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기자단 김명진] 가을은 여행하기 좋은 계절이다. 인천 토박이인 친정엄마는 가을바람이 불어오면 연례행사처럼 인천종합어시장이 위치한 연안부두로 향한다. 바람도 쐬고 제철 맞은 꽃게에 대하, 전어, 가리비까지 이맘 때 안 먹으면 서운한 해산물이 즐비하니 그야말로 해마다 돌아오는 미식여행을 떠나시는 것이다.
올 가을 인천 미식여행엔 드높은 가을 하늘에 궁둥이가 들썩들썩한 나도 따라나섰다. 목적지는 바로 인천의 간장게장골목! 제철 맞은 신선한 꽃게에 직접 담근 간장으로 만든 간장게장을 파는 가게들이 즐비한 골목은 들어서자마자 화려한 간판과 맛있는 냄새로 나를 유혹하기 시작했다.
30여개의 가게 중 부모님의 단골 가게로 들어가 신선한 간장게장에 밥을 비벼 먹는 순간, 나는 그야말로 천국의 맛을 느낄 수 있었다. 짭짤하면서도 깊은 감칠맛이 입안에서 퍼지며 간장게장의 풍미가 제대로 느껴지니 그야말로 밥도둑! 다이어트는 자고로 내일부터라고 했다.
인천 간장게장골목은 단순한 식사 장소가 아니라, 지역 주민의 정성과 역사, 그리고 문화가 담긴 공간이다. 꽃게는 우리나라 서해에서 주로 잡힌다. 하지만 ‘연평도 꽃게’는 누구나 한번은 들어봤을 정도로 특히 유명하다. 대연평도와 소연평도 주위에 형성된 연평어장은 다른 지역에 비해 수심이 얕고 물살이 빨라, 게살이 단단하고 맛이 달다고 한다. 꽃게는 산란기를 피해 4~6월과 9~11월에 잡는데 갓 산란을 마친 암게는 살이 빠지고 탈피하느라 껍데기도 물렁해져서 가을 조업 초반에는 수게가 맛있고, 암게는 살이 제대로 찬 10월 중순 이후에 먹는 게 좋다. 때문에 알이 꽉 들어찬 간장게장을 먹고 싶다면 지금이 딱이다.
최근 한국관광공사에서 각 지역의 문화와 역사가 담긴 K-로컬 미식여행 33선을 소개했는데 반가운 곳이 제법 많다. 지난 7월 문화체육관광부는 한국관광공사와 함께 방한 관광객 유치 전략의 일환으로 음식관광을 활성화하기 위해 음식관광의 새로운 브랜드 ‘테이스트 유어 코리아(Taste your Korea)’를 개발하고 ‘국가대표 음식관광 콘텐츠 33선’을 선정한 바 있다.
‘국가대표 음식관광 콘텐츠 33선’은 외식·관광업계와 학계, 홍보마케팅 분야 전문가들로 구성한 음식관광 자문단을 통해 각 지역을 대표하고 다른 나라와 차별화되는 한국의 음식 콘텐츠를 지역 대표 음식, 지역 대표 제철 식재료, 지역 대표 전통주 등 3가지 주제로 구분해 선정했다. 지역 대표 음식으로는 부산 돼지국밥, 수원 왕갈비 등 15종, 지역 대표 제철 식재료로는 통영 굴, 홍성 새조개 등 15종, 지역 대표 전통주로는 안동 소주, 양평 막걸리, 서천 소곡주 3종이 선정됐다. 선정 기준은 지역 대표성, 외국인 수용가능성과 더불어, 현지 방문의 직접적인 동기가 되는 식재료의 제철 적합성 등이다.
K-로컬 미식여행 33선에는 이번에 다녀온 인천간장게장골목 외에도 전주비빔밥, 안동찜닭, 수원왕갈비, 담양떡갈비 등 전국의 내로라하는 음식골목들이 한 자리씩 차지하니 고개를 절로 끄덕이게 만든다. 그런데 대구의 치킨이 내 눈을 사로잡는다. 치킨에 지역색이 있었던가? 치킨은 남녀노소를 불문한 우리 모두의 음식이 아닌가?! 너무나도 궁금해 대한민국 구석구석 기사를 살펴보니 시작은 1960년 서울 명동의 전기구이통닭이란다. 그리고 통닭에서 치킨으로의 발돋움은 1970년대, 전성기는 2002 월드컵이 불러왔다고 한다.
그런데 대한민국에서 치킨을 제대로 즐기는 지역으로 한국관광공사는 대구를 꼽았다. 그도 그럴 것이 값도 저렴하고 식감도 쫄깃한 닭똥집 골목이 대구 평화시장에 위치해 있다. 1972년, 가난한 노동자들에게 막걸리 안주로 내어주던 것이 골목을 형성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또한 대구에는 치킨 만들기 체험이 가능한 테마파크는 물론, 치킨하면 당연지사 따라오는 환상의 조합 맥주의 치맥페스티벌도 매년 7월에 개최돼 국내외 관광객들을 불러 모으고 있단다.
한국은행이 10월 8일 발표한 ‘2024년 8월 국제수지’에 따르면 여행수지는 14억 2000만 달러 적자로 전월보다 적자폭이 확대됐다고 한다. 여름철 해외여행 성수기에 따른 영향도 있겠지만 내 주변을 살펴봐도 여행이라고 하면 국내보다는 해외를 먼저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사실 우리는 내 나라 구석구석도 가보지 못한 곳이 많다.
10월, 11월은 우리나라를 여행하기에 정말 좋은 날씨다. 자꾸만 짧아져만 가는 이 가을의 멋진 풍경도 감상하고 그 지역의 이야기가 담긴 음식도 맛보면서 힐링하는 시간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 K-로컬 미식여행 33선을 보여주니 육식파인 아들은 수원 왕갈비, 횡성 한우, 담양 떡갈비, 광주 육전, 대구 치킨을 먹으러 가자고 성화다. 어쩐지 올 가을은 미식여행으로 유난히 바빠질 것 같다. (출처 정책기자단 김명진)
[출처] 대한민국 정책브리핑(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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