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문호 사진작가 [사진=더코리아저널]


[조문호 렌즈세상] 동자동이라고 바뀌지 않을 수는 없다.

동자동에 입주한지도 어언 9년의 세월이 흘렀다. 근본적인 주거문제가 해결되지 않았지만, 그동안 많은 것이 개선되었다.

동자동에 살다보면 갖가지 공적인 복지혜택을 받는다. 기초생활수급, 실업급여, 근로장려금, 자립과 자활을 돕는 공공사업, 무연고자 사망자를 대상으로 하는 공영장례 서비스, 지역봉사단체나 개인을 통한 무료물품지원이나 식사 제공 등 공짜 천국이다.

자존심 상하게 하던 줄 세우기는 없어졌으나, 개선할 점도 많다. 기부물품을 필요한 것으로 가져갈 수 있는 ‘온기창고’를 만들었지만, 늦게 가면 필요한 물건이 없다. 마땅한 상품이 없으면 부여된 포인트 만큼 비축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하루 한 끼는 먹고 싶은 음식을 먹을 수 있는 ‘동행식당’ 등 움직일 수만 있으면 굶어 죽을 염려도 없다. 다른 지역과의 형평성 문제도 있지만, 가장 큰 문제는 자기도 모르게 길들어 버린다는 점이다.

처음에는 여러 가지 음식이나 물품을 받으면 고맙지만 창피했으나, 이젠 아무렇지도 않고, 얼굴에 철판을 깐 듯 뻔뻔해졌다. 더 심각한 것은 도움에 대한 고마운 마음이 무뎌졌다는 것이다.

그리고 물품지원에 대한 일방적 의존은 주민 간의 연대와 상호 돌봄, 즉 상호 의존으로 이어지지 못하는데 있다. 무조건적인 돌봄은 자기 파괴로 이어지는데, 지금도 ‘우리는 거지가 아니다“며 간혹 거부하는 이도 있으나, 우려한 것처럼 대개 길 들어 버린다.

줄만 세우면 길들이지 말라고 싸운 나 역시 길들어 버렸다. 동자동의 경우 ‘서울시립 서울역쪽방상담소’에서 관활하는데, 온기창고 운영을 비롯한 개선할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닌데도 불구하고, 주민 의견은 무시하는 등 독선적이고 일방적이다.

동자동은 그래도 끈끈한 연으로 이어진 공동체 ‘동자동사랑방’이 가 있어 가능하다. 연고 없이 사망한 이들의 장례를 치러 주고, 신용거래가 불가능한 쪽방 주민들에게 소액 대출을 해주는 등, 서로 의존하는 것이다. 더러 주거 여건이 좋은 다른 지역으로 이사 가지만 다시 돌아오는 것은 동자동 만큼의 지원이 없는 것도 원인일 수 있겠으나, 아는 사람과 어울릴 수 있는 공동체가 없어 외롭다는 말이다.

세월이 한참 흘렀는데, 동자동이라고 바뀌지 않을 수는 없다. 예전처럼 노숙인과 어울려 거리 곳곳에 술판이 벌어지는 등의 무질서한 환경은 개선되었으나, 오히려 죽는 사람은 더 늘어났다. 길거리에서 마시더라도 어울려 마시는 게 낫지, 방에서 혼자 마시다보면 중독되어 절제를 못하지 않나 생각된다.

이 문제는 앞으로 전문가들이 연구할 과제지만, 빈민들 살기가 나아진 것만은 틀림없다. 이제부터라도 정책적으로 빈민들에 대한 지원을 늘리는 대신, 일체의 민간지원은 없애야 한다. 그리고 가격을 낮추더라도 최소한의 대가는 지불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모든 것은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자립심을 심어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사진=조문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