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영 감성일기] 을사 새해의 다짐.

이대영 승인 2025.01.11 16:06 의견 0
이대영 문학박사, 중앙대예술대학원장 [사진=더코리아저널]


[이대영 감성일기] 을사 새해의 다짐.

하나님 주신 나의 2024년을

빼곡히 적어 하늘로 올려 보내며

다가올 을사 새해의 다짐.

1.

만남에 있어서 중요한 건 나의 모습과 행동이 아니라, 남이 보는 내 모습이다. 나는 안그런데 왜 남이 나를 그렇게 평가할까 따지지 말아라. 우리는 저마다 타인의 기억 속에 부유하는 작은 조각배이다. 그 조각배들이 모여 우주와도 같은 '나'라는 존재가 완성된다.

고로 내가 평소 하던대로 타자를 만나는 것이 좋다. 발전하는 모습 보이면 된다. 굳이 타자의 마음에 들도록 억지로 나를 꾸미거나 하지는 말아라. 서운해하지도 마라. 그 사람 아니고서라고 나를 좋아하는 사람들 부지기수다.

2.

긍정의 뜻이든 부정의 뜻이든 "만나보니 그 사람이 듣던 거와는 많이 다르더라." 이런 말을 자주하는 사람은 편견이라는 색안경으로 세상과 사람을 오독하는 습관을 가진 것이다. 그가 대중 소구력이 있는 셀럽이다면 위험하다.

'그'라는 존재를 단 한번 만나본 적 없이도 그 사람을 함부로 평가하는 습관이 있기 때문이다. 편견은 자신의 삶을 피폐하게 만들고 주변마저 고독하게 한다. 가급적 겪은 일만 긍정으로 전해도 세상은 고요해진다. 미담가화의 미래를 열자

3.

신뢰가 금이 가면 끝난 것이다. 세메다인 아교칠을 잔뜩 바른다해도 계속 삐걱이다가 끝내 부러진다. 계속 과거의 일을 들추며 서로 옳다고 강변하며 자기 주장에 골몰할 뿐이다. 그나마 미움이 덜할 때에 헤어지는 것이 좋다. 10,821이 무엇인가.

4.

몸이 그렇듯, 관계가 그렇듯, 언어가 튼튼하고 유연해야 미래가 있다. 수평적 관계인지 수직적 관계인지 배타적 관계인지 우호적 관계인지에 따라 언어를 잘 골라서 써야한다. 말은 그 사람의 타자에 대한 사랑과 예의와 의지와 미래가 담겨 있는 법이다. 말을 가릴 줄 알고 말을 가눌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일을 맡기거나 곁을 주지말자. 특히 험담을 즐기거나 푸념을 많이 하는 사람은 멀리하자.

5.

만남은 오랜 관계가 좋다. 그렇더라도 내가 그와 매우 친하다고 그의 모든 것이 나와 연계되어 있으며 내게 모든 것을 말해주어야 한다고 착각하지 말아라. 그는 다른 존재이며 내가 구속할 수 있는 사람은 단 하나도 없다는 것을 명심하자. 그저 장무상망하며 서로 응원하고 그리워하는 것이 옳다.

6.

은근히 칭찬하면서 엿먹이는 것, 그것은 말이 아니라 짖음이다. 따라서 말의 파동과 그의 표정과 행동에서 깊게 묻어난다. 느낌은 이성이 감지하지 못하는 순결한 영적 영역이다. 십인십색 각자의 느낌이 개별적으로 다른 까닭이다. 둔감하여 느낌이 닿지 않는다면 신뢰할 수 있는 지인의 도움을 받아라. 그마저도 귀찮다면 멀리하거나 깨끗이 헤어져라. 느낌은 생존을 위한 메타언어다.

7.

꺼진 불꽃이 다시 살아나지 않듯이, 사람의 자존감도 한 번 무너지면 다시 일으켜 세울 수 없다. 많이 보아왔다. 그 자존감이 다치지 않도록 세심하게 마음 쓰는 일, 그게 인정이다. 겨울의 복판에 들어서고 있다. 춥고 삭막한 계절이다. 거절 당한 눈빛들이 더 가엽고 안타까워지는 계절이다. 주변을 세심히 돌아보며 인정머리없는 사람이 되지 않도록 스스로 채근하자.

8.

페북도 새해맞이를 위해 한 번 털어낼 때다. 비워야 채워지는 법이다. 회자정리요 거지필반이니, 가시는 임이여 안녕히 가시고, 다시 만날 때까지 더 멋진 세상을 즐기시길. 새해의 추억을 여전히 함께하실 임이여, 예쁜 생각으로 서로의 삶이 더 아름답고 다채롭게 빛날 수 있도록 축복하고 서로 도와주시길 앙청하다.

9.

하늘로부터 새로 선물받은 2025년의 족자. 펼치다. 붓을 들고, 나와 가족과 지인과 제자들의 건강과 행운, 나라의 평강과 융성을 우선 기원하다. 아울러 "우정만리 2부"와 "老신부의 혼잣말", "7인의 저녁, 6인의 아침" 등 완결하지 못한 희곡이 AI처럼 쭉쭉 써지기를 바라다.

10.

교내외로, 국내외로 변화가 많을 것이다. 생각전쟁에서 승리하는 창조적 소수자가 되자고 다짐하다.

11

아내와의 해넘이 해파랑길 하늘바다빛이 곱고 맑다.

이대영

2024년 12월 27일 오후 10:47 ·

[사진=이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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