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일현 훈수일기] 늙은 남편
동물 사회에서 늙은 수컷은 비장하거나 비참하다.
평생 적으로부터 무리를 보호하던 숫사자는 사냥할 힘을 잃으면 젊은 수컷에게 자리를 내주고 쫓겨나 '마지막 여행'에서 혼자 쓸쓸히 죽어간다.
늙은 숫고양이도 죽을 때면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침팬지도 늙은 수컷은 젊은 것들과 암컷에게 애물 단지처럼 왕따 당하며 산다.
어느 나라건 '늙은 남편'을 조롱하는 농담은 넘쳐난다.
일본에서는 "비 오는 가을날 구두에 붙은 낙엽" 신세로 비유된다. "아무리 떼내려해도 달라붙는 귀찮은 존재"라는 뜻이다.
실제 인구조사 결과도 씁쓸하다. 몇 년 전 일본 에히메현에서 노인 3,100명을 조사했더니...
여성은 남편 있는 쪽이, 남편 없는 쪽보다 사망 위험이 두 배 높았고, 남성은 그 반대로 부인있는 쪽이 더 오래 살았다.
"늙은 남편이 아내에게 의존하는 경향이 높기때문" 이라고 했다.
엊그제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여성의 72%가 '늙은 남편이 부담스럽다'는 여론조사를 발표했다.
평균 수명이 길어지면 그만큼 돌봐야 하는 기간도 늘어날 것이라는 여성 쪽 걱정이었다.
늘 듣던 말 같은데 남성이 점점 더 내몰리는 느낌이다.
내 주변의 실화 하나를 소개한다.
내 지인 A씨는 73세이고, 부인 B씨는 67세입니다. 어느 날 B씨가 모임에 갔다가 외출에서 돌아오자, 바로 자기 방으로 들어가더랍니다.
A씨는 인사말도 없이 들어가는 부인이 이상하여 B씨의 방으로 가서 밖에서 무슨 일이 있었느냐며 다정하게 물어보아도 아무런 말이 없이 엎어져 누워만 있기에 "밖에서 무슨 일이 있었구나."하고 기다리다가 한참 지난 후에 B가 하는 말이 "다들 싱글인데 나만 싱글이 아니어서 싱글이 부러워서 그런다"고 말하며 울더랍니다.
즉, 다른 여자들은 혼자 몸이어서 다들 밥 걱정도 않하고 자유롭게 여행도 다니는데 자기만 남편이 있어서 부자유스럽고 불편해서 그런답니다.
이 말을 들은 A 씨는 조용히 방을 나와 자기 방에서 혼자 생각에 잠겼답니다.
퇴직 전까지 아이들 먹이고, 가르치고 장가보내고 하느라 한 평생을 뼈가 빠지도록 일 해오면서 취미 생활도 제대로 못하고 살아왔는데...
이젠 아내로부터 실상 버림받게 되는 신세가 되었구나 하는 처량한 생각에 잠이 오지 않더랍니다.
술을 마시며 자신을 달래보아도 누구에게 배신 당한 것 같은 감정이 복바쳐 올라 자살하고 싶은 심정이 들더랍니다.
다음 날 아내 B씨를 앉혀 놓고 감정을 달래며 물으니, 형식적으로나마 "잘못 했어요..."라는 대답과는 달리 태도가 예전같지 않더랍니다.
이런 얘기를 술자리에서 괴롭게 털어놓는 A씨는 "어찌하면 좋으냐?"고 질문하는데 나 자신도 도저히 이 말에 정답을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가부장 문화는 이제 여인들에 의해 사라졌습니다. 그 고분고분하고 순박하며 시어머니, 시누이들을 무서워하며 남편을 하늘처럼 받들던 효부시대는 머나먼 전설 속으로 사라졌습니다.
아... 늙은 수컷들이 갈 곳은 어디입니까?
그러나 평안한 보금자리가 있는 늙은 수컷들은 잘 기억하셔야 합니다. 매우 현명한 늙은 암컷들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라는 것을! 그리고 그들과의 관계를 신경써서 지키고 그들을 얼마나 잘 섬겨야 하는 지를... (출처 좋은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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