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영 감성일기] 나는 사람을 볼 줄 모른다.

이대영 승인 2024.09.15 21:22 의견 0
이대영 문학박사, 중앙대예술대학원장 [사진=더코리아저널]


[이대영 감성일기] 나는 사람을 볼 줄 모른다.

1.

나는 사람을 볼 줄 모른다. 그저 그의 말을 믿는다. 그래서 많이 속고 찍히고 등에 창칼도 맞았다. 거의 고슴도치다. 모든 것은 사람의 말을 다루는 나의 불찰이다. 나는 타인을 이간하는 말을 못한다. 주로 그 사람의 긍정적인 면을 본다. 그렇게 속임을 당하고도 또 그 습속을 버리지 못해 한숨 쉰다.

2

타인의 삶에 대하여 함부로 말하지 말라. 삶의 부분이 그 사람의 전부가 아니다. 말하려거든 좋은 것만 전하라. 말은 칼보다 강하다. 칼에 베인 상처는 아무나, 말에 베이고 쓸린 상처는 아물지 않는 법이다. 진정한 사과 없이, 또 자신의 허물을 묻고자 더 큰소리로 떠드는 이를 경계하라.

3

사람은 대체로 두 부류이다. 누군가의 "호의"를 갖고 공유하는 사람과 "적의"를 품고 공유하는 사람, 이렇게 두 부류가 있다. 전자는 희망의 씨앗을 나누는 착한 농사꾼이고 후자는 증오의 종자를 퍼트리는 나쁜 농사꾼이다. 대장부는 전자의 길을 걷는다.

4

미담가화, 널리 알릴 아름답고 감동적인 이야기만을 전하라. 사람의 그 미소를 기억하는 가화감로를 전하라.

5

민심은 사는 것이 아니라 얻는 것이다. 그러나 바람과 같이 어질고 높은 곳에서 추운 곳으로 향하므로 그들의 마음은 가둘 수 없다. 사람의 마음은 강물과 같아 머물 곳에 머물고 흐를 때에 흐르며 오래 가두어 쌓이면 노도처럼 변한다. 하나의 마음이 그럴진대

6

죽은 자들의 글을 익혀 벼슬아치나 될 생각을 말고, 새 가치를 창조하라. 과거의 학문은 술안주가 되게하라. 옛 경전을 읊조리고 책장이나 뒤적이고 말귀나 따지는 것은 장부의 할 일이 아니다. 즐겨 사색하되 불의에 용맹하고, 인의와 도덕으로 사람의 마음을 얻어라.

7

조직에서는 차라리 스스로 저버릴지언정 저버림받지 마라. 저버림받았다면 다시 빈 생을 돌아보라. 조직에 대한 복수는 대장부의 꿈이 아니다. 잊는 것은 이기는 것이다. 세상은 넓고 인재는 많으니 다른 성을 쌓아 창업하라. 저버림받지 않으려 조직을 통째로 폐하는 행위를 하지마라.

8

장부는 제 출신을 거역하거나 배반해서는 안된다.

몸의 고향과 사상의 고향과 수학의 고향 그리고 초목동리의 고향을 욕하거나 욕 듣게하여서는 못 쓴다.

9

중원의 관료는 적당한 비와 거름과 햇살이 있어야 자라는 나무와 같다. 하여, 치세에는 부드럽고 지적이고 예의 바르지만, 난세에는 제 몸만 간수하려는 경향이 있다. 강호의 식자는 스스로 물을 찾고 곡식을 키우며 해와 달을 가릴 줄 아는 . 하여 난세에는 힘을 발하나, 일가를 이룬 뒤에는 교만하고 예의가 없다. 가끔 서로 왕래하여 삶을 배워야 바르고 참된 인간이 된다. 그럼 온 나라가 강성해지고 온 백성이 편안해진다.

10

장부는 때론 몸을 굽히고 분수를 지키며 하늘의 명을 기다릴 줄도 알아야 한다.

11

봉황은 천 길을 날되 오동나무가 아니면 앉지않는다. 선비는 땅 한모퉁이에 숨어 살아도 어진 주인 아닌 이를 섬기지 않는다. 장부는 준비될 때까지는 움직이지 않는다. 불비불명하나 행동은 태산같이 하고 마음은 바다같아야 한다

12

어진 이는 힘이 있어도 약하고 야윈 자에게는 머리 숙인다. 악인은 강자에 아부하고 약자는 유린한다. 악인의 궤사와 거짓 힘에 유혹당하지 말라.

[사진=이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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