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한표 인문운동가 [사진=더코리아저널]
[박한표 인문일지] "봄날"이 빨리 왔으면 한다.
1.
오랜 만에 서울에 다녀왔다. 벌써 1년이 되어 정기 건강검진을 하고 왔다. 내 마음은 지난 계엄으로 시작된 내란으로 심란한데, 서울의 거리는 겉으로 아무렇지 않은 것 같다. 곳곳이 사람들로 붐비고, 다들 밝아 보인다. 1986년 시인과 촌장이 불렀던 <풍경>이란 노래가 어제 많은 이들에게 회자되었다. "세상 풍경 중에서 제일 아름다운 풍경/모든 것들이 제자리로 돌아가는 풍경." 어제로 헌법재판소에서 있었던 탄핵 재판 변론이 끝났다.
이 노랫말처럼 모든 것들이 제자리로 돌아가고 우리도 하루 빨리 평온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나도 소망한다. 어제 국회측 변호사의 변론처럼, "그 첫 단추가 권력자가 오염시킨 헌법의 말들을 그 말들이 가지는 원래의 숭고한 의미로 돌려놓는 데서 시작되어야 한다" 나도 믿는다. 헌법의 말뿐 아니라, 일상의 언어도 회복되어야 한다.
2.
<<주역>>의 제4괘가 <천수(天水) 몽(蒙)> 괘이다. 제3괘가 <수뢰(水雷) 둔(屯)> 괘이다. <<<서괘전(序卦傳)>>은 이렇게 말한다. "둔(屯)이라는 것은 물(物)이 생겨나는 것에 관한 괘의 모습이다. 사물이 생겨난 후에는 그 사물은 어둡고 어리다. 그래서 <몽괘>로 받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몽은 갓 나온 어두운 존재라는 뜻이다.
즉 몽괘는 사물의 어린 모습이다. 어린 사물은 기르지 않을 수 없다. '몽(蒙)'은 '매(昧)'라는 글자와 같이 자주 쓰인다. "몽매하다"는 말이 그 예이다. 그 뜻은 '어리석고 사리에 어둡다'이다. '몽의 일차적인 뜻은 '무지함(ignorance)'이 아니라, '어두움(darkness)'이다.
예를 들어 '계몽(啓蒙, enlightment)'이란 '어둠을 연다'는 뜻이다. 프랑스의 18세기를 우리는 '계몽주의'라 한다. 이 말은 이전의 어두운 시대를 열러 밝은 세상을 만든다는 것이다. 그러나 프랑스에서는 18 세기를 '빛의 세기(siecle des lumieres)'라 했다. 이 말을 일본 사람들이 계몽주의로 번역하고, 우리는 그것을 그대로 사용하는 것이다.
‘몽(蒙)’은 본디 '덩굴풀' 이라는 뜻이라 한다. 그래 '생각이 엉켜서 사리분별을 못하는 상태'라는 뜻이기도 하다. 그래서 어린이를 ‘동몽(童蒙)’이라고 했고, 인간 평균에 한참 미달하는 지적 수준을 ‘무지몽매(無知蒙昧)’라고 했다. 무지몽매를 깨는 것이 ‘계몽’이다. 어제 윤측 한 변호인이 "계엄령 덕에 자기가 ‘계몽(啓蒙)’되었다"고 주장했다. 자기가 인지능력이 현저히 낮아 사리분별을 못하는 수준이라고 고백한 셈이다.
전우용 교수에 의하면, "‘무지몽매’와 비슷한 말이 ‘무지막지(無知莫知)’"라 했다. '인간이라면 배우지 않아도 알아야 할 것을 모른다는 뜻이라는 거다. '무지막지'한 자들이 공유하는 속성이 ‘난폭’이다. 지금 우리 사회의 중대 과제는, '무지몽매'하고 '무지막지'하며 '난폭'한 자들로부터 공동체의 수준을 지키는 거다. 인간 평균을 깎아먹는 자들로부터 공동체의 수준을 지키려면, 인간 평균을 끌어올리는 사람이 더 많아야 한다는 게 전 교수의 주장이다. 인문 운동가의 역할이 크다.
