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희 컬럼니스트 [사진=더코리아저널]


[특별기고 이광희] '유럽문화수도'와 '문화관광루트'로 크게 발전한 도시와 농촌들

작성자: 이광희 컬럼니스트

▶'유럽문화수도'라는 제도 도입으로 죽어가던 과거형 도시들을 되살리다.

오늘날 세계 각처의 도시들은 올림픽이나 월드컵과 같은 스포츠부문의 메가 이벤트나 베를린 영화제, 프로방스 축제 등 문화부문 메가 이벤트 그리고 축제를 성공적으로 개최한 후 기존의 도시 이미지를 변화시키고, 지역경제를 활성화 시키며, 해당 도시

의 이름과 문화를 효과적으로 각인 시키는 시너지 효과를 얻어내고 있습니다. 특히 메가 이벤트 후에는 관광수입을 통한 경제적 부가가치 증대와 고용증진 그리고 도시 인프라를 개선하는 등의 긍정적인 결과를 얻어내는 도시들이 상당히 많습니다. 이와 같은 메가 이벤트를 잘 기획하고 유치하며 실제 준비해가는 과정에서 지역사회 내부의 결속을 더욱 다질 수 있고, 주민들의 자부심도 향상되게 하는 사회적 효과도 큽니다.

'유럽문화수도(European Capital of Culture, ECOC)' 제도⑴는 1984년 그리스 델피에서 개최된 EU 각료회의에서 배우이자 그리스 문화부 장관이었던 멜리나 메르쿠스에 의해서 처음 그 아이디어가 제안되었습니다. 그 후 1985년 그리스 아테네를 시작으로 매년 다양한 문화이벤트를 시행하는 유럽문화수도가 지정되기 시작했습니다. 2024년 현재 72개 도시가 유럽 내 문화수도로 지정되어 해당도시들은 자기만의 문화자원을 외부에 효과적으로 알리는 각종 이벤트와 관광마케팅 활동을 전개해 외래 관광객 유치 증가를 통한 지역경제발전과 지역사회 결속 증진 등 다양한 효과를 거두고 있습니다.

유럽연합 내 여러 국가들이 문화수도(ECOC) 제도를 운영하려는 프로그램의 목적은 ”유럽문화의 풍부한 다양성과 유럽이 공유하고 있는 특성을 강조하고, 유럽시민 사이의 상호 친선을 더욱 촉진하며, 유럽사회에 대한 동일함에 기반한 소속감을 강화한다“1입니다.

1984년 동 제도를 제정할 당시의 유럽사회는 정보화시대 도래에 따른 기존 도시산업 구조의 급격한 변화로 어쩔 수 없이 쇠락하게 된 구 산업도시들의 재생, 발전이 중요한 사회문제였습니다. 그 중에서도 1970년대 영국의 글래스고우시는 조선업과 제조업이 쇠락한 구 산업도시로서 대량실업과 가난, 슬럼지대, 폭력과 범죄같은 구 산업도시로서의 부정적 이미지와 평판를 갖게 된 희망이 없는 도시였습니다. 그로 인해 글래스고우 도시의 인구가 23%나 줄어들고, 실업이 급등하였고, 심각한 환경 오염과 도시 노후화가 큰 사회문제로 대두되었습니다. 그러나 1990년에 글래스고우시 는 유럽문화도시로 선정되게 되면서 각종 문화인프라를 확충하고 음악, 시각예술, 연극, 디자인, 건축 등 광범위한 분야의 개선과 관련 이벤트를 개최하게 되어, 부정적 이었던 과거형 도시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매력있는 문화예술도시로 새롭게 탈바꿈해 되살아나게 된 모범 사례가 되었습니다.

