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치우 외계인수첩] 외계인으로 사는 법

오치우 승인 2024.05.11 17:28 의견 0
오치우 기획자, 카피라이터, 크리에이터 [사진=더코리아저널]


[오치우 외계인수첩] 외계인으로 사는 법

5월8일, 이날이 되면 이글을 꺼내 다시 본다!

외계인으로 사는 법!

선생님은 이렇게 말씀 하셨다.

"둘만 낳아도 삼천리는 초만원 ! 이런게 우승 작품이야, 그러니까 무조건 하나만 낳아야 한다! 이렇게 써야 된다고 알았지?

이 나라가 더이상 아이 낳는 일을 중단 하지 못하면 곧 망할 거라고, 틀림없이ᆢ"

그래서 난 말했다 . 아이 때문에 나라가 망하지는 않는다고 ㅡ

엄마들이 50년동안 아이를 안 낳으면 그때 망할거라고 ...

그리고 난 뺨을 맞았다 .

어이가 없었지만 나는 정색을 하고 다시 말했다 "선생님 정말이에요 저는 계산해 봤거든요!"

당시 인구가 삼천만이었고 삼천만 중에 엄마들이 한명 씩만 아이를 낳으면 머지않아 우린 망한다는 확신이 있었다.

그래서 다시 말했다.

"한명만 낳으면 안되요!"

그리고 아주 많이 맞았다. 디지게 많이 ᆢ

많이 맞다가 간신히 말했다,

'이런 학교는 그만 다녀야 되겠다!'고,

선생님은 슬리퍼를 벗어 각을세워 더 때렸다,

"이런 싸가지 없는 ᆢ! 학교가 뭘 어째?"

때려서가 아니라 왜 때리는지 몰라서 화가났다.

이젠, 거침없이 뱉았다. " 더 이상 배울 게 없어서요!"

"특히 선생님 한테는 정말 배울게 없다구요"

슬리퍼로 또 때렸다.

아 c ! 이번엔 잘 피했다.

난 책가방도 싸지 않고 즉시 집으로 돌아왔다.

정말 학교에선 더이상 배울게 없다는 확신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 때 아버지는 "너를 믿는다! "라고 말씀하셨다.

"낚시가자!"

사흘동안 낚시를 했다. 아버지는 정말 나를 믿었다.

나도 아버지를 믿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아버지랑 친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학교얘기 한마디 없이도 우린 사흘동안 열심히 낚시를 했고 잘먹고 잘잤다.

집으로 돌아온 날 저녁, 놀다 들어온 나는 대청마루에 아버지와 술상을 마주하고 앉은 선생님을 보았다. 울컥 배신감이 솟구쳤다.어른들이란 ᆢ

실없이 고개숙여 인사를 했다.

아버지는 나를 불러 인사를 다시 시켰다.

그리고 지금까지 있었던 일을 거짓없이 말하라 하셨다.

순간, 배신감이 들었지만 오기도 생겼다. 뭔 얘기를 더 하라는 건가?

다 알면서 ㅡ

댓돌위에 놓인 아버지의 하얀 고무신과 선생님의 까만 가죽구두를 내려다 보며 최대한 냉정하게 처음과 끝을 말했다.

끝으로 "그래서 저는 학교에 가지 않을거예요!"라고 온힘을 짜내서 비명지르듯 말했다.

날 내려다보던 선생님의 왼쪽뺨이 실룩이며 오른쪽 눈쎂이 균형을 잃는다.

이와중에 아버지는 소리없이 웃는다.

"정말. 비겁하다. 왜 웃기만 할까? 우리 한편 아닌가?"

그때, 아버지가 무심한 듯 한마디,

"나도 오치우 말이 맞다고 생각 합니다."

가슴에서 무거운 것이 툭 떨어져 내렸다.

그리고 그 것은 또아리를 틀고 솟구쳐 올라 목구멍을 틀어 막았다.

눈물! 그날 이후로 아버지는 내게 정말 다른 별에서 혜성을 타고 온 외계인 처럼 존재했다.

나는 그 외계인과 지구에 같이 사는 일이 꽤 즐거운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학교대신 많은 곳을 나다녔다.

낚시터.극장. 시장. 야구장. 관악산 .도봉산.보름쯤을 신나는 날들을 보냈다.

그러던 어느 날,

외계인이 내게 물었다. 재미있냐고?

순간. 긴장했다. 사실 모든게 재미없어진지 이틀 쯤 됐기 때문 이었다.

예? 아니! 종답을 수 없는 대답을 얼결에 흘려내곤 아차 했다.

보기보다 외계인은 예리한 인물임을 나는 안다!

"학교에선 네가 배울게 많지 않았어. 그렇지? 헌데

네가 모르는게 있다.

학교에선 선생님만 가르치는게 아니거든 ㅡ"

이건 뭔 소리래? 교생이 새로왔나?

외계인은 참으로 놀라운 생각을 하는 인물 이었다.

그러니까 외계인 왈 운동장가에 서있는 향나무가,녹슨 철봉대가, 철딱서니 없이 망둥이처럼 날뛰는 아이들이. 서로를 가르치는 존재라는 참으로 생경한 변설 이었다.

그리고 그 결정적 엔딩멘트!

"오치우! 너는 특히 아이들한테 많은 걸 가르칠 수 있는 아이야. 넌 이미 선생님 까지도 가르치고 있지않냐? 학교에선 네가 가르쳐야 될 아이들이 아주 많다. 선생님이 가르칠 수 없는 것들이 아주 많거든 ㅡ"

다음날 아침, 새벽밥 먹고 도시락 싸들고, 십리길을 산넘고 개울건너 달려갔다. 아이들이 기다리는 학교로 ㅡ

아마도 큰 소나무가 있는 뒷 산 언덕에서 신작로를 고무공처럼 튀듯이 달려가는 나를 내려다 보며 빙긋이 웃는 외계인이 거기 서 있었으리라!

그해, 산아제한 표어, 포스터 전국대회에선

"아들 딸 구별말고 하나낳아 잘기르자!" 가 최우수상을 받았단다.

그 상을 받은 아이는 절대로 우수한 아이가 아닐거라고 내가 말했다.

외계인도 내 말에 즉시 동의했다.

역시 우린 동지다.

한 참 뒤에 외계인이 주인공인 영화가 나왔다.

외계인 ET라고!

설명없이 냅다 손가락질 부터 하는건 똑 닮았다.

같은별에서 온건가?

가끔, 자기별로 오래전에 돌아간 외계인이 그립다.

아빠! 나 잘하고 있는거지?

보고싶다!

오늘이 그 날이래. 5월8일!

외계인이 되고픈 아빠들을 위해...

[사진=오치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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