3.
지난 주부터 벌써 제13괘인 <천화 동인> 괘를 읽기 시작했다. "동인(同人)"은 '사람들과 한마음이 된다, 즉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끼리 협동한다는 뜻이다. 다시 말하면, 동지(同志)들과 연대하여 큰 일을 공명정대하게 추진하는 괘이다. 동지(同志), 뜻이 같은 사람을 만나 서로 신의를 지키며 공동의 목적을 향해 함께 걸어가는 삶은 아름답다. 내 일을 맡길 수 있는 사람, 내 등을 보일 수 있는 사람, 내 가족을 부탁할 수 있는 사람, 그런 동지들이 있다면 험한 길을 걸어도 발에 힘이 날 것이다.
<천화 동인> 괘는, 위의 그림에서 보는 것처럼, 외괘가 건천(乾天. ☰), 내괘가 이화(離火, ☲)로 구성된 괘의 이름을 ‘동인(同人)’이라 한다. '하늘 아래에 태양이 비추듯이 모두가 만나 함께 한다'는 뜻이다. 소인이 득세하던 비색(否塞)한 세상이 지나갔으니, 저마다 뜻을 같이 하는 사람끼리 만나 일을 도모한다. <천화 동인(同人)> 괘는 일음오양(一陰五陽)괘로 그 체(體)는 <중천건(重天乾)> 괘에 있다. <중천 건>괘 '구이' 효사를 음미해 보자. "九二(구이)는 見龍在田(견룡재전)이니 利見大人(이견대인)이니라" 이다. 이 말은 '구이는 나타난 용이 밭에 있으니, 대인을 봄이 이롭다' 이다.
4.
<<서괘전>>에서는 <천지 비>괘 다음에 <천화 동인> 괘가 온 것을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物不可以終否(물불가이종비)라 故(고)로 受之以同人(수지이동인)하고"라 했다. '물건은 가히 끝까지 막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므로 동인으로 받고'라 읽을 수 있다. 천지자연의 변화와 세상사의 모든 일과 현상은 끝까지 막히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비색한 상황(막힌 상황)을 뚫기 위해서는 사람을 만나야 한다. 그래서 <천지 비> 괘 다음에 <천화 동인> 괘를 두었다.
<<잡괘전>> 에 "대유중야, 동인친야(大有衆也, 同人親也)"라 했다. <화천 대유> 괘는 무리를 이루는 것이고, <천화동인> 괘는 친하는 것이다'라는 뜻이다. 이 두 괘에서 '대동(大同)'의 개념이 나온다. 하늘도 태양도 모두 오르는 성질을 갖고 있다. 하늘에 태양이 걸린 상으로 하늘과 태양이 만나 한데 어울려 있다는 거다. 밝고 굳건한 기세로 모두 하나가 되는 기운을 느낄 수 있다. 중정한 '구오'와 중정한 '육오'가 정응하여 상하의 관계가 아름답게 어우러진다. <<잡괘전>>의 "친(親)"이 나오는 이유이다.
하나의 탁월한 '음'을 다섯 '양'이 합하고자 경쟁하는 상이 나오니 인간 사회에서는 에정사의 문제로도 해서할 여지가 있다. 호괘가 제44괘인 <천풍 구> 괘이다. 이 괘의 <괘사>가 "姤(구)는 女壯(여장)이니 勿用取女(물용취녀)니라" 이다. 이 말은 '구(姤)는 여자가 씩씩하니 여자를 취하지 말라'로 해석된다.
5.
<괘사>는 "同人于野(동인우야)면 亨(형)하리니 利涉大川(이섭대천)이며 利君子(이군자)의 貞(정)하니라" 이다. '사람과 같이 함을 들에서 하면 형통할 것이니, 큰 내를 건넘이 이로우며, 군자의 바름이 이롭다"란 뜻이다. TMI: 同:한가지 동, 野:들 야, 涉:걸어서 건널 섭. 들에서 사람들과 함께하면 형통할 것이다. 큰 내를 건너도 이로울 것이다. 군자가 바르게 해야 이로울 것이다.
