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희 조각가 [사진=더코리아저널]


[박상희 메타포] 나의 옆집은 청와대 / 조각가 박상희

2024년 12월 26일

먼 곳에서 북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갑자기 쿵쾅거리며 들이닥친 탄핵열차,

그 바퀴의 진동이 광화문에서 출발하여 동십자각을 지나 삼청동 집까지 흔든다.

급히 옥상에 올라왔다.

수 백의 응원봉과 음악소리가 마치 횃불 들고 춤추며 이동하는 아프리카 원주민들의 축제 행렬 같았다.

육백여 년을 버텨온

경복궁 돌담은 그들을 비추고 있었다.

가까이에서 본 그들의 젊은 외침과 경쾌한 저항의 몸짓은 추운 날씨임에도 뜨거운 엔진의 열기를 뿜어낸다.

나는 그들을 바라보았고 또 다른 나는 그들을 보는 나를 보고 있었다.

국무총리공관으로 가는 길목,

2년 6개월여, 불 꺼진 청와대 춘추관. 경찰의 제지로 행진은 멈췄다.

나는 전쟁터로 떠나는 아이들을 응원하듯 손만 흔들 수는 없었다.

비록 쉽지는 않겠으나 진정한 공정과 절대다수의 국민들이 원하는 머언 북소리 울리는 원점,

잠시의 멈춤은 새로운 출발인 그곳으로 가기 위해

나는 또다시 삼청동에 정차한 탄핵열차를 기꺼이

탑승해야만 했다.

그것이 예술가로서 외면할 수 없는 시대정신이라고 믿기에.

2024년 12월 27일

[사진=박상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