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명철 역사학자 [사진=더코리아저널]


[기고 윤명철] 오늘처럼 군인들을 만납니다.

땅거미가 깔릴 무렵 들길을 걷다 군인들과 마주쳤습니다. 완전무장을 한 대대병력이 훈련중이었습니다. 둥지로 돌아가는 기러기떼처럼 100여m의 대열을 이루고 있었습니다. 옆에서 착잡한 심정으로 젊은 군인들을 바라 보았습니다.

자국의 군인을 이렇게 능멸하는 나라가 또 있을까 하는 생각을 오래 전부터 해왔습니다. 혹시 내부의 적이라면 모를까 자기집단의 이익이나 정치적인 견해로 군을 모욕해서는 안됩니다.

1592년에 임진왜란이 일어날 것은 너무 확실했습니다. 세계적인 국제질서의 변화 속에서 명나라와 유구국이 정보를 주었고, 심지어는 일본도 공식적으로 통보했습니다. 결국 부산에 상륙한 일본군은 기적(?)처럼 20일 만에 수도를 점령했습니다.

선조 이하 양반 사대부들은 이미 부리나케 도주했고, 평양을 지나 압록강가까지 도망쳤습니다. 선조는 강을 건너고 싶었지만 국제적인 압력과 일부 신하들의 반대로 멈추었습니다.

당쟁에 몰두한 그 잘난, 실력도 별로 없는데다, 노동도 안하고, 실존에 대한 기본적인 고뇌도 안하면서 아는척 군림했던 성리학을 모방한 학자들. 거기다가 온갖 탐욕으로 가득찼던 관리들. 그들은 철저히 군을 능멸했습니다.

추잡한 그 무리들은 돌아온 후에 오히려 의병, 의승, 의기 등을 죽이거나 귀향을 보냈습니다. 포로로 끌려갔다가 간신히, 그것도 일부만 돌아온 백성들을 쓰기조차 싫은 방식으로 대했습니다.

여러분.

만약 내부의 적이 아니라면 군을 능멸해서는 안됩니다.

난 때때로 탱크 소리를 듣고, 오늘처럼 군인들을 만납니다.

고맙지요.

역사학자인 저는 군인, 전사가 얼마나 절대적인 존재라는 사실을 압니다.

[사진=윤명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