오죽하면 2003년 영국의 리버풀이 유럽문화수도로 지정 되었을 때, “제2의 글래

스고우”를 자신들의 목표로 삼았었다고 고백할 정도로 1990년에 유럽문화수도로 선정되었던 글래스고우는 문화수도 선정을 계기로 문화예술 중심도시로 변신 하였습니다. 당시 글래스고우에 대한 언론 기사는 87%가 긍정적이었습니다. 그 대표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 ‘글래스고우는 더 이상 더럽고 추한 도시가 아니다’(Wall Street Journal 1988년 1월 14일)

· 얼굴 때를 씻은 도시, 글래스고우-한때는 산업도시, 1990년에는 유럽 문화수도 (Der Tagesspiegel 1989년 6월 25일)

· 유럽의 못생긴 오리가 아름다운 백조로 변했다(Los Angeles Herald Examiner 1989년 8월 27일)

· 거친 산업도시에서 문화의 중심지로(Vancouver Sun 1990년 4월 10일)

· 글래스고우 검은 숫구덩이에서 빠져나오다 (Journal de Geneves 1990년 8월 25일)

1990년 영국의 글래스고우시가 유럽문화수도에 맞는 행사를 성공리에 개최하였을 당시 그야말로 각국은 쇠락한 산업도시 글래스고우가 유럽 내 멋진 문화중심도시로 기적적으로 변화된 것을 칭송 하였습니다. 그리고 10여년이 지난 후 리버풀이 유럽문화수도로 지정받기 위해서 신청을 했는데, 그때까지도 글래스고우시는 10여년 전에 변화된 긍정적인 이미지 효과가 지속 되고 있었습니다. 리버풀이 유럽문화수도

로 선정되기 위해 노력을 했던 2002년 1월부터 유럽문화수도로 최종 결정된 2003년 6월까지 언론에 1990년 유럽문화수도 글래스고우시에 대한 기사가 많이 나왔는데,

약 350개의 관련기사를 분석하여 본 결과 긍정적인 기사가 90% 이상 이었습니다. 그 중 도시의 이미지 변화에 대한 것이 31%였고, 각종 이벤트들의 긍정적인 경제적 효과가 19% 그리고 관광객 증가가 17%를 차지하고 있었습니다⑵. 이러한 측면에서 보았을 때, 메가 이벤트로 인하여 긍정적 방향으로 변화된 도시 이미지는 상당히 오랜 기간 지속됨을 알 수 있습니다.

2003년 유럽문화수도로 지정된 리버풀은 정치적인 상황이 불안한 사회적 문제

때문에 문화자원이 비교적 풍부했음에도 불구하고 지역경제 침체가 심화 되고 있었습니다. 당시 유럽 내 117개 도시 중 리버풀의 경제실태는 최하위권으로

114위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유럽문화수도로 지정되기 전 리버풀의 이미지는 극심한 가난과 침체 그리고 범죄와 마약과 같은 문제로 최악의 상황이었던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유럽문화수도로 지정된 지 5년 후인 2008년도의 리버풀시의 외래 관광객

수는 34%나 증가하였고, 이를 계기로 리버풀은 유럽문화예술도시 중 하나로 우뚝 설 수 있도록 발전하였습니다⑶. 이런 경우를 통해 충분히 알 수 있듯이 문화예술이란

“아름다움을 추구하고 명상할 수 있게 해주는 사회 속의 오아시스로 사람들의

삶에 위로와 기쁨을 줄 뿐만 아니라 도시를 빠르게 변화 시키고, 다시 살려내는 큰 힘이 있습니다.󰡓

▶ '유네스코 창의도시' 네트워크 등도 새로 고안되어 도시발전에 활용하고 있다.

