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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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1 2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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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혜영 시인 통신] 시간이 머문 자리 / 문혜영
시간이 바람과 다른 건
앞으로만 달린다는 것이다
50개 탑이 위용을 자랑하는 거대한 사원
바이욘에 들어서자, 탑마다 가득한 보살상의 미소
그 마모되어간 흔적을 보고있으니 문득
시간이 머ㅗ물러 맴돌고 있단 생각 들었다
우리에 갇힌 맹수처럼
처음엔 울부짖기도 했겠지
뿔뿔이 흩어진 것들 따라서
직선이 아니더라도
사방으로 도망칠 수도 있었을 텐데
차마 놓고 갈 수 없었나 보다
저 자애로운 보살 미소를 두고
시간이 천년을 쓰다듬은 미소에 녹아서
하마터면 나도 거기, 시간의 우물에서
빠져 나오지 못할 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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