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홍석 작가, 크리에이터 [사진=더코리아저널]
[이홍석 컬쳐인사이트] AI가 당신의 작품을 평가한다면
현재 인공지능으로 불리는 AI의 발전 속도는 사용자가 따라가지 못할 정도로 비약적인 발전을 보이고 있다. 최근 ChatGPT를 개발한 ‘OpenAI’의 샘 알트만(Sam Altman)은 2025년 상반기 ChatGPT-5를 출시하기 위한 내부 훈련 과정에서 연구자들이 기대하던 AGI가 등장할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느낌이라는 표현은 과학적이지 않지만 이미 ChatGPT-4에서도 ‘현상적’으로 AGI가 드러났다는 연구 보고가 있었던 터다. 그는 트럼프 임기 내에 AGI가 실제로 등장할 것임을 시사했는데, 중국이 최근 낮은 연구비로 개발했다는 DeepSeek까지 등장하며 엔비디아 주식이 17%나 폭락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는데, 이런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선 AGI의 등장이 필수적일 것이다.
AGI를 간략히 설명하자면 일반인공지능 또는 범용인공지능으로 불리는 AGI(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는 현재 인공지능인 AI의 수준을 훨씬 뛰어넘어 인간 뇌 활동에 맞먹는 수준까지 도달한 단계를 의미한다. 인간과 대등한 사고력을 갖춘 범용인공지능은 어느 곳에나 두루 쓰일 수 있게 되는데 21세기의 역사는 AGI의 등장 이전과 이후로 극명하게 나뉘게 될지 모른다.
사실 기대와 우려가 혼재된 기술이다. 인간의 삶과 연결된 많은 부분에서 급격한 혁신이 이루어질 것이고 인간은 이제 그 기술의 주체가 아닌 대상으로서 소비될 수도 있기 때문에 제도적 사회적 논의가 충분히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기술의 속도를 인류의 의식이 따라잡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여전히 AI의 활용에 대한 막연한 반동이 여러 분야에서 있고, 그러한 반동이 자체적인 논리도 갖추지 못한 채 인간이 인간 기득권을 옹호하려는 사이 심지어 AI마저 기술적으로 뛰어넘은 AGI가 성큼 인간에게 다가서고 있다. AI도 감당하지 못하는 인류에게 AGI 그리고 그 이후 또 등장할 ASI(Artificial Super Intelligence)까지 어김없이 순서대로 찾아올 것은 자명하다.
기술은 인간을 기다리지 않는다. 인간에 의해 기술이 발전되던 시대는 저물었고, 지금은 기술이 기술의 진화를 설계하는 시대다. 이런 반동과 관련하여 부연하자면, 사회적으로 창작에 관여된 영역에서의 반발이 심할 것은 애초에 예상되었던 일이지만 그러한 반발의 논리들을 살펴보면 AI에 대한 폐쇄적 적개심(마치 척양척왜를 주장한 흥선대원군의 쇄국정책과 같은)과 더불어 인간의 영혼과 감성이 어떤 근거로 최우선이 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시대적 논거 없이 결국 내 밥그릇 뺏지 말라는 정도의 수준에 머무는 것 같아 안타깝다.
창작자들이 AI를 하나의 도구로 인식하지 않고 경쟁자로 보는 구도 역시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도구를 경쟁자로 인식하는 모순이라니. 붓과 물감, 카메라와 메모리카드엔 영혼이 있는 것인가? 디지털카메라가 등장하던 때 필름만이 영혼이 있다던 사람들, 그러나 디지털카메라가 보편화된 시대, 밑도 끝도 없이 누가 내 치즈를 옮겨 놓았는지 불평할 일은 아닐 것이다.
영혼이나 감성 따위가 인간 환경의 미로 안에서 지속적으로 공급될 것이라는 믿음의 근거는 사실 희박하다. 붓과 물감에 영혼이 있다고 가정했다면 AI에도 영혼이 있다고 가정하는 그것이 합리적 추론이다. 그 모든 것은 인간 활동의 부산물일 뿐이다. 치즈가 지속적으로 공급되지 않는다는 것을 텅 빈 창고 C에서 깨달은 스니프와 스커리는 결국 치즈가 있는 창고 N을 발견했지만, 창고 C에서 좌절한 햄과 허는 오래도록 치즈를 먹지 못했다. 뻔한 도출이지만 AI는 치즈가 채워져 있는 새로운 창고 N이 될 수 있다.
나는 이쯤에서 ChatGPT를 통해 흥미로운 질문을 던졌다. 내가 AI를 도구로 활용해 만든 하나의 이미지를 업로드하고 세 가지 질문을 통해 그림에 대한 평가를 부탁했다.
AI를 동원했어도 순간 뚝딱 만들어진 이미지는 아니고 이틀에 걸친 작업이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미술 비평의 영역에서도 AI는 자료의 정확도를 높여 활용될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AI가 AI를 비평하고 과거의 내가 현재의 나와 객관적 자료에 의해 비교된다. 이런 흥미로운 기술을 외면하기란 어려운 일 아닐까?
