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문주 바나나롱갤러리 대표 [사진=더코리아저널]


[기고 강문주] 이 봄, 따뜻한 사랑이 있는 계절이기를

요즘 교황께서 연로하신데 노인들이 잘 걸리는 호흡기 질환으로 입원하시며 카톨릭 교인들을 비롯한 세계들이 다투어 기사를 내고 있다. 코로나 이후로 감기가 심상치 않아 지금 글을 쓰는 본인도 감기로 목소리를 잃고 인어공주가 되었고, 주변도 모 두 한두달 쯤은 감기라 농담처럼 다음 감기가 기다리고 있는데 아직 기침이라고 짧 게 통화를 한다.

그런 만큼 주변의 연로한 분들의 부고가 많았고 들어보면 교황님 이 겪는 과정과 비슷하다. 개개인 간 대화는 줄어들어 버리고 대면도 줄어버리고 그러면서 오히려 요양병원이나 병원에 사람들이 모이게 된다.

부산에는 영화의전당이 있는데 부산국제영화제를 비롯헤 크고 작은 영화제가 연중 있고 좋은 예술영화를 비롯해 비교적 대형의 상업적 영화 외도 접할 수 있는 부산 의 대표적 문화공간으로 있다.

반 백수가 된 지 일년 반쯤 되어가는 나는 평생 생 업과 생업에 필요한 일과로 접할 수 없었던 영화를 이 곳에서 누리게 되었는데, 3 만원 짜리 회원권은 1년간 8천원에 보는 영화를 6천원에 보면서 미술 관련 영화 를 자주 볼 수 있게 되었다.

거기엔 서양미술이 나오고 미술사에 나오는 미술이 있 는 미술관, 박물관 그리고 성당이라 불리는 카톨릭 공간이 꼭 나오게 된다. 최근은 카라바조를 다룬 다큐멘터리 와 영화식 타큐멘터리가 두편이나 동시 상영 중이었는 데 학교를 다니는 시절에 그냥 숫자와 알 수 없는 언어의 명칭을 외워야만 전교1등 을 하는데 그 영화를 보니 오십대 중반인 나도 그렇구나 하고 머리에 슥 들어온다.

더구나 젊어 돈 벌어 다닌 여행지가 나오니 더 빠르게 이해가 된다.그런 면에서 전 교 1등의 머리는 특별하다고 생각이 된다. 잘된 건지 이 나이에 빌빌대는 걸 보면 아닌지 모르겠으나 1등은 한번쯤 하면 축하를 받는 부모님이 있는 환경이라 나는 오십이 넘어 백수로 빌빌거리며 천천히 즐겁게 보고 익히고 있다.

그러나 그 때 전 교 1등은 안가보고 모르지만 외워서 물으면 모두 답을 했다는 것 아닌가. 정말 대 단하다는 생각이 새삼 든다. 여튼 나는 죽기 전에 세계란 것을 한번은 알고 사람들 이 세상이 어떻다고 말하는 세계관도 한번쯤 쭉 다 훑어보고 싶어하는 이들과 코로 나 시절부터 미학공부방에 끼여 들어보고 있다.

마리안나님(성당에는 세례명이 있다.)이 철학 같은 건 때려치라고 했지만 유일하게 잘하고 쌓은 지식이라 버리기엔 가난해서 불가하다고 말씀 드렸다.

철학은 빛 즉 진리를 사랑하는 학문이라는 건 다 아는 사실. 한국에서 가장 빛이 많은 해변가에서 내내 살며 잘된다는 그 서울에 가지 않고 사는 이유는 빛을 가장 많이 보면 빛을 알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아주 단 순하고 분명한 삶의 방식 때문이라고 대답할 수 있다.

사진2<철학 같은 건 때려치우라면서 아침마다 철학 글귀를 보내주시는 우리동네 이웃 마리안나님> [사진=강문주]


교황님은 (중이라고 하지 않고 스님이라 부르듯 그러한 호칭) 왜 세계인들이 입원 과 건강에 관심을 받을까. 그는 지도자 이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은 한국의 지도자로 뽑은 대표가 선택한 지도 방식에 대한 찬반으로 격렬히 대화 중이다.

세계에서 보면 한국의 대표에 대한 한국 국민의 이슈보다는 교황님의 행보와 다음 교황님에 대한 관심이 더 있을 것이다. 그것이 세계에 더 영향력을 미치는 부분이기 때문일 것이고 보편종교로 선택된 종교들의 교리를 철학의 진리 와 같은 진리로 이루어진 경을 가지고 있다.

경은 인간의 지 중 가장 높은 수준의 책을 이르는 말로 누구도 이다 아니다를 개인적 어려움으로 보지 그게 틀리다고 하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 지 않는다. 해서 우리는 학교 라는 짧은 기간을 제외하고는 각기 보편종교의 교리 를 듣고 연간, 월중 행사로 진리를 듣고 반추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해서 교인 또 는 신자는 그 교리를 믿고 따르는 자란 뜻일 테고 그 진리를 믿는다는 뜻일 것이 다. 그리고 영화에서 그렇게나 부패니 부정이니 다루어도 인간 역사의 중간 부분 중세라 불리는 시대를 끊어내 버릴 수 없는 것은 그들이 그 과정에서도 겪고 걸어 와서 살아내 지금의 지식과 진리에 도달했기 때문일 수 있다.

