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영 문학박사, 중앙대예술대학원장 [사진=더코리아저널]
[이대영 감성일기] 요즘 양아치가 꽤 많은 것같다
세상이야기에 더 관심을 갖기로 하다. 내 양심의 거울에 사회를 비추어 보고, 기회가 될 때마다 몇 자 적기로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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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자에게는 군자의 애티튜드. 군자의 도덕률로 응대한다. 양아치에게는 양아치 애티튜드 즉 아치의 도덕률로 대응해야 한다. 또한 좌의 도덕률과 우의 도덕률도 있는데, 좌는 오로지 제 이득과 재물에 대한 숭배이다. 우는 대체로 주변에 무심하고 오로지 제 명예에 대한 숭배가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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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를 보니, 요즘 양아치가 꽤 많은 것같다. 양아치라 함은 어떤 사건과 본질에 대해 깊게 연구하지 않아 극히 무지함에도 대중에 휩쓸려 아무 말이나 내뱉는 자이다. 특히 대중이라는 이름 뒤에 숨어 일말의 죄의식도 없이 거짓과 궤사로 획득한 장물을 나누거나, 혹은 대중이 동굴 속 그림자임에도 불구하고 실존하는 존재자로 착각하여 그를 추앙하거나 그들에게 영합하는 자를 말한다. 제 이익과 권리를 제한하면 공동체의 법마저 사그리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대체로 눈과 귀가 어두워 피아식별만 가능하다. 그래서 적이라 생각하면 욕설 등 아무 말이나 내뱉는 금수같은 인간을 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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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양아치들은 일단 글을 쓰지 못한다. 제 마음을 스스로 다스리지 못하기 때문이다. 금수처럼 단발마로 외치며, 하나의 주제를 길게 논술하지 못한다. 논리력과 해석능력이 부족하여 적재적소 적합한 용어를 찾지 못해 허둥댄다. 언어를 제대로 다루지 못하니, 라캉이 말한 상상계의 어린 아이와 같다. 누군가 다 해줘야 하고, 그 누군가의 말을 따라 반복하며 재잘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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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아치는 자신이 늘 피해자라는 생각에 타인을 존중하지 못해, 없는 자리에서는 늘 타자를 비하하거나 이간하며 즐거움을 얻는다. 자기 위로의 방법이다. 구체적 실증보다 그럴듯한 사기의 느낌을 사랑하여 거짓을 밥먹듯한다. 기억을 왜곡하고 과거를 조작하는데 골몰한다. 양두구육 작전이다. 언행이 일치하지 않아 지적을 당해도 스스로 낯을 붉히지 않고 오히려 지적한 사람을 공격한다. 한 마디로 염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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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아치는 그나마 낫다. 생양아치와 개양아치가 있는데, 상호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궤사 능력과 순간 기억상실 능력 및 무한 거간질에 장물 나누는 솜씨가 탁월하다. 그렇게 떡밥을 주고 양아치를 유혹한다. 이들은 편청생간 전략으로 달콤한 독약을 생산하는 솜씨가 대단하다. 이들의 하이에나 병법은 가히 상상을 초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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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공동체의 보루인 입법 사법 행정 기관에 양아치가 수두룩하다. 정치계, 지식계, 문화계, 노동계 할 것 없이 사회 전반에 암세포처럼 번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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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자의 도덕률 중 최고는 예수님이 산상수훈으로 말씀하신 황금률이다. 군자에게도 금은동의 도덕적 계보가 따로 있다. 반면, 양아치의 도덕률은 대체로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강자에게 굽히고 약자에게 군림하라"는 점잖은 양아치가 있고, "약한 자만 골라서 착취하며 맘에 들지 않으면 언제든 두둘겨 팬다"는 생양아치의 도덕률이 있다. 이들로 인해 아름다운 세상을 남기고 스스로 하늘로 떠난 모든 이들을 위로한다. 인과응보에 시차는 있으나 오차가 없는 법이니, 하늘에서 두 눈 부릅뜨고 내려다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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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땅에서 우리나라 뉴스를 보니 양아치들이 출몰하여 다시 120년 전 흉흉한 을사년이 재현되고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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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이 공공테러에 의해 전이공간으로 급속히 빨려 들어가고 있다. 통과의례에서 전이공간은 기존의 법과 제도가 무력화되는 아노미의 세계를 뜻한다. 이 과정에서 기존의 규범, 권위, 사회적 상징체계가 무너지고, 사람들이 새로운 정체성과 질서를 모색하게 된다고 인류학자 빅터 터너가 말했다. 이 나라가 군자의 나라가 될지 양아치의 나라가 될지 우리의 선택에 달렸다.
태국에서 한국발 뉴스를 보다가 쓰다.
[사진=이대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