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성 시인, 작가 [사진=더코리아저널]
[김홍성 산중서재] 걱정을 굴리는 밤
낮은 길어지지만 겨울은 깊어 간다. 난방용 연탄이 가장 많이 소비 되는 시기. 연탄 덕분에 춥다 소리 안 하고 지내면 그냥 좋은 것을 괜히 졸갑이 나서 남은 연탄이 몇 개인가 세어 보았다. 앞으로 두 달, 즉 삼월 중순까지는 충분히 땐다는 계산이 나온다.
아, 얼마나 다행인가 .....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는데 방정맞은 생각이 따라온다. 작년에도 4월 중순까지 연탄을 땠으니 현재의 재고로는 한 달 분이 모자란다는 생각, 그 때 만일 이 산으로 올라오는 진입로의 눈이 녹지 않아 연탄 배달이 안 된다면 어떡하나 하는 생각 등등이 그것이다.
그런 저런 생각이 대체 무슨 소용인가? 그 때 가서 상황 봐 가며 얼마든지 조달할 수 있겠건만 스스로 골치 아픈 문제를 생산해 내고 있구나 싶은 중에 늘 걱정을 안고 사는 우리 어머니의 모습이 떠올랐다.
어머니의 이런 저런 걱정들이 지나치다고 여겨질 때마다 어머니에게 '걱정도 팔자' 라는 말을 내뱉었던 나 또한 요즘 들어 어머니를 닮아 가고 있다. 어머니는 87세, 나는 61세. 만일 내가 어머니만큼 산다면 자칫 향후 26년을 어머니처럼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한 온갖 걱정을 만드는 일을 부업으로 삼게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아, 잠 안 오는 밤은 마음 속에 걱정을 굴리는 밤이요, 온 종일 뭘 했는지도 모르게 보낸 하루 또한 걱정에 끌려 다닌 날 아닌가? 어머니는 어디로 어떻게 튈지 모르는 자식들을 수두룩하게 둔 탓에 그렇게 되셨다고 이해할 수 있지만 나는 겨우 연탄 모자랄까봐 졸갑을 떨었으며, 그런 졸갑을 떤 자체가 혹시 대물림이 아닐까 하는 데까지 이르러서야 정신을 차렸다.
[사진=김홍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