이러한 유럽문화수도 지정 제도의 성공에 더불어 UNESCO 창의도시 네트워크, 아메리카 문화수도, 세계디자인 수도, 아랍문화수도(2000년부터 시작) 등 다양한 도시 브랜드가 새로 생겨나고,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이제는 도시도 문화관광을 통해 국제적인 브랜드 가치와 이미지를 갖을 수 있게 되고, 해당 도시로 국제적 자본과 기업체의 유치를 촉진시키며, 국내외 관광객들의 방문도 늘어나게 하는 복합적이고 긍정적인 현상을 활용해야만 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유네스코는 도시의 창의성에 대한 중요성을 잘 인식하고, 전 세계적인 문화도시를 대상으로 창의산업 활성화를 위한 세계적 네트워크를 구성하고 있습니다. 2004년 유네스코 이사회에서 세계문화 다양성 네트워크의 일환으로 ‘문학, 공예와 민속예술, 디자인, 음악, 미디어 아트, 영화, 음식 등’ 7개 분야에서 세계적 수준의 경험이나 지식, 전문지식을 가진 도시들의 고유문화자원을 널리 알리기 위하여 유네스코 창의도시 네트워크를 새로 지정하기로 하고 행동하기 시작하였습니다.

2008년 산타페에서 개최된 UNESCO 창의도시 네트워크 회의에 참석한 각국

의 대표들은 “창조성이 도시의 중심적인 특성이고 DNA이다.”라고 강조를 하면

서 도시의 성공은 창의력을 최대화하고 지속적으로 혁신하는데 있다고 하였습

니다⑷.

또한 2014년 유네스코(UNESCO)는 도시의 사회경제 발전을 위해서는 창의성을 활용하는 문화개발과 지속가능한 개발이 중요하다는 인식을 하게 되었고, 이를 목표로 하는 크리에이티브 시티 이니셔티브(creative cities initiative)를 발표하기도 했습니다⑸.

이런 창의도시 네트워크는 국가 주도가 아니고 각국의 시민들이 나서서 자국의 고유문화를 전 세계에 알리고, 도시의 발전과 시민들의 삶의 질의 개선을 추구하는 협력도시 간 네트워크입니다. 이 사업은 도시가 보유하고 있는 창의자산을 기반으로

도시의 경제 ․ 사회 ․ 문화적 발전을 장려하고, 궁극적으로 유네스코가 추구하는

문화다양성 및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룩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

고 있습니다⑹.

유네스코 창의도시는 2004년 영국의 에딘버러시를 시작으로 지정되기 시작하여,

현재까지 72개국의 180개 도시가 7개 부문의 창의도시 네트워크에 가입되었습니다. 창의도시에 가입된 한국의 도시는 2020년 기준으로 8개인데, 부천은 문학창의도시, 부산은 영화 창의도시, 통영과 대구는 음악 창의도시, 이천은 공예와 민속예술 창의도시, 서울은 디자인 창의도시, 광주는 미디어 아트 창의도시, 전주는 음식 창의도시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유네스코 창의도시를 제대로 조성하기 위해서는 창의적인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잘 구축하여야 합니다. 소프트웨어는 창의적인 인력의 개발과 유입 그리고 인적 네트워크의 구축입니다. 하드웨어는 도시의 쾌적한 어메니티 (쾌적환경)⑺ 와 교육연구시설, 문화예술시설 마련 등을 들 수 있습니다. 창의적인 인재들이 만들어내는 창조적 문화와 쾌적한 에메니티 그리고 창의산업에 대한 법적 제도적 지원 기반을 마련하는 것은 유네스코 창의도시의 지속적 발전에 밀접한 관계가 있으며 큰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몇몇 도시들이 각각 다른 테마의 창의도시로 선정되었는데, 이런 주제별 특성을 잘 살려내기 위해서 해당 지자체는 물론이고 정부와 지역주민들이 참여해 최대한으로 창의성을 발휘케 하고, 적극 후원해서 세계적인 창의도시로 발전되도록 국가차원의 문화관광 진흥 전략을 수립하고 지속적으로 지원해나가야 할 것입니다.