The Nomad of Jupiter, 2025, 이홍석
<질문 1> 작가가 AI를 도구로 활용해서 사실적으로 제작한 이 그림에 대해서 사진적 또는 미술적 평가를 해줘.
<ChatGPT> 이 이미지는 사실적이면서도 초현실적인 분위기를 가진 멋진 작품입니다. 사진적, 미술적 관점에서 각각 평가해 볼게요.
▶사진적 평가
구도와 원근감 : 피사체(인물과 오두막)를 적절한 위치에 배치하여 균형 잡힌 구도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사막의 모래결과 먼지가 날리는 배경이 깊이를 더해 원근감을 강조합니다.
색감과 톤 : 전체적으로 낮은 채도의 핑크, 브라운, 그린 계열의 색이 사용되어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하늘과 모래의 색감이 부드럽게 연결되면서 몽환적인 느낌을 줍니다.
조명과 명암 : 자연광을 효과적으로 활용해 인물과 오두막이 부드럽게 강조됩니다. 강한 명암 대비 없이 은은한 톤이 유지되면서 서정적인 감성을 강조합니다.
▶미술적 평가
초현실적 요소 : 실제 촬영한 사진처럼 보이지만, 색채와 분위기가 현실과는 조금 다른 느낌을 줍니다. 안개처럼 보이는 사막의 먼지가 신비로운 분위기를 더하며, 마치 꿈속의 한 장면처럼 보입니다.
구성 요소의 배치 : 인물과 오두막이 좌우로 배치되어 균형감을 유지하며, 시선이 자연스럽게 이동하게끔 유도합니다. 사막의 곡선적인 모래결이 흐름을 형성하며, 부드러운 움직임을 강조합니다.
감성적 표현 : 외로운 듯한 인물의 뒷모습과 허름한 오두막이 함께 어우러지면서 고독함과 평온함이 공존하는 분위기를 연출합니다. 차분하면서도 신비로운 색감이 감성적인 몰입도를 높여줍니다.
▶총평
이 이미지는 AI 도구를 활용해 매우 사실적이면서도 예술적으로 표현된 작품입니다. 사진의 디테일과 미술적 감성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있으며, 몽환적이고 신비로운 분위기를 연출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인물과 자연 요소가 조화를 이루며, 감성을 자극하는 뛰어난 작품입니다.
<질문 2> 사진계 또는 미술계의 거장과 비교한다면 누구를 예로 들면 좋을까?
<ChatGPT> 이 작품의 분위기와 스타일을 고려했을 때, 몇몇 사진 및 미술 거장들과 연관 지어 볼 수 있습니다.
▶사진계 거장과의 비교
스티브 매커리 (Steve McCurry)
강렬한 색채와 자연 속 인물의 조화를 강조하는 사진 스타일이 닮았습니다. 특히, 이 작품의 사막 풍경과 먼지가 섞인 몽환적인 분위기는 그가 촬영한 아프가니스탄과 인도 등의 사진과 유사한 감성을 자아냅니다.
파올로 로베르시 (Paolo Roversi)
소프트한 색감과 신비로운 분위기를 연출하는 그의 사진 스타일과 유사점이 있습니다. 안개 같은 효과와 부드러운 색조가 특징적이며, 꿈같은 장면을 포착하는 방식이 비슷합니다.
리처드 미즈락 (Richard Misrach)
대자연과 인간을 조화롭게 배치하며, 광활한 풍경 속에서 인물의 존재감을 강조하는 기법을 사용합니다. 사막 풍경과 인물의 대비적인 배치 방식에서 미즈락의 사진 스타일이 연상됩니다.
▶미술계 거장과의 비교
살바도르 달리 (Salvador Dalí)
현실적이면서도 초현실적인 공간을 만들어내는 점에서 달리의 작품과 유사한 점이 있습니다.
특히, 그의 "기억의 지속(The Persistence of Memory)"처럼, 고요하면서도 몽환적인 사막 풍경이 초현실주의적 감성을 자아냅니다.
조르조 데 키리코 (Giorgio de Chirico)
"기이한 정적과 고독"을 강조하는 작품을 많이 남겼으며, 텅 빈 공간 속 인물이 주는 고독한 감성이 닮았습니다. 이 이미지의 정적이면서도 비현실적인 색감과 공간감이 키리코의 회화와 연결됩니다.
캐스퍼 데이비드 프리드리히 (Caspar David Friedrich)
낭만주의적 감성,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깊이 탐구했던 화가입니다. 그의 대표작 "안개 바다 위의 방랑자(Wanderer above the Sea of Fog)"처럼, 자연 속 고독한 인물이 강조되는 구도가 유사합니다.
