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인 칼럼] 향(香) 문화
우리 선조들은 선비가 사는 집을 난형지실(蘭馨之室)이라고 하여 '난 향기가 나는 집'이라고 하였으며,
선비는 난(蘭)을 가슴에 품고 산다는 뜻으로 이슬을 먹고 맑은 바람을 마시는 난(蘭)을 닮아 가며, 스스로를 지켜 가는 삶을 산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유배 중이던 추사는 소치 허련 편에 일로향실(一爐香室)이라는 편액을 써서 초의 선사에게 보냈다.
향을 피우고 차를 달이는 화로가 있는 뜻의 이란 대흥사에 소장된 귀한 향 문화유산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선비들은 예로부터 운치 있는 4가지 일을 들었는데, 향을 피우고 차를 마시고 그림을 걸고 꽃을 꽂는다는 이른바 4예(四藝)이다.
향(香)은 제사뿐만 아니라 우리가 마음을 맑히는 효능 때문에, 그렇듯 정성스럽게 향을 피우고 정신을 집중하여 책을 읽는 것을 '분향독서(焚香讀書)'라 하였다.
이는 향이 사악한 기운이나 잡 벌레를 물리치기 때문에, 책을 읽을 때 날아드는 벌레를 쫓고 향의 정유성분이 정신집중을 도와준다는 것을 독서생활에 적응시킨 것으로,
실제 침향과 백단과 같은 향재료는 오늘날 아로마 요법에서도 정신집중을 도와주며, 쑥으로 만든 모기향은 여름철 야외활동에 필수품이다.
조선의 실학자인 오주 이규경(五洲 李圭景)은 일년 사시절 정취있는 향(香)생활을 한 선비들 가운데 한 분이다.
특히 그의 <오주연문장전산고(五洲衍文長箋散稿)>에서 아침에는 맑은 기운이 감도는 옥유향(玉油香)을 피우고 저녁에는 달과 짝을 하는 정겨운 반월향(伴月香)을 피웠다.
그리고 차를 마실때는 선향(線香)을 피운다고 하여 온 하루 향과 함께 한 삶을 살았다.
문자향(文字香)이란 사람이 쓰는 글씨에 그 사람의 교양과 인격이 그대로 드러난다는 뜻으로 조선시대 유학의 시대 속에서 핀 독특한 향기를 가진 문화가 되어, 맡을 수 없는 무형의 정신세계도 하나의 향기로 맡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책을 보관하는 서고의 이름에 이향(香)자가 많으며, 창덕궁의 문향재(文香齋), 선향재(善香齋)가 그 대표적 예라고 할 것인데,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향이 바로 책속에 담긴 선인들의 아름다운 마음의 향기라는 생각을 이렇듯 서재의 이름 속에 남겨놓은 것이다.
공자께서 말하길 좋은 사람과 함께 있으면 마치 향기로운 지란이 있는 방에 들어가는 것과 같아서, 오래 함께 머물다 보면 그 향기에 동화돼 비록 지란의 향기는 맡을 수 없지만 지란의 향기와 같은 향기를 풍기는 사람이 된다는 말이다.
(子曰 與善人居 如入芝蘭之室 久而不聞其香 卽與之化矣)
우리나라 어느 절을 가더라도 저녁이 되면 범종을 치고 난 다음 ‘계향 정향 혜향 해탈향 해탈지견향’ 하는 저녁예불을 올린다.
내가 올리는 향이 오분향이 되어 깨달음을 이룬 성자들이 성취한 법신을 비유하며, 일체에 두루 계신 삼보님께 공양을 올린다는 것이다.
오분향례를 아침저녁 예불에 통용된다고 설명하기도 하지만 이 의식은 저녁예불에 쓰인다.
계향(戒香)은 계율을 청정히 지킨 윤리적 인격의 향기, 정향(定香)은 선정의 몸을 뜻하며, 마음을 집중하고 한결같이 유지하는 향기, 혜향(慧香)은 깨달음과 지혜를 얻는 향기,
해탈향(解脫香)은 번뇌와 아집에서 벗어나는 해탈의 향기, 해탈지견향(解脫知見香)은 해탈을 통해 얻은 지혜를 통해 참된 자각을 얻는 향기를 뜻한다.
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