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성 시인, 작가 [사진=더코리아저널]


[김홍성 산중서재]구례 풍경 (박두규)

구례와의 인연은 깊다.. 나는 전북이 고향이고 전주에서 학교를 다니며 자랐지만 아버지의 고향이 구례다.. 아버님은 일찍 돌아가셨지만 그래도 생의 끝자락에 구례로 들어와 둥지를 틀었다..

구례에 산 지는 젊은 날 살았던 시절까지 포함하면 20여년이 되는 듯싶다.. 한때 홀린 듯 열심히 지리산에 올랐고 지금은 섬진강가 두텁나루숲에 거처하고 있다.. 이승의 따뜻한 한 구석을 내준 구례에 대한 고마움을 어떻하나 하다가.. 그나마 하는 것이 詩라서 구례라는 시를 지어 바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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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례求禮

구례의 모든 물줄기는 섬진강이고

올망졸망 보이는 산들도

다 지리산이다

낯선 사람에겐

낯선 산천일 뿐이지만

구례를 사는 사람들은

서로의 눈빛을 읽어내는

키가 비슷한 동무가 되어

그렇게 서로 구례求禮하며 산다

오일장에 돈사러 나온 왼다물떡

살아 있으니 파장 술도 한잔 한다며

빈 광주리 머리에 이고

휘청이는 걸음

윤슬 같은 슬픔의 순정한 마음들이

서로를 다독이며

그렇게 구례求禮하며 산다.

산기슭에 땅거미가 내리고

형님, 동생하며 왁자지껄

삼겹살을 구워내는 저녁

덜 익은 감이 헛간의 함석지붕에 떨어지면

깜짝깜짝 놀라기도 하며

지금 여기를 구례求禮하며 산다.

구례에서 구례求禮하며 사는 것은

검붉은 노을빛의 섬진강과

아름슬픈 지리산을 품는 일이다.

깊은 상처에 마음과 마음이 닿아

서로가 서로에게

푸른 대답이 되는 것이다

그렇게 구례求禮하며 산다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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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례 풍경들 [사진=김홍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