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한표 인문운동가 [사진=더코리아저널]


[박한표 인문일지] 물은 시간의 본 모습이다.

강물이 화가 나면 배를 뒤집을 수도 있다. 물은 배를 띄우기도 하지만, 뒤집기도 한다. 지금이 바로 그렇다. 국민을 이기는 권력은 없다. 오늘 아침 다시 화두로 꺼낸 것이 '물'이다. 물은 모든 존재에 스며 있으며 그것은 생명의 원천이며 시간의 본 모습이다.

군주민수(君舟民水)

임금은 배 백성은 물.

물은 배를 띄우기도 하고

뒤집기도 한다는 말.

민심은 천심으로써, 임금이

선정(善政)을 펼치면 백성들이 따르고,

악정(惡政)을 행하면 폐위(廢位)

시킬 수도 있다는 말.

군자주야/君者舟也

(임금은 배)

서인자수야/庶人者水也

(백성은 물)

수능재주/水能載舟

(물은 배를 띄울 수도 있고)

역능복주/亦能覆舟

(또한 뒤집을 수도있다)

이렇게 말하기도 한다.

수즉재주, 수즉복주(水則載舟, 水則覆舟)

물은 배를 띄우기도 하고 뒤집기도 한다. (순자)

2016년 교수신문이 뽑았던 사자성어가 "군주민수君舟民水"이었다.

마침 어제 한 모임에서 건강을 위해, 그리고 우리들의 지구를 지키기 위해 물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길게 하였다. 그 때, 나는 '태일생수'라는 말을 소환하였지만. 그 말은 할 기회가 없었다. 그래 오늘 아침 <인문 일지>에서 다시 해 본다.

물은 모든 존재에 스며 있으며 그것은 생명의 원천이며 시간의 본 모습이다.

그런 의미에서 노자는 "태일생수"라고 말하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이 말은 1993년에 초묘(楚墓)에서 발견된 죽간(竹簡)에 나오는 <<태일생수>>에서 나온 것이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태일(太一)은 물을 생한다. 생(生)하여진 물은 생하는 태일(太一)을 오히려 돕는다. 그리하여 하늘을 이룬다. 하늘 또한 자기를 생한 태일(太一)을 오히려 돕는다. 그리하여 땅을 이룬다. 이 하늘과 땅이 다시 서로 도와서 신명(神明)을 이룬다. 신(神)과 명(明)이 다시 서로 도와서 음양을 이룬다. 음과 양이 다시 서로 도와서 네 계절을 이룬다. 이 네 계절(춘하추동, 春夏秋冬)이 다시 서로 도와서 차가움과 뜨거움(창열, 凔熱)을 이룬다. 차가움과 뜨거움이 다시 서로 도와서 습함과 건조함(습조, 溼燥)을 이룬다. 습함과 건조함이 다시 서로 도와서 한 해(세, 歲)를 이루고 이로써 우주의 발생이 종료된다." 여기서 "세(세)", 세월이라는 말이 나온다.

그러므로 물은 곧 시간의 창조주인 것이다. 물은 태일을 상보(相輔=反輔, 반보)하여 천지를 생성시키고, 천지는 물에 힘입어 결국 차가움과 따뜻함, 습함과 건조함의 변화를 일으키고 그 변화가 인간에게 시간으로 인지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간은 물이 없으면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할 수 있다. 물의 한열조습이 우주와 인체와 사회의 리듬을 형성하는 것이다. 놀랍다. 그러니까 물은 모든 존재에 스며 있으며 그것은 생명의 원천이며 시간의 본 모습이다.

우리 인생의 시간은 물의 시간이다. 우리는 물과 더불어 살고 물과 더불어 투쟁한다. 물이 없어도 죽지만, 물이 너무 많아도 죽기 때문이다. 그러나 분명히 해야 할 것은, <<태일생수>>의 저자가 이 세계의 가장 보편적인 현상의 기조를 "물(水)"이라고 보았지만, 그 물은 태일(太一, '도'의 다른 이름)과의 관계에서 천지만물의 모든 현상을 생성시키는 비실체적 사건일 뿐, 그 나름대로 원질을 형성하는 존재의 대상이 아니라고 보았다는 점이다. 그런데 그 물의 궁극적 귀결처가 '세(歲)'이다. 여기서 '세'라는 것은 일 년이지만, 농경사회에 있어서 일 년은 곧 영구한 시간을 의미한다. 계절로 이루어지는 세의 반복이 곧 시간이 것이다.