하늘에서 하늘과 태양이 함께 하듯 땅에서는 사람과 사람이 함께하라는 의미가 "동인우야(同人于野)"에 담겨 있다. 사람들과 함께 한다는 것, 동지를 규합한다는 것, 사람들과 한마음이 된다는 것은 반드시 아무것도 없는 들판에서 하는 것이다. 성안의 밀폐된 장소에서 하는 동인은 밀담이고, 음모이고, 사사로운 붕당이다.
동인의 궁극적인 목적은 지공무사한 대동(대동)의 세상을 만들고자 하는 것이다. 들판에서 사람을 만나 일을 같이 하는 것은 마치 하늘 아래 태양이 환하게 비추듯이 명명백백(明明白白)하게 해야 한다. 들에서 만난다는 것은 사심(私心)없이 공명정대(公明正大)하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공명정대하게 만나 일을 함께 하면 형통하니, 이렇다면 큰일을 할 수가 있다. 여기서 "대천(大川)"은 험난한 장애물이다. 그러나 이제는 과감하게 헤쳐 나아가도 이로움이 있다. 그리고 만나면 사사로운 정(情)이 생기고 사심(邪心)으로 일을 할 수도 있기 때문에, 군자의 바름이 이롭다고 했다.
점을 쳐서 부동효(부동효)의 <천화 동인> 괘를 얻으면 신의가 두터운 사람들끼리 공익적인 이르 사업을 추진하면 일이 잘 풀릴 것을 암시한다. 반대로 편법적이든 불법적인 일이든 가리지 않고 돈을 벌겠다면서 의기투합해봐야 결과는 뻔할 것이다. 좀 뒤에 지난 2년 전부터 있었던 사건에 대해 이야기 할 것이다.
6.
<<단전>>은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彖曰(단왈) 同人(동인)은 柔(유) 得位(득위)하며 得中而應乎乾(득중이응호건)할새 曰同人(왈동인)이라" 이다. (同人曰)(동인왈)同人于野亨利涉大川(동인우야이섭대천)은 乾行也(건행야)오, 文明以健(문명이건)하고 中正而應(중정이응)이 君子正也(군자정야)니, 唯君子(유군자)아 爲能通天下之志(위능통천하지지)하나니라" 이다.
번역하면, '단전에 말하였다. 동인(同人)은 유(柔)가 위(位)를 얻으며 중(中)을 얻어서 하늘에 응(應)하기 때문에 동인이라 말한다. (동인에 이르길) ‘同人于野亨利涉大川’은 굳세게 행함이요, 문명함으로 굳건히 하고 중정해서 응함이 군자의 바름이니, 오직 군자여야 능히 천하의 뜻을 통할 수 있다"가 된다.
TMI: 應:응할 응, 健:굳셀 건, 唯:오직 유, 能:능할 능. 좀 쉽게 말하면, "유"가 득위하고 즉중하여 하늘에 응했기 때문에 동인이라 한 것이다. '들에서 사람들과 함께하면 형통할 것이다. '큰 내를 건너도 이로울 것이다'라고 하는 ㄳ은 하늘의 이치를 행하기 때문이다. 문명이 강건함과 만나고 중정하여 서로 응하는 것처럼 군자는 바르기 때문이다. 오직 군자만이 능히 천하의 뜻과 통할 수 있다는 거다.
<천화 동인> 괘는 일음오양(一陰五陽) 괘로 음 하나가 두 번째 효에 있다. 그 "유(柔)"는 "육이'를 가리킨다. 이 '육이'가 주효이다.<중천 건> 괘 '구이' 효가 변한 것으로 생각하면 된다. '육이'가 음 자리에 음으로 있어 제자리를 찾고 또한 내괘의 중을 얻어 외괘 하늘에 순응하니, 중정한 '육이'가 중정한 '구오'와 뜻을 같이 하는 것이다. 그래서 동인이라 하였다.
