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영 감성일기] 마이크로와 매크로를 생각하다
이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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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2.01 2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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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영 감성일기] 마이크로와 매크로를 생각하다
눈이 부쩍 나빠지다. 다초점 두께를 더하다.
불현듯 마이크로와 매크로를 생각하다. 젊은 시절의 안경은 주로 근시용이다. 먼 것이 잘 보이지 않는다. 마이크로의 세상이다. 나무는 잘 보나 큰 숲을 보지 못한다. 앞에 떨어진 과제에는 익숙하나 먼 미래를 볼 여유도 경험도 시각도 없다. 어른들이 청년들에게 숲을 보라고 조언해도 눈앞의 불을 끄기 급급하다.
이랬던 우리의 눈은 나이 들면 점차 원시로 바뀐다. 가까운 것이 오히려 잘 보이지 않는다. 50전후로 내가 다초점 안경을 쓴 까닭이다.
장년에게는 거시적인 매크로의 세상이 익숙하다. 숲은 잘 보이고 적당하게 훈수를 둘 수도 있다. 다만 가까운 것을 잘 보지 못해, 나무 하나하나는 살피지 못하며, 혹은 경험상 언제든 처리할 수 있다고 판단하여 등잔 밑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오래된 습속처럼 무의식적으로 그냥 내버려둘 때가 있다. 허나, 악마는 디테일에 숨어 있다고 했는가.
인체의 신비, 즉 눈의 변화는 관점과 관심의 대상이 마이크로에서 매크로의 세계로 차원 이동하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노안이 온다는 것을 감지하였다면, 오히려 큰 것보다는 주변의 디테일에 호기심과 관심을 가지라는 뜻으로 해석하고 행동하는 것이 좋다. 큰 세상만 좇으려 하지 말고, 먼저 나와 내 가족과 주변을 잘 챙기는 지혜가 필요하다.
멀리 보이는 세상은 내가 아니고도 잘 굴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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