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대원 작가, 독서지도사 [사진=더코리아저널]


[변대원 독서일기] 1층과 2층 : 인생의 눈높이에 대하여

대부분의 사람들은 1층에 산다.

1층의 눈높이에서 천장은 높고, 바닥은 낮다. 손을 들고 까치발을 해야 닿는 곳은 높은 곳이고,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여야 닿는 곳은 낮은 곳이다. 1층의 사는 사람들은 그런 기준으로 높고 낮음을 비교하고, 자신의 위치를 가늠한다.

1층에서는 하늘이 높아 보이고, 성공은 먼 이야기처럼 느껴진다. 1층의 사람들은 대개 '저곳은 나와는 다른 세계'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한 층만 올라가도, 같은 위치를 다르게 바라보게 된다.

2층으로 올라가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1층의 가장 높은 곳도 2층의 가장 낮은 곳보다 높다.

3층, 4층도 마찬가지다. 각 층에서는 자신만의 기준으로 높고 낮음을 따지지만, 한 층만 올라가도 세상은 전혀 다르게 보인다.

21세기를 사는 우리들에게도 어쩌면 경제적인 기준의 눈높이나 상식의 눈높이가 비슷하게 작용하는 듯하다.

사람들은 저마다 자신이 머물고 있는 곳을 기준으로 높고 낮음을 판단할 수밖에 없다. 예컨대 전 세계를 기준으로 했을 때 우리나라의 대다수의 사람들은 15층 이상에 머물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한다.

나는 독서를 하면서 처음 그런 계층 간의 변화를 경험했다.

이전에 한 달 한 권 정도의 책을 읽었던 나는 내가 머물던 층에서 가장 책을 많이 읽는 사람이었다. 그러다 책을 점점 많이 읽을 수 있게 되고, 여러 책들의 내용을 비교하거나 분석하면서 책을 읽을 수 있게 되었을 때 깨달았다. 내가 아래층 천장쯤에 있던 내가 위층의 바닥으로 넘어왔다는 사실을.

한 달에 20권 이상 많게는 30권이 넘는 책을 사고, 하루에 한 권 이상, 일주일에 4-5권의 책을 읽게 되었을 때 나는 더 이상 내가 책을 잘 읽는 사람이 아니라는 걸 배웠다. 더 정확히 말하면 책을 잘 읽고 못 읽고의 기준이 아니라, 내 삶을 기준으로 무엇을 읽고, 무엇을 쓰고,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행동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그런 식의 기준이 바뀌자 책을 읽는 방식이 매우 자유로워졌고, 읽고 쓸수록 성장하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다.

독서뿐만 아니라, 만남과 경험도 우리의 눈높이를 바꾼다. 다른 분야에서 성공한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고, 새로운 환경에 뛰어들 때, 우리는 자신도 모르게 더 높은 층으로 올라가게 된다.

이제는 안다. 내 수준이 어디에 있는지.

어디에 기준을 두느냐에 따라 매우 높을 수도 있고, 반대로 매우 낮을 수도 있다는 것을.

단순히 무언가를 '잘'하는 게 배움의 목적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진정한 배움은 인식의 기준 자체가 바뀌는 게 아닌가 싶다. 잘하는 방법을 배우는 게 아니라, 잘하는 게 당연한 지점으로 기준이 바뀌는 것이랄까.

운전을 처음 배울 때는 계속 버벅대고, 하나하나 생각하면서 해야 했던 일들이 어느 순간 자연스럽게 연결되고 무의식적으로 당연하게 할 수 있는 상태가 되는 것처럼 말이다.

많은 영역에서 나는 여전히 1층에 머물러 있다. 종종 위층에 있는 사람들이 쓴 책을 읽고, 그들의 눈높이를 배운다. 생각도 만남도 인생도 결국 각자가 바라보는 삶의 눈높이에 따라 달라진다.

오늘 모증권사 기획본부장인 친구를 만나 삶에 대한 고민을 나누었다. 그의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다시 한 번 생각했다. 삶에서 우리가 머무는 층은 결국 우리 각자의 기준에 달려 있음을.

나는 지금 몇 층에서 세상을 바라보고 있는걸까?

다음 층으로 올라가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

[사진=김홍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