‘同人于野亨利涉大川(동인우야이섭대천)’은 굳세게 일을 해 나가는 것이고, 내괘 <이화(離火 ☲)> 괘로 문명하고, 외괘 <건천(乾天, ☰)> 괘로 굳세며, '육이'와 '구오'가 중정해서 서로 응하는 것이 군자의 바름이다. 바로 이러한 군자라야 천하의 뜻을 통할 수 있다. 사람을 만나 일을 같이 함에 있어서는 중정한 도리를 지켜야 큰일을 할 수 있다. '육이'가 하늘의 '도'를 따라 모든 양들을 공평무사하게 대한다는 의미이다.
"문명이건(文明以乾)"이라는 말은 밝은 <리괘>의 '육이'와 강건한 <건괘>의 ;구오'가 각각 중정하여 정응하는 관계를 설명하며, 군자란 바로 그렇게 밝고 굳센 태도를 유지하며 서로를 바르게 대하는 사람임을 이야기는 것이다. 군자가 아닌 소인배들이라면 무의미한 것이다. 군자만이 진정한 연대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7.
<<대상전>>은 "象曰(상왈) 天與火(천여화) 同人(동인)이니 君子(군자) 以(이)하야 類族(유족)으로 辨物(변물)하나니라" 이다. 번역하면, '상전에 말하였다. 하늘과 불이 동인(同人)이니, 군자가 이를 본받아 유(類)와 족(族)으로 물건을 분별한다” 이다. TMI: 與:더불 여·및 여, 類:무리 류, 族:겨레 족·무리 족 辨:분별할 변.
<천화 동인(同人)> 괘는 외괘에 <하늘, ☰>이 있고 내괘에 <불 ☲>이 있는데, 하늘은 위에 있고 불은 위로 오르니 하늘과 불이 함께 하는 상이다. 또한 하늘에는 태양이 비추고 있는데, 태양이 하늘에 있다고 하여 <하늘 ☰>과 <태양 ☲>이 같은 것은 아니며, 하늘이 위에 있고 불이 위로 오른다고 하여, 불이 곧 하늘인 것은 아니다. 그리고 하늘 아래에 불이 환하게 비추니, 만물이 그 유(類)와 족(族)으로 구분된다. 이와 같은 양상을 체득하여 군자는 유(類:큰 단위)와 족(族:작은 단위)으로 물건과 상황을 분별하여야 한다.
그러니까 <천화 동인> 괘의는 '하늘 아래에 태양이 만물을 비추듯이, 천하가 문명하여 함께 하면서도 각각 저마다의 성질과 특성을 헤아리고 상황을 잘 판단하라'는 뜻에서 "유족변물(類族辨物)"이라 한다. 도올 김용옥 교수는 '"유족변물"을 군자는 동인의 동지("族, 족")들을 무리 지우고("類, 류"), 타물과 변별케 하여 새나라 건설의 씨앗을 만든다"고 해석했다. "변"과 "류"를 동사로 해석하는 거다. 쉽게 말하면, 하늘과 태양(불, 火)이 동인하니, 군자는 이를 본받아 무리를 구분하고 일을 분별한다는 거다.
'무리를 구별한다는 것은' 아무 하구나 어울리지 않는다는 거다. 상호 신의가 두터운 사람들의 모임인지, 대의명분이 분명한지 살핀 후에 관계를 맺어야 한다. "물(物)"은 기본적으로 사물, 만물이라는 뜻이지만, '일'로 해석한다.
인간 사회의 일은 '물(物)'에 포함되는 개념이기 때문이다. 군자는 하지 말아야 할 일에는 아예 몸을 담지 않는 사람이다. 불선(不善)하고 불미(不美)한 일의 결과가 선(善)하고 마(美)하기를 바라지 않기 때문이다. 밝은 빛을 상징하는 <리괘>에서 분별한다는 "변(병)"이 나온다.
8.
