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강균 걸침탐구] '행복'을 쓰다ᆢ
오늘도 누구나 행복이란 별을 찾아 헤매고 있다ᆢ사부작대며 매일 글 한편씩 써온지 2년째, 과연 행복이란 무엇인가? 이 아침에 질문을 던져본다ᆢ
행복은 ( )이 아니다
과연 어떤 생이 행복한 삶일까. 최근 행복에 대한 정의를 내리는 학자 중에서 기존의 관념을 바꾸게 하는 생각을 한 사람이 있다.
바로 스칸디나비아 반도에 행복지수를 높인 사람인 토마스 힐란드 에릭센 오슬로대학 인류학 교수이다. 그는 우리가 믿었던 가짜행복과 인간이 실제로 느끼는 실제행복을 비교해 보여준다. 최근에 접한 존 윌리엄스의 소설 제목이자 주인공인 스토너의 삶을 이 기준에 비교해 본다.
첫째, 목표를 이뤄나가는 마음, 성취가 곧 행복이라고 생각하지만 에릭센의 정의는 다르다. 목표를 이루는 것은 차라리 쉽고, 목표를 만드는 것이 진짜 행복이라 했다. 옛말이 생각난다. 답을 잘하는 자는 똑똑하고 질문을 잘하는 자는 현명하다고 했다. 일단 정해진 나의 목표를 이루어가고 맞는 답을 찾는 것도 어려운 일이긴 하지만, 그것보다 내게 맞는 목표가 무엇인가를 찾고 만드는 과정이 더 행복감을 준다는 것이다.
수많은 목표 중에서 일생동안 가지고 가면서 끝까지 즐길 수 있는 목표를 찾는다는 것은 얼마나 어렵고 소중한 일인가. 그런 면에서 소설의 주인공 스터너를 보면 행복한 삶이라 할 수 있다. 원래 아버지의 일을 돕기 위한 농업과 관련된 실용학문을 하려던 그였다. 그에게 번개처럼 자신에게 찾아든 셰익스피어, “300년 전의 그 소설가가 자신에게 말을 걸고 있네.”라는 교수의 한마디에 그의 인생이 바뀌게 된다. 물론 그가 목표를 찾은 것이라기보다 목표가 그에게 찾아온 것이다. 결국 그는 문학의 길을 걸었고 동료와 제자와의 갈등은 있었으나 눈을 감기 전까지 자신의 일에서 즐거움의 끈을 놓지 않았다.
둘째 행복의 조건으로, 대중은 원하는 것을 풍요롭게 갖고 자유롭게 선택할 때 행복을 느낀다고 생각하지만 에릭센은 고개를 젓는다. 적절한 자유와 제한 속에서 인간은 진짜 행복을 느낀다고 역설한다. 갑자기 다산 정약용 선생이 기억 속에서 출력이 된다.
그는 공교롭게도 정조 임금과 18년, 강진에서의 유배생활 18년, 그리고 유배가 풀린 남양주에서의 18년 여생을 보냈다. 그중에서 그가 가장 많이 책을 낸 시절은 바로 유배시절이었다. 유배라는 제한 속에서 그래도 글을 쓸 수 있는 자유가 있던 시절, 후학을 양성하면서 그가 좋아하는 책을 저술하던 시기였다. 임금과 가까이 지내면서 늘 긴장 속에 있던 때보다 그에겐 이 시절이 가장 행복한 시간이었다 볼 수 있다.
주인공 스토너도 그랬다. 동료교수가 학과장이 되면서 자신의 자유와 권한에 통제를 주는 역할을 하였고, 불만스러운 결혼생활 속에 직장을 다니는 인내를 가져야 했지만, 그런 제약들이 있어 학업에 몰두하는 시간이 더 소중했을 수 있었다고 본다.
셋째, 경쟁이 없는 평등한 사회 보다, 정당한 경쟁과 보상 속에서 능력을 자유롭게 발휘할 수 있을 때 진짜 행복한 사회라는 것이다. 그는 나아가 타인과 비교하지 않는 것이 행복이 아니라 비교도 행복의 중요한 수단 중의 하나라고 역설한다. 자본주의 경쟁사회에 필요한 행복론이라 할 수 있다.
스토너는 실력으로 교단에 설 수 있었고 능력발휘를 통해 끝까지 그 지위를 유지했다. 잠깐이지만 캠퍼스의 사랑도 가질 수 있었다. 물론 그 사랑이 오래가지 못하였고 자신의 가정 또한 불만스러웠지만, 그 보다 못한 사람의 위치와 비교한다면 비교적 만족한 삶이었다고 볼 수 있다.
물론 행복의 잣대는 사람에 따라 다를 수 있다. 더군다나 에릭센의 마지막 일침, 행복의 반대는 불행이 아니라 지루함이라는 지적을 보자. 자신에 맞는 목표를 만들지 못해, 적절한 제약 속에서 자신의 능력발휘를 하지 못해 지루한 삶을 사는 것이 불행보다 더 안타까운 모습이라는 뜻일 것이다.
이제 소설의 첫 문장으로 돌아가보자. ‘그의 마음속 깊은 곳, 기억 밑에 고생과 굶주림과 인내와 고통에 대한 지식이 있었다.’ 여기에 이어질 다음 문장은 아마 이렇게 될 것이다. ‘그러나 그 기억밑에 있던 지식들이 그에게 뜻하지 않은 행복을 가져다주었다.’ 에릭센이 이런 말을 덧붙였기 때문이다. “행복이란 다른 어떤 일을 하던 중에 얻을 수 있는 전혀 예상하지도 못하는 긍정적 부작용 같은 것이다.”
'나는 과연 행복한가', 오늘의 이 질문이 내일 어떤 부작용이 되어 행복으로 나타날지 자못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