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이지영] 아이를 삶 속에 두기

이지영 승인 2024.12.14 14:27 의견 0
글쓰는미술쌤 이지영 [사진=기고자]


[기고 이지영] 아이를 삶 속에 두기

20년간 아동미술 수업을 진행하며 수많은 아이들과 학부모를 만나왔다. 최근 들어 눈에 띄게 느껴지는 점은 요즘 아이들이 불편함을 견디는 힘이 예전보다 약해졌다는 것이다. 낯선 상황에서의 불편함, 친구들과의 갈등에서 느끼는 불편함, 원하는 대로 그림이 그려지지 않을 때의 속상함, 하기 싫은 일도 참고 견뎌야 하는 순간 등 다양한 불편한 감정들을 경험한다.

아이들은 감정 조절과 표현, 갈등 해결의 경험 등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을 통해 점차 더 유연하게 감정과 상황을 다루는 방법을 배우고 성장 하게 된다.

요즘 아이 키우는 집은 아기 물건과 장난감으로 가득 차 아기의 집에 부모가 얹혀 사는듯하다.

자동 흔들침대, 배앓이 방지용 분유 쉐이커, 아기발달촉진 아기체육관 등

'국민 육아템'은 부모의 육체적 부담을 덜어주는 데 도움이 되지만, 동시에 아기를 세상으로부터 격리시키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아기는 움직이지 않아도 되고, 스스로 불편함을 견디거나 적응할 필요가 없다.

자동 흔들침대가 아기의 울음을 달래주는 동안, 아기는 부모의 품에서 흔들리는

감각이나 안아주는 손의 따뜻함을 경험할 기회를 잃는다.

배앓이를 방지하는 분유 쉐이커로 균일한 분유를 먹는 동안, 스스로 몸의 불편함을 조절하는 작은 방법들을 배울 기회를 놓치고 세상의 자연스러운 흐름과 마찰을 경험하지 못한다.

과거의 아기들은 포대기에 업힌 채 밭에서 김을 매는 순간에도 빨래터에서 수다를 떠는 시간에도 엄마와 함께하며 모든 생활을 관찰하고 엄마의 말, 엄마의 태도와 삶을 배웠다.

얼마전 부산박물관에서 진행 중인 ‘우리가 인디언으로 알던 사람들’ 전시에서 인디언의 하늘과 땅에 감사하며 자연속에서 어우러지게 살고자 한 삶을 엿볼 수 있었다.

그중 특이 인상에 남는 것이 말에 매달아 둔 아기 요람이었다. 얼굴을 쏙 내민 채 세상을 바라보며 자연의 기운을 느끼게 하고 공동체의 한 일원으로 삶에 참여했다.

아기의 울음소리도, 웃음소리도 공동체의 일상이었으며 어른들이 하는 일과 속에서의 발생하는 갈등과 해결의 모습을 자연스럽게 관찰하며 세상을 배웠음이 우리의 전통적인 포대기육아와 유사함을 느낄 수 있었다.

[사진=이지영]
[사진=이지영]

아이를 어른의 삶 속에 두는 것은 아이가 건강하고 행복하게 성장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방법이다. 아이를 사랑하고 보호한다는 이유로 아이를 지나치게 중심에 두며 모든 편의를 제공하는 것은 아이를 위한 것이 결코 아니다.

집안일을 할 때도, 산책을 나갈 때도, 어른의 식사에도... 부모의 삶에 자연스럽게 동참하며 세상의 리듬에 적응하는 힘을 기르는 것.

불편함도 경험하고 배워가며, 아이가 세상속에서 자신의 자리를 찾아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그것이 아이와 부모 모두에게 필요한 방향 아닐까...

-오늘을 키우는 시간 저자, 글쓰는미술쌤 이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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