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인 칼럼] 단순함의 위대함 (3)

천지인 승인 2024.06.08 16:05 의견 0
천지인 논설위원 [사진=더코리아저널]


[천지인 칼럼] 단순함의 위대함 (3)

단순함의 위력은 음식점에서 유감없이 발휘된다.

손님이 많고 수익을 올리는 음식점은 반찬도 간단하고 거의 대다수가 복잡하지 않은 재료로 전문화된 음식점들이다.

재료를 많이 구입하니 싸게 공급받고, 빨리 소비하니 신선하며, 밑반찬이 적어 식사시간이 줄어들므로 회전율도 높아진다.

단순하지 않다는 것은 비효율을 뜻한다.

메뉴가 많은 음식점은 자신이 있는 음식이 그만큼 없다는 뜻 이기도하다.

여러 가지 많은 재료를 구입하여 관리하는 공간이 많이 필요하고, 그릇도 갖가지 필요하고, 요리법이 달라 시간도 지체되기 마련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설거지할 그릇이 손님에 비해 많아진다는 것이다.

또 빨리 팔리지 않아 며칠씩 묵히면 신선도가 떨어지고 악순환의 연속이다.

단순함은 효율이며, 전문화의 기초이며, 그 결과는 절약이다.

이제까지 주로 단순함의 경제적인 가치를 논했으나 정신적인 영역으로 확대시켜보도록 하자

어떤 성자가 제자를 받아들이고 그에게 말했다.

"네가 삶에 관해 이해한 바를 적어 보아라."

1년 후 제자가 돌아와 스승에게 수 백장의 글을 바쳤다.

스승이 장문의 글을 읽어보고 제자에게 말했다.

"내용은 좋으나 너무 복잡하니 좀 간추려 보도록 해라."

제자는 몇 년 동안 애쓴 끝에 수십 장으로 줄여서 다시 가지고 왔다.

스승은 제자의 글을 읽어보고는 말했다.

"이젠 문제의 핵심에 접근하고 있구나. 하지만 여전히 긴 듯 하니 다시 압축해 가지고 오너라."

열심히 노력했던 제자는 실망의 빛을 감추지 못하고 물러갔다.

1년 후 다시 돌아온 그가 절하고는 다섯 장의 기록을 내밀었다.

스승이 세밀하게 그것을 읽어보고 말했다.

"참으로 놀랍구나! 그러나 아직 완전하지는 않다. 가서 마지막으로 좀더 단순화시켜 보거라."

스승이 임종을 맞을 무렵, 제자가 다시 돌아와 엎드려 절하고는 한 장의 종이를 내밀었다.

그러나 그 종이는 아무 것도 쓰여있지 않은 빈 종이였다.

스승은 볼 생각도 않고 "됐다. 드디어 깨우쳤구나."

초월적인 시각에서 보면 우리가 가진 모든 것은 공허(空虛)하다.

그러므로 자신을 비울 때에야 비로소 이루어지는 이치이다.

즉, 자신의 앎을 압축하여 비워나가는 과정이 이루어질 때 완성될 것이다.

이렇게 보면 단순의 극치는 역시 공(空)인 것이다.

그러나 이때에는 비어있는 공(空)이 아이라 꽉 찬 진공(眞空)이 되는 것이다.

- 합 장 -

[사진=천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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