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희 조각가 [사진=더코리아저널]


[박상희 메타포] 섬 / 조각가 박상희

아침에 커튼을 여니 섬 하나

보인다.

늘 거기에 있으면서도 항상

외출하는 섬.

섬은 자신이 섬인 줄을 모른다.

자신을 섬이라고 주장하지 않는다.

자신 위로 떠 있던 하얀 구름이 불러줄 때야 자신이 섬인 줄 알았고

파도가 부드럽게, 때로는 절규하듯 외쳐도

섬은 대답할 수 없었다.

달빛 비출 때야 비로소 자신의 몸을 볼 수 있었고

물에 뜬 그림자로 자신을 표현할 뿐이었다.

언어가 없이 눈빛으로 건네는 천년의 문자.

섬은 침묵으로 새의 자리를 내어준다.

마치

어머니처럼.

어머니의 품을.

어머니!

어머니!

어머니는 섬이다.

2025년 6월

모항에서

[사진=박상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