2021년부터 소위 '대장동 게이트'에서 1조 원대 돈벼락을 맞은 업체의 이름이 '화천대유'와 '천화동인'이었다. 이 게이트를 요약하면 이 거다. 거대한 이익의 저수지를 사업 설계자와 한 줌의 민간사업자가 공유한 거다. 사업진행에 따라 '원래' 개발업자는 쫓겨나고, 법조계 언론 기자출신 김*, 남* 변호사, 정* 회계사 등이 사업 지분을 차지했다. 재벌과 병원, 영화배우에게서 흘러나온 투자금은 막대한 수익으로 되돌아갔고, 민간사업자 인맥의 언저리에 위치한 정치인과 법조계 인사, 그 가족들이 영문 모를 이득을 봤다.
배운 사람들과 힘 있는 사람들이 여도 야도 따지지 않고 모여 그들만의 축재를 벌였다. 나를 슬프게 하는 것은, 그러는 사이 아파트를 분양 받을 처지가 안 된 원주민들은 여기저기로 흩어졌다는 거다. 그들은, 스스로 결정하지 않은, 개발이란 이름의 사회적 당위 앞에서 떠나야 했던 거다.
나는 늘 혼자 질문을 한다. 왜 새로운 아파트들을 계속 짓는가? 우리나라 주택보급률이 100%를 넘어 선지 오래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1인 가구가 늘어나 실질적 주택보급이 넉넉하진 않다고 하나 돈이 부족할 뿐 집이 부족한 적은 없었던 것 같다. 그리고 두 번째 질문은 우리 아파트의 수명이 왜 다른 나라에 비해 짧은가?
전문가들에 의하면, 한국 사회는 재개발의 유혹을 거부할 수 없기 때문이라는 거다. 우리 동네도 멀쩡한 다세대 주택을 고치기 보다는 뚝하면 부수고 새로 짓는다. 건물 수명이 짧은 것은 재건축 사이클이 빨라질수록 건설사와 거기 투자한 사람들이 부를 축적할 뿐만 아니라, 집주인들 또한 재건축으로 가치가 상승한 부동산을 보유하려는 욕심 때문이라고 본다.
개발 이익을 차지하는 사람은 소수라는 사실이 비밀이 아니건만 불을 찾아 날아드는 불나방처럼, 재개발이라는 종소리가 딸랑거리면, 사람들은 흥분의 도가니 속에서 너도나도 개발 열차에 올라탄다. 게다가 부동산 개발이라는 지팡이는 휘두르기만 하면 유권자들의 표를 쓸어 담는 마법의 지팡이가 된다. 이걸 외면할 정치인이 어디 있겠는가? 게다가 개발 판이 벌어지면 쓸어 담을 수 있는 일확천금의 기회를 막을 기득권들이 가만히 있겠는가?
40년간 어느 정부도, 부동산 망국의 길을 진정시키는 데 기여하지 않았다. 그들은 너나 할 것 없이 하나 둘 징검다리를 놓아 오늘의 사태를 만든 공범이다. 많은 정치인들과 기득권이 이것에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은 적지 않다. 이젠 개발주의를 넘어설 때가 되었다.
이 게이트는 천지자연을 부동산 상품으로 개발, 재벌, 은행 돈과 법조인, 특히 변호사들의 비호아래 거대 이윤을 얻는 개발자본이 천지 만물의 이치를 따져 인간 도리를 제시한 <<주역>>을 농락한 사건이다. '화천대유'는 하늘(天)의 불(火), 태양을 의미하고, 대유(大有)는 '크게 만족하고, 크게 얻는다'는 뜻이다. 따라서 하늘의 불인 태양이 밝게 타올라 세상을 비추게 되어 모두 만족하고 천하를 소유하게 된다.
간단히 말하면, 하늘의 도움으로 천하를 얻는다, 정정당당하게 천하를 소유한다는 것이다. 좋은 말이다. 그래 당시 유행했던 말이 "화천대유하세요!"였다. 그리고 농담으로 어디 대학 나오셨어요? 라고 물으면, 충청도에서는 '화천대유'라고 답했다. '천지동인'은 <<주역>>의 13번 괘이고, 14번이 '화천대유'이다. '천지동인'앞의 괘가 '천지비(天地否)'이다.
