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인 칼럼] 바둑 (2)... 바둑과 인생

천지인 승인 2024.08.04 17:15 의견 0
천지인 논설위원 [사진=더코리아저널]


[천지인 칼럼] 바둑 – 2 바둑과 인생

바둑을 수담(手談)이라고 한다.

글자 뜻 그대로 두 사람이 마주 앉아 말없이 손으로 대화를 나눈다는 의미이다.

바둑은 예로 시작해 예로 끝나는 게임이며, 바둑은 민주주의의 기본원리인 자유, 평등, 평화의 정신을 충실히 구현하고 있다.

흑백의 돌들은 반상의 어느 곳에나 자유롭게 갈 수 있는 자유가 있다.

그래서 바둑에서는 아무리 형세가 우세해도 방심하지 못한다.

언제 어디서 상대의 묘수(妙手)가 터져 나올지 모르기 때문에 항상 방심 할 수 없는 건, 인생도 마찬가지다, 어떤 돌발 상황이 생길지 아무도 모른다.

그래서 바둑은 인생사와도 같다.

기정유도(棋正有道)라는 표현은 바른 바둑 수에 길(道)이 있다는 뜻이다.

바로 이것이 바둑을 통하여 얻어지는 인생의 교훈이다.

바른 수를 읽을 줄 알아야, 인생을 바르게 살아갈 수 있는 법이다.

바둑에서나 인생에서나 얄팍한 속임수는 통하지 않으므로, 바른 바둑은 인생의 정도(正道)와 통한다.

바둑의 승패는 효율이며, 인생 성공도 효율적인 삶에 달려있을 것이다.

두텁게 두면 집이 없고, 넓게 두면 엷어지는 것이 바둑의 인과관계이다.

초보 시절엔 손을 뺄 자리를 잘 모르기 때문에 상대의 뒤만 따라다니게 되고,

결국 뭐가 뭔지도 모르는 사이에 대세에 뒤지게 되며, 그것을 깨달았을 때는 이미 때가 지난 다음이다.

인생도 지난 과거를 되돌아보면 아쉬움이 많을 것이다.

바둑을 두는 사람을 보고 신선 놀음에 도끼자루 썩는 줄 모른다는 말은, 도끼자루 썩는 줄도 모르고 구경할 만큼 재미있다고 해서 난가(爛柯)라고도 한다.

난가라는 말은 술이기(述異記)라는 중국 고사집에 나오는 이야기다.

3세기 후엽 중국 진나라때 왕질(王質)이라는 나무꾼이 하루는 석강(淅江) 상류인 구주의 석실산(石室山) 골짜기에 나무하러 들어갔다가 어떤 동자 두 사람이 바둑두는 것을 우연히 구경하게 되었다.

판 위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하도 재미가 있어 거기에 빠져 있다가 집에 오려고 일어나 도끼자루를 들자 썩어 있는 게 아닌가.

왕질이 놀라 얼른 마을로 내려와 본 즉 아는 사람이라곤 한 사람도 없었다.

그 사이 너무 많은 세월이 흘렀던 것이다.

바둑은 재미도 있지만, 인생에 교훈을 주는 정신수양이기도 하다.

"지나치게 승리를 탐하면 얻지 못한다", "작은 것은 버리고 큰 데로 나아가라" 등등 기리(棋理)가 갖고 있는 교훈성을 인생에 올바른 길(道)이 된다.

왕적신(王積薪)의 위기십결(圍碁十訣)첫구절에 탐부득승(貪不得勝) 즉, 욕심을 부려서는 이기지 못한다는 말이 있듯이 지나친 욕심 때문에 바둑을 그르치며, 인생도 한탕주의적 욕심으로 실패하는 수가 많다.

바둑은 변화무쌍하고 앞을 예측하기 어렸듯이, 인생도 내일의 일을 아무도 모르며, 최선을 다할 뿐이다.

바둑의 판세의 상황에 따라 희비(喜悲)가 엇갈리듯, 인생도 생활여건에 따라 희노애락(喜怒哀樂)이 교차된다.

변칙적인 수는 한두 번은 통하지만 결국은 정수(正手)를 따를 수 없다.

인간관계에서도 약삭빠른 처세로 다소 득을 보더라도, 결국은 진실 된 처세가 성공한다.

바둑을 둘 때 감정을 잘 다스리지 못하면 실력발휘를 할 수 없고, 인생도 자신의 감정을 억누르지 못해 낭패를 당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끈기 있는 사람이 결국은 전세를 역전시키거나 주도권을 잡아 승리하는 결과을 얻기에, 인생도 끈기와 인내로 견디면 결국은 목표를 달성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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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천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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