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인 논설위원 [사진=더코리아저널]
[천지인 칼럼] 와각지쟁(蝸角之爭)과 현실
달팽이 머리 위의 촉수. 두 개의 촉수끼리 서로 싸운다면 누가 보더라도 하찮게 보일 것이다.
바로 이러한 좁은 범위 안에서 서로 싸우는 상황,
곧 매우 사소한 분쟁(忿爭)을 의미하는 것이 바로 와각지쟁(蝸角之爭)이라 한다.
개인적인 이해득실(利害得失)로 인해 사소한 다툼을 일으키는 일을 흔하게 볼 수 있다.
요즈음 정치인들의 작태를 보면 절로 이 구절이 떠올려진다.
정치는 싸움이 아닌 타협이지만
더욱더 정도가 심하여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면 이전투구(泥田鬪狗)의 양상이 될 것이다.
만(蠻)과 촉(觸)의 싸움에서 시작되어 '만촉지쟁(蠻觸之爭)'이나 '와우각상쟁(蝸牛角相爭)'으로도 불리는 와각지쟁의 출전은 장자(莊子)칙양편(則陽篇)에서 찾을 수 있다.
"중국 전국시대(戰國時代) 당시 위(魏)나라의 혜왕(惠王)은 서로 불가침(不可侵)의 조약을 맺었던 제(齊)나라의 위왕(威王)이 그 맹약(盟約)을 깨자, 제나라에 대한 응징책으로 자객을 보내 암살하려는 계획을 꾀하려 하자, 신하 공손연(公孫衍)은 군사를 일으켜 제나라를 치자고 했고, 신하 계자(季子)는 백성들을 피폐하게 만드는 일이라 하였다.
이에 혜왕은 재상(宰相)인 혜자(惠子)에게 의견을 물었고 혜자는 당시 도가(道家)의 현인(賢人)이었던 대진인(戴晉人)이라는 사람을 천거(薦擧)하여 그를 만나게 하였다.
혜왕을 알현(謁見)한 대진인은 달팽이 우화(寓話)로 혜왕에게 답하기를, "달팽이의 왼쪽 촉수에는 촉(觸)씨라는 사람의 나라가 있었고 오른쪽 뿔에는 만(蠻)씨라는 사람의 나라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두 나라가 사소한 영토분쟁으로 전쟁을 일으켜 서로가 수만 명의 사상자를 내는 비극에 이르게 된 일이 있었습니다."
혜왕이 엉터리 이야기라고 말하자, 대진인은 다시 한 번 혜왕을 일깨워 준다.
"우주(宇宙)는 끝이 없습니다.
그렇다면 끝없는 우주에서 우리 지상을 내려다보면 어떻겠습니까?
우리 위나라와 제나라의 분쟁 역시 달팽이 두 촉수의 분쟁과 다름이 없지 않겠습니까?"
혜왕은 멍하니 듣고서는 재상 혜자에게 대진인은 성인(聖人)보다 위대한 인물이라고 칭찬을 하였다.
장자(莊子)의 상상을 초월한 비유로 보잘 것 없는 우리 인간들의 욕심을 무참하게 비판하는 우화이다.
곧 대자연(大自然)의 질서에 순응하면서 참된 자유(自由)의 진리를 깨달아야 한다는 장자의 논리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는 이야기이다.
아등바등 살아가는 우리들의 일상에서 가끔은 멀리 떨어져 현실 밖에서 자신을 돌아보는 여유가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달팽이 뿔 위에서 무슨일로 다투는가? 부싯돌 번쩍이는 사이에 붙어있는 이몸이거늘.. “
(蝸牛角相爭何事 石火光中寄此身) 백낙천(白樂天)이 지은 <대주(對酒>에서
사소한 다툼을 의미하는 와각지쟁(蝸角之爭)이나 진흙탕 속의 개싸움이라는 뜻으로 타인의 이목을 생각하지 않는 더러운 자기 이익만을 위한다는 의미의 泥田鬪狗 모두 개인적인 욕심에서부터 생겨나는 일이다.
타인에 대한 배려가 지나치게 부족한 우리 사회의 현실에서 한번쯤 되새겨 볼만할 문구이다.
공공질서를 지키자는 외침이 공허하게 들리고, 더 나아가 지키는 사람이 오히려 손해를 보는 모순(矛盾)된 현실이 극복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사회적 분위기가 바로잡혀야 할 것이고, 이를 위해서는 사회 지도층에 있는 사람들의 솔선(率先)이 필요할 것이다.
우리나라는 광복이후 물질적인 성장은 세계가 놀랄 만큼 고성장을 기록하고 있으며 한류는 전세계적으로 문화적 위엄을 떨치고 있지만, 정치적 정신문화의 발전은 제자리 걸음을 면치 못하고 있다.
작은 질서의식이나 권력만 탐하는 정치집단은 국민을 위한 헌신적인 정신자세를 더욱 일깨워 나가야 할 것이다.
합장
[사진=천지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