이는 불통과 단절의 시기 뒤, 사람들이 만나 대의를 위해 우정과 연대를 실천하는 것이다. 즉 사사롭거나 집안끼리 만나거나 천도를 어기면 안 된다. 뒤 이은 '화천대유'는 하늘 위에 태양이 솟은 괘로, 크게 형통함, 즉 풍족한 물질과 고른 나눔이다. 물론 이 형통함이 오래가려면 오만, 방탕을 멀리하고 품위, 겸손, 간난을 알고 나눠야 한다.
9.
천지(天地)라는 공공재는 모두의 것이되 누구의 것도 아니다. 따라서 대규모 개발은 공영이어야 난개발과 독점화를 막는다. 두 번째 이 사건의 핵심은 영화 <내부자들>에 나오듯, 은행, 재벌, 정치가, 검찰, 언론, 조폭 등 '천지동인'이 아니라. '이권동인'을 깨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우리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개혁동인'이다. 개혁 대의를 위해선 민초들의 소통과 연대가 필수이다.
이 개혁동인은 검찰개혁, 언론개혁, 토지개혁을 제대로 해 천지인을 제자로 돌려놓아야 한다. 자본과 권력의 돈잔치에 대해선 '멈춤의 도'인 52번을 뜻하는 '중산간(重山艮)' 괘나 '때를 알고 물러남'을 뜻하는 33번 '천산둔(天山遯)' 괘를 참고할 만한 하다. 변하지 않으면 삶이 없다. '역의 철학'이다. 강수돌 교수가 인용한 피터 모린의 말이 답이다. "모두 가난해지려 하면 아무도 가난해지지 않을 것이다."
8.
'대장동 게이트'에서 1조 원대 돈벼락을 맞은 업체의 이름이 '화천대유'와 '천화동인'였다. 다시 한번 더 말하지만. '화천대유'는 '하늘의 도움으로 천하를 얻는다'는 뜻이고, '천화동인'은 '잘못된 세상을 타파하기 위해 같은 뜻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대동 세상을 이룬다'는 의미이다. 말 그대로 하면 대동 사회를 꿈꾸는 일이다.
대동사회에 대해서는 <<예기>> <예운편(禮運篇)>에 자세히 나와 있다. "대도(大道)가 행해지는 세계에서는 천하가 공평무사하게 된다. 어진 자를 등용하고 재주 있는 자가 정치에 참여해 신의를 가르치고 화목함을 이루기 때문에, 사람들은 자기 부모만을 친하지 않고 자기 아들만을 귀여워하지 않는다."
"땅바닥에 떨어진 남의 재물을 반드시 자기가 가지려고 하지는 않는다. 사회적으로 책임져야 할 일들은 자기가 하려 하지만, 반드시 자기만이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이 때문에 간사한 모의가 끊어져 일어나지 않고 도둑이나 폭력배들이 생기지 않는다. 그러므로 문을 열어 놓고 닫지 않으니 이를 대동이라 한다."
10
오늘 공유하는 시처럼, "봄날"이 빨리 왔으면 한다.
봄날/이문재
봄이
새끼발가락 근처까지 왔다
내 안에 들어 있던
오랜 어린 날이
가만히 고개를 내민다
까치발을 하고 멀리 내다본다
봄날이 환하다
내 안에 들어 있던
오랜 죽음도 기지개를 켠다
내 안팎이
나의 태어남과 죽음이
지금 여기에서 만나고 있다
그리 낯설지 않다
봄날이 넓어지고 깊어진다
흙냄새가 바람에
바람이 흙냄새에 얹혀진다
햇살이 봄날의 모든 곳으로
난반사한다 봄날의 모든 것이
햇볕을 반가워한다
나는 내가 아니다
나는 우리 우리들이다
새끼발가락이 간지러운 이른 봄날
나는 이렇게 우리다
우리들이 이렇게 커질 때가 있다
사진=박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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