳐 준 것은, 세상에 대한, 그 세계를 떠받들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분명한 자각이었을 것이다.
'낙원구 행복동'의 난장이 가족은 이만큼 넓게, 멀리 와 있다고 말하고 싶지만 말할 수 있을까.
4년간의 원고가 모여 첫 책이 되기까지, 찬명, 주영, 준식, 또 하나의 난장이 가족이었을 그 이름들과, (에콰도르의 수진, 경순, 우빈 그리고) 아직도 굴뚝에서 내려오지 못한 사람들에게 슬픔과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
- 이수경 소설집 '자연사 박물관'(2020년 도서출판 강 212-213쪽에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