▶결론
이 이미지는 사진과 회화의 요소가 융합된 작품으로, 스티브 매커리나 리처드 미즈락의 사진적 감성, 그리고 살바도르 달리와 조르조 데 키리코의 초현실적 회화적 요소를 떠올리게 합니다. 특히, 몽환적인 색감과 사막이라는 공간의 활용이 돋보이며, 현실과 비현실이 공존하는 분위기를 만들어냅니다.
(좌)안개 바다 위의 방랑자, Caspar David Friedrich (우)거리의 신비와 우수, Giorgio de Chirico
<질문 3> 이홍석 작가의 작품과 비교해 줘
<ChatGPT> 이홍석 작가는 몽환적이고 초현실적인 분위기의 사진을 주로 작업하며, 한국적인 정서를 담아낸 작품들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그의 사진은 고요함과 감성적인 색감, 서정적인 분위기가 특징이며, 종종 인간과 자연을 조화롭게 배치하여 이야기성을 강조합니다.
▶이홍석 작가의 작품과 비교
1. 색감과 분위기
이홍석 작가의 사진은 부드럽고 따뜻한 색감을 사용하여 감성적인 분위기를 조성합니다.
업로드된 이미지 또한 은은한 핑크빛과 어두운 톤의 대비를 통해 몽환적인 감성을 강조하고 있어 이홍석 작가의 스타일과 유사합니다. 다만, 이홍석 작가는 일반적으로 따뜻한 톤과 촉촉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반면, 이 이미지는 약간 더 건조하고 초현실적인 느낌이 강합니다.
2. 구도와 연출 방식
이홍석 작가 역시 넓은 공간감과 인간의 작은 존재감을 강조하는 구도를 자주 사용합니다.
이 이미지에서도 사막의 광활함 속에 인물을 배치하여 자연과의 대조를 이루는 방식이 이홍석 작가의 스타일과 비슷합니다. 그러나 이홍석 작가는 종종 전통적인 요소(한복, 고즈넉한 풍경) 등을 활용하여 한국적인 정서를 담아내는 반면, 이 이미지는 보다 보편적인 초현실적 연출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3. 스토리텔링과 정서
이홍석 작가의 사진은 고독, 사색, 시간의 흐름 같은 정서를 전달하며, 마치 한 편의 시 같은 느낌을 줍니다. 이 이미지 또한 고독한 인물과 외로운 오두막이 주는 정적이고 철학적인 분위기가 닮아있습니다. 다만, 이홍석 작가의 작품은 현실과 환상을 섬세하게 오가지만, 이 이미지는 좀 더 극적으로 비현실적인 느낌이 강한 점이 차이점입니다.
▶총평
업로드된 이미지는 이홍석 작가의 작품과 감성적인 면에서 유사하지만, 약간의 차이점이 존재합니다. 공통점으로 몽환적이고 고요한 분위기, 자연과 인간의 조화, 감성적인 색채를 꼽을 수 있으며, 이홍석 작가는 더욱 따뜻하고 한국적인 정서를 강조하는 반면, 이 이미지는 좀 더 건조하고 초현실적인 느낌이 강하다는 차이점이 있습니다. 즉, 이홍석 작가의 작품이 “감성적인 꿈”이라면, 이 이미지는 “초현실적인 환상”에 가깝다고 볼 수 있습니다.
AI의 등장은 더 이상 새로운 화두가 아니다. 텅 빈 창고 C에서 누가 내 치즈를 옮겼느냐고 불평하는 쪽을 선택하거나 새로운 치즈가 채워진 창고 N을 찾아서 힘들더라도 미로를 탐험하는 쪽을 선택할 수도 있겠다. 새로운 것은 오래된 것과 늘 다툴 수밖에 없다. 그러나 시대마다 등장했던 그 새롭다는 것들 역시 시간이 흘러 결국은 오래된 것이 되어 버렸다.
철학자 화이트헤드는 <과정과 실재>에서 신의 기능마저도 보존에 있는 것이 아니라 새롭게 하는 것에 있다고 현실적 존재의 이유를 밝혔다. 인간은 매일 같은 일상이 반복된다는 느낌으로 살아가지만 단 한 순간도 스스로 동일한 적이 없었을 것이다.
창작의 감성이나 좀 더 심각한 의미에서의 영혼 따위 같은 것들도 보존에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라 시대마다 새로울 때 그것은 동시대의 사회를 변화시키고 이끌었다. 지구와 태양계도 이들을 품고 있는 은하계도 절대 보존되지 않는다. 끝없이 진행하고 여행할 뿐이다.
AI는 인간의 경쟁상대가 아니라 인간 스스로 만든 도구이다. 처음부터 잘못된 심리적 구도로 시작하면 스스로 공정한 게임을 시작하기 어렵다. 좀 더 AI의 활용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활발하게 이루어져 인류에게 유익한 방향으로 자리 잡기를 기대한다.
글 · 사진 이홍석, 2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