불신과 불안의 시절이라 한 공중파 라디오프로그램에서 진행자가 불안해 약을 먹고 해결한다는 이야기를 자연스레 말하는게 위로와 공감이 되는 때다. 지드래곤 같은 시대의 스타와도 한시간 쯤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는 사회적 위치에 있어도 불안 하고 이는 불신하게 하는 사회적 현재 모습이 잘 드러나는 장면이라고 본다.

사진4<베르너 사세 님이 현재 전시 중이신 우리동네 갤러리 허먼 전시 풍경-마치 구르는 돌 같아보임> [사진=강문주]


글쓴 이는 심리상담과 심리치료를 본업으로 해왔는데 가장 핵심정서는 ‘불안’ 이고 이는 관계 속에서 가장 잘 드러난다. 첫 문단에 말한 우리 모두는 발언의 기회를 점점 잃게 되고 교류 중 부정적인 교류만 가중되고 그러다가 쓸모(용도)가 다하게 되면 존재의 고귀함이나 존재의 개별적 아름다움이 아닌 요양병원서 처리 되거나 병원에 서 온전하게 수리되어야 한다.

그게 당연시 되는 시대에 사는 우리가 뭐가 안정되 고 평안하겠는가. 그 때 그 믿음의 진리 수장이 해주는 말이 한마디가 있으니 현재 교황님은 “희망”을 가지라고 말해주셨다. 그가 교황이 되던 날 들은 이야기가 가난 한 이들을 잊지 말라 였다고 한다. 그리고 그는 교황 일을 마무리하게 되는 시점에 서 우리 모두에게 희망을 담으라고 말한다. 이 시대에 정말 가장 어려운 일이 아닌 가 싶다.

아까 말한 마리안나님이 아침마다 때려치우라는 철학의 조각글을 매일 보내주시는 데 마리안나님은 70대 중반이신데 평생 배우고 익히고 경험한 것들을 요약해서 나 누시는 모임에서 매일 아침 누군가가 어딘가 있는 글을 모아서 잘 편집해 올려주시 는 걸로 안다.

저번에 편집장님께 글이 좋아 보내드렸더니 너무 좋다고 기사로 낸 적이 있다. 어제도 그런 글을 받았는데 공짜로 그런 글을 받아보다니 나는 늘 너무 재수가 좋은 거 아닌가, 어째 매번 이리 좋은 사람을 만나지 하고 혼자 감탄을 하다가 누군가에게 참지 못하고 말해버리고 만다.

평생 배운 진리, 심리에서 인간이 속한 세계의 절대 진리. 질투를 잊고 말이다. 어리석은 인간의 주요신화 ‘시지프스 의 돌’을 나도 인간답게 답습한다. 알고도 하니 신화까지 되는 거고 그것이 예술의 주제가 된다. 더불어 평생 배우는데도 안되는게 그만큼 뿌리 깊다.

그리고 선조가 가르치는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 김문정작가가 말하는 성실성이다. 그저 될 때 까지 계속한다는 것이고 그 때 자세가 교황님이 말씀하시는 희망일 것이다 알면 뭐 하겠나 또 저지르고 그러다 희망을 놓치면 우리가 말하는 우울이고 그 안에는 불신 이 핵심이다.

사진3<한국현대무용을 만든 무용인들의 여신 홍신자선생님과 전시장에서 떨며 찍은 사진> [사진=강문주]


정말 열심히 공부했다. 많은 심리교육 관련 학회장님을 도장 깨듯 찾아가 질문했 다. 사랑하는 나의 큰동생을 구하고 싶었다. 어쩐지 나는 나만 행복하면 행복하지 못하는 병이 있었다. 해서 울고 버둥거리고 있는 동생을 대신해 봇짐을 싸고 다니 며 물었다.

용하다는 선생들을 찾아가 물었다. 다 묻고 와서 들려줘도 동생은 믿지 않았다. 그는 진정한 경험주의자 였다. 그는 헤겔이었고 흄이었고 MBTI 의 강력 한 S였다.(MBTI 지표를 이렇게 말하고 지드래곤 노래가사에 나오면 대중이 다 알아듣는 시절이 오다니, 심혜숙 스승님!) 그리고 결국 한바퀴 다 돌아서 저나 나 나 오십대가 되어 맞잖아 말할 수 있는 이번주에 확신하는 건 사랑이 이긴다는 것 이다.

이 봄, 인간에게 따뜻한 기온 기준의 봄에 따뜻한 사랑이 있는 계절이기를 인사말 로 건네면 어떨까. 난 괜찮은 거 같은데요.

사진1<간송대구미술관에 전시된 훈민정음헤례본을 보관해오다 간송에게 넘긴 안동종가집이 친정인 분이 얻어와 키워내 꽃을 피운 드라세나 자바 의 봄맞이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