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혜영 문학산책] 종이배

문혜영 승인 2024.11.17 06:57 의견 0
문혜영 시인, 작가 [사진=더코리아저널]


[문혜영 문학산책] 종이배 /문혜영

B 화백의 화실에서 종이배를 본 순간

숨이 멎는 줄 알았습니다

전란을 피하려고 배편 구하러 나가셨다가

원산 앞바다에서 붙잡혀 수장되셨다는 아버지

세월이 흘러도 그 바다는 여전히 고통입니다

아직 저 바닷속 못 떠나신 건 아닐까?

슬픔에 가위눌릴 때면 얼굴조차 모르지만

아버지! 아버지!

그 이름을 통곡하듯 부르곤 했습니다

나는 거기에 없단다

나는 바람이란다 햇살이란다

네가 만나는 꽃들의 웃음이란다

밤마다 너를 지켜보는 별빛이란다

하얀 종이배는

승천하는 아버지의 넋이 되어 말합니다

언제나 네 곁에 있었단다, 아이야!

[사진=문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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