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치우 외계인수첩] 엄마 ! 나 , 노벨상 먹었어 !

오치우 승인 2024.11.02 10:10 의견 0
오치우 기획자, 카피라이터 [사진=더코리아저널]


[오치우 외계인수첩] " 엄마 ! 나 , 노벨상 먹었어 !"

나도 그런거 하고 싶었다.

어릴때, 백일장 상을 싹슬이 하고 다닐때 부터

나이들면 노벨상 정도는 타겠지 생각했다.

중학교 2학년 때, 식견높은 국어선생님을 만났다.

국문학을 전공한 내공이 느껴지는 글쟁이, 그리고

그녀는 예뻤다.

라면을 먹던 그녀가 눈 똥그랗게 뜨고 물었다.

너 ' 노벨문학상 ' 이런거 아니?

내가 조금 크면 그걸 받게될 거라고 무심히말해 버렸다.

그 순간, 나는 상상 할 수 없는 혼돈을 목도하게 되었다.

예쁜 그녀가 터무니 없는 표정으로 재채기인지 오바이트인지 알 수 없는 토악질을 연속 해대고 눈꼬리에서 시꺼먼 마스카라 국물까지 번져 내리고 있었다.

예쁜여자도 언제든 엉망이 될 수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내 눈에 세로로 걸쳐진 라면 한가닥이 그녀의 당혹스런 얼굴을 반으로 나누고 있었고 그 와중에도 나는 우아하고 눈부시던 그녀의 반듯한 이마에 쏟아진 머리칼을 쓸어주고 싶었다.

그녀의 입 속에서 뛰쳐나온 라면을 뒤집어 쓴 나는

그녀의 자취방에 가서 머리를 감고 그녀가 잠잘 때 입는 헐렁한 티셔츠를 입었었다.

그리고 우린 커피를 마셨다.

설탕을 3스픈이나 넣는 나를 보며 그럴 줄 알았다는 표정으로 싱긋웃는 그녀의 눈빛을 보며

" 아 씨 ! 블랙으로 마실걸 ᆢ"

역시 그녀는 블랙커피를 마셨다 . 하얀 커피잔에

환상적인 입술자욱을 남기며 그녀는 노벨문학상을 논했다.

" 노벨상은 너무 슬퍼 ! 한글로 쓴 어떤 작품도 노벨상을 넘볼 수 없거든, 왜냐하면 그들은 우리가 어디서 살고 무슨 생각을 하는지 관심이 없어 .

우리나라는 너무 작고 힘도 없고 돈도 없거든.

거기에 더 큰 장애는 우리가 쓴 한글이 지구에 존재하는 최상급의 표현력을 가진 고급문자라는 거야, 영어의 알파벳 따위론 우리의 정서나 어휘를 감당할 수 없거든,

우리가 세계 최강국가가 되거나 영어의 알파벳이 갑자기 영혼을 담아낼 수 있도록 급격히 진화되지 않는한 불가능 하다는 거지."

커피를 다 마시고 그녀의 루즈자욱이 찍힌 커피잔을

황홀하게 들여다 보고 있을때도 그녀의 노벨상 불가론은 이어지고 있었다.

그해, 겨울 , "그냥

시집이나 가야겠다 !"며 훌쩍 가버린 그 선생님은 정말로 뛰어난 글쟁이 였음이 후에 밝혀졌다.

큰 신문사의 신춘문예에 두군데나 당선된 ᆢ

어쨌든 그 이후로 노벨상과 나는 남남이 됐다.

그리고 , 돌고돌아 광고 카피를 쓸때,

가장 많은 글 값을 받는다는 걸 알게되서 광고대행사가 주서식처가 됐고, 카피라이터가 되어

아직도 그 서식지 주변을 배회하고 있는 중이다 .

그런데, "한강"의 기적이 가짜뉴스처럼 살포되기 시작했고, 이건 가짜가 아니란다 .

정말 가짜같은 진짜다.

영어가 갑자기 진화 할 이유가 없으니 우리가

문화최강국이 된게 확실하다.경이로운 일이다.

헌데ᆢ

예쁜 국어선생님 !

나 어떡해 !

나도 " 엄마 나 노벨상 먹었어 !" ,이런거 하고 싶었는데 ᆢ

나 이제, 어쩌냐고요 ^^

[사진=오치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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