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영 감성일기] 추석이 생일인 사람들 모두 축하드린다.

이대영 승인 2024.09.29 12:58 의견 0
이대영 문학박사, 중앙대예술대학원장 [사진=더코리아저널]


[이대영 감성일기] 추석이 생일인 사람들 모두 축하드린다.

페북이 오늘 양력 생일이라고 알리다. 추석이라는 녀석이 은근히 다가와 내 생일에 철썩 달라붙다. 기분이 묘하다. 추석이 생일인 사람들 모두 축하드린다. 워낙 비트라이프 세상에서는 두 번의 삶을 산다. 음의 기운과 양의 조화가 그것이다. 오늘은 양이다. 혼백이 되어서도 꺼지지 않는 생명의 불꽃이랄까. 비트시대는 축복이다.

새벽부터 축하 전보가 100여 통이나 날아오다. 예쁜 축문에 답하고 있으나, 일일이 찾아 내려가려니 벅차다. 타인이 내 방에 쓴 게시물은 자동으로 자물쇠로 잠그어지도록 설계되어 있기 때문이다. 예전에 누구인가 이상한 사진과 글을 마구 올렸기에 자구적인 조치이다. 나의 기묘한 탄생을 기쁘게 생각하는 페벗이 있다면, 여기에 댓글로 축하 흔적을 남겨주시기 바라다.

나는 매해 페북의 사진과 글과 영상과 서로 나눈 대화 및 댓글 등 기록물을 다운로드하여 "이대영기록관" 폴더로 옮긴다. 나의 삶을 기록하기 위해서다. 나를 스친 그 이름과 거리와 사연을 추억하기 위해서다. 내가 겪은 현대사를 잊지 않기 위해서다.

그리하여 페북은 남이 봐도 되는 일기장이다. 물론 나만이 기억해야 할 내밀한 집안 대소사 등 남이 알아서는 아니될 여러 가지 이야기, 혹은 세계관 및 미래학, 정치철학, 미학, 작품 구상 등은 자물쇠( 🔒 )로 닫아 걸고 쓴다. 꽤 많다. 그래야 나의 일기장이니까. 그래야 내가 그 시절 어떤 사고체계로 세상과 응대했는지 알 수 있으니까.

때론 공개적으로 세상에 대고 외칠 일이 있을 때, 그때에는 지구본( 🌎 )으로 바꾸어 포스팅 할 때도 있지만, 대개는 친구끼리 보는 것으로 한정한다. 낯선 이의 불쑥 참여는 좋은 의도였을지라도 대화의 골간을 흔드는 훼방일 수 있기에 부담되기 때문이다. 그래도 친구 따라 강남 간다고 나의 포스팅은 결국 세상에 죄다 노출될 것이므로 가급적 신중하게 쓴다.

사실, 나라는 존재는 타인의 기억 속에 부유하는 작은 조각배이다. 그 조각배를 모으면 메러디스 빅토리호처럼 자유와 휴머니즘을 간직한 멋진 배가 될 것이다.

성정 깊고 도의 바른 언행으로 지인들의 삶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도록 노력하였으나 부족함이 많다. 혼자 사는 세상은 기쁨이 없다. 내가 사람을 갈망하는 까닭이다.

순결한 하루가 중추를 지나 푸른 가을 속으로 내달리고 있다. 남은 하루, 기쁨이 가득하기를 소망하다. 오랜만에 집에 온 아들과 어제 96세 어머니께 인사드리고, 내일은 선친 묘소에 가기로 하다. 아들과의 동행. 기쁨이다.

[사진=이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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