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성 시인, 작가 [사진=더코리아저널]
[김홍성 산중서재] <문 요한의 마음편지> 그대로 두고 바라보기
불안한 사람은 불안을 쫓아내려고 애를 씁니다. 강박증이 있는 사람은 강박적인 생각을 하지 않으려고 통제합니다. 욕심이나 집착이 많은 사람은 욕심이나 집착을 내려 놓으려고 합니다. 자신을 비난하는 사람은 자기비난을 멈추려고 다그칩니다. 그럼, 어떻게 될까요? 의도대로 불안이 사라지고 강박적인 생각이 약해지고 욕심이나 집착이 줄어들고 자기비난이 잦아들까요?
'내려놓자!'고 해서 내려놓을 수 있다면 참 좋겠지요. '하지 말아야지!' 해서 하지 않을 수 있다면 참 좋겠지요. 그러나 내려놓고 멈추고 버리려고 해도 쉽지 않습니다. 오히려 줄어들기는 커녕 확대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것처럼 무언가를 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은 그 역시 또하나의 통제이고 강박이고 집착이 되기 쉽습니다.
내 마음인데도 내 마음을 어찌할 수 없을 때가 많습니다. 그것이 마음의 속성입니다. 우리는 마음을 통제할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어떡 할까요? 통제와 집착에 대한 대안을 마음챙김 용어로는 '그대로 두기letting be'라고 합니다. 마음챙김의 본질은 어떤 의도, 기대, 통제를 갖지 않고 그냥 그대로 두고 보는 것을 말합니다. 우리는 마음을 원하는대로 통제할 수는 없지만 주의를 기울이고 바라볼 수는 있습니다. 물론 통제가 습관이기에 처음부터 잘 되는 것은 아니지만 말이지요. 이렇게 마음을 바꾸려고 하지 않고 바라보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투명한 컵에 흙이 담긴 물을 흔들면 물이 잔뜩 흐려집니다. 어떻게 하면 물이 다시 맑아질까요? 흐려진 물컵을가만히 두고 바라보면 흙은 가라앉고 물은 다시 맑아집니다. 마음도 그와 비슷합니다. 우리의 생각과 감정을 가만히 두고 바라보고 있으면 생각과 감정은 가라앉기 시작합니다. 물론 어디로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보다 가지런하고 고요한 모습으로 거기에 존재합니다.
당신의 마음을 가만히 바라보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 오늘의 그림
프랑스 화가 Georges de La Tour가 1635~1640년도 사이에 그린 막달라 마리아 연작 중 하나로 제목은 <Magdalene at a Mirror>입니다. 그녀는 왜 해골을 만지고 바라보고 있는 걸까요?
[사진=김홍성]
(출처 문 요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