그 진행 순서는 다음과 같다: 태일(太一) → 수(水) → 천(天) → 지(地) → 신명(神明) → 음양(陰陽) → 사시(四時) → 창열(凔熱) → 습조(溼燥) → 세(歲)

그렇지만 생의 과정은 모든 단계에서 동시적으로 상보(相輔) 관계를 이루고 이룬다. "생(生)"의 과정은 반드시 "복상보(復相輔)"라고 하는 역의 관계를 동시에 수반한다. 이 점을 간과하면 안 된다. 흥미롭다. '"복상보"의 논리'에 따르면 내가 나의 자식을 생한다면, 나의 자식은 동시에 나를 생하여야 한다는 거다. 태일이 물을 생한다면 물은 동시에 태일의 생성을 도와 하늘을 생한다. 하늘은 동시에 태일의 생성을 도와 땅을 생한다. 하늘과 땅은 서로가 서로의 생성을 도와 가믈한 신(神)을 생하고 밝은 명을 생한다. 이렇게 전개되어 나가는 전 과정의 특징은 아무런 항목도 실체화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도올 김용옥이 강의에서 한 말이다.

그의 말을 직접 들어본다. "태일이라는 실체가 물이라는 실체를 탄생시키는 것이 아니라, 태일과 물은 상호 교섭하는 관계일 뿐이며, 그 관계는 끊임없이 서로를 포섭하고 서로가 대자(對者)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항목, 즉 천과 지를 생성시키는 것이다. 그러나 천과 지도 실체가 아닌 교섭의 과정적 사건일 뿐이며 그것은 신명을 생성시키고, 신명은 다시 음양을 생성시키고, 음양은 다시 춘하추동을 생성시키고, 춘하추동은 다시 창열(차가움과 뜨거움)을 생성시키고, 창열은 다시 습조(습합과 건조함)를 생성시킨다. 이 모든 존재(Being)의 과정이 아닌 생성(Becoming)의 과정은 결국 무엇으로 귀결되는가? 그 귀결처를 <<태일생수>>의 저자는 '세(歲)'라고 보았다." 그러니 가는 세월을 걱정할 필요 없다. 이루어질 일은 다 이루어진다. 물을 믿어라. 그리고 좋은 물을 마시고, 기분 좋게, 맡은 일과 정한 약속을 지키다가 죽는 거다.

산다는 것은 어떤 약속을 지키는 것의 연속이다.

그렇게 살다가

그날

주어진 일을 하다가 죽는 거다.

특별한 삶, 특별한 죽음은 없다.

열심히 일하는 것도 좋지만

기분이 좋은 것도 중요하다.

결국 올 것은 오게 마련이고, 갈 것은 가게 마련이다. 가는 해를 붙잡기도 어렵지만 그렇게 하면 내일 해가 뜨지 않는다.

추수(秋水)라는 말이 있다. 겨울을 대비해 대지는 물을 버린다. 삶을 살아가면서, 가장 중요한 말은 <<도덕경>>의 이 말이다. 제16장에서 멋지게 말한다. “완전한 비움에 이르십시오. 참된 고요를 지키십시오, 온갖 것 어울려 생겨날 때 나는 그들의 되돌아감을 눈여겨봅니다.”라고 한다. 난 <도덕경>에서 이 문장을 제일 좋아합니다. 원문은 “致虛極, 守靜篤, 萬物竝作, 吾以觀復(치허극 수정독 만물병작, 오이관복)” 이다.

"반자도지동反者道之動"(<도덕경 40장): 도의 핵심 내용은 반대 방향을 지향하는 운동력, 즉 반(反)이다. 어떤 것도 변화하지 않거나 독립적으로 존재할 수 없다. 이것이 동양철학이고, 이를 '음양오행(陰陽五行)'으로 해석한다. 나는 되돌아감을 늘 읽는다. 달도 차면 기울고, 밀물도 어느 때 썰물이 되고, 낮이 밤이 되고 밤이 낮이 된다. 아주 더운 여름이 되면 다시 추운 겨울로 이동하고, 심지어 온 우주도 팽창과 수축을 반복 한다. 이 모든 것은 어느 한 쪽으로 가다가 극에 도달하면 다른 쪽으로 가는 '도'의 원리에 따르는 운동이라는 것이다.

그래 가을에는 물기를 다 뺀다. 추운 겨울을 준비하는 것이다.

단풍은 자신이 소중하게 간직한 물을 비우면서 아름다워진 것이다.

비우면 더 자신의 모습이 잘 드러난다. 이 가을에 배운다.

단풍 드는 날/도종환

버려야 할 것이

무엇인가 아는 순간부터

나무가 가장 아름답게 불탄다.

제 삶의 이유였던 것

제 몸의 전부였던 것

아낌없이 버리기로 결심하면서

나무는 생의 절정에 선다.

방하착

제가 키워온

그러나 이제는 무거워진

제 몸 하나씩 내려놓으면서

가장 황홀한 빛깔로

우리도 물이 드는 날

#방하착: 내려놓다, 마음을 비우다라는 뜻의 불교용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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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박한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