▶ '유럽문화관광루트' 지정으로 문화관광의 세계적 중심이 되다

2002년 유로존이 발효됨으로 유럽연합은 28개 회원국의 정치적, 경제적 연합체가 되었습니다. 유럽은 정치적, 경제적으로는 통합체가 되었지만 아직도 다양하고 이질적인 다문화공동체사회입니다. 이런 유럽연합 내 각 국가와 지방들은 문화적으로 연계하고, 유럽이라는 공동체 의식을 제고하게 하는 사업은 계속 진행되고 있는 중요한 과제입니다. 이러한 측면에서 유럽연합은 유럽문화수도 지정과 추진이라는 프로그램을 도입해서 유럽문화의 풍부한 다양성을 보존하는 동시에 유럽이 공유하고

있는 특성들을 강조하여 유럽인으로서의 정체성을 효과적으로 제고하려는 정책적 노력을 추진해오고 있습니다.

이와 동시에 유럽평의회는 1987년부터 '유럽문화관광루트 (European Cultural Route)'라는 제도를 새로 고안해서 유럽의 역사, 성인, 기사, 소설, 신화와 전설 등

다양한 주제를 중심으로 역내 여러 나라들을 경유하는 다문화 관광루트를 개발

하고 있습니다. 유럽 문화관광루트 지정과 상품화는 공통된 문화자산과 다양한 개별문화를 가진 역내 국가들이 역사문화적 테마에 기반한 차별적 관광루트로 긴밀히 연계되게 유도하는 중요한 정책입니다.

1987년 산티아고 루트(Santiago de Compostela Pilgrim Route)를 첫 번째 유럽문화관광루트로 지정한 후 2020년까지 약 38개의 다양한 문화관광루트를 확정하였습니다. 유럽문화관광루트는 유럽 3개국 이상의 공통테마를 중심으로

유럽연합 국가들의 영토를 통과하기 때문에 역내 국가간 협력을 강화하고 각종

이해관계자들이 긴밀히 협조해 자기 지역을 발전시키며 동시에 유럽 “문화관광의 최고”가 되도록 하자는 것이 주 목적입니다. 이와 같은 유럽문화관광루트의 철학, 목표 그리고 정책집행 기관과 지속가능한 문화관광루트 개발전략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향후 추가로 알아보겠습니다.

***(각주)

(1) 곽 현, ‘유럽문화수도 프로그램’에 관한 연구-문화주도의 지역재생관점에서 글래스고와 리버풀 사례를 중심으로-연세대학교 대학원 석사논문, 2009, P. 20.

⑵ Beatriz Garcia, Deconstruction the City of Culture: The Long-term Cultural Legacies of Glasgow, Urban Studies, 2005, p. 844.

⑶ Paul Jones and Stuart, Wilks-Heeg, “Capitalising Culture: Liverpool 2008,” Local Economy 19 No. 4, 2004, pp. 341-360.

⑷ 성원선, 유재길, 공공미술과 장소로 확장된 예술의지(kunstwollen)에 관한 연구-1회 뮌스터 조각프로젝트를 중심으로-, 기초조형학 연구, 2012, p. 227.

⑸ OECD Tourism and the Creative Economy, 2014, P. 169.

⑹ 유네스코 한국위원회, “한국 유네스코 창의도시 네트워크 사업 운영지침“, 1조 2항

⑺ 어메니티(amenity) 즉 쾌적환경은 자연적인 어메니티(natural amenity)와 물리적인 어메니티 (constructed amenity)라는 두 가지 요소로 구분하기도 합니다. 좋은 기후, 아름다운 해안, 인종적인 다양성과 같은 것은 자연적인 어메니티입니다. 문화시설, 위락시설, 훌륭한 식당, 도서관, 교육시설, 카페, 아름다운 건축물 등은 물리적인 어메니티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문화예술과 에메니티 그리고 도시발전 사이의 관계에 대해서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특히 지방자치단체에서 이 세 가지 요소가 도시를 재활성화 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보는 경향이 있습니다.

- Costas Spirou, Urban Tourism and Urban Change-City in a Global Economy, Routledge, 2